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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별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졸업 '08
싱어송라이터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공기별이라는 이름으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서해인이에요.

반가워요. 그럼 먼저 전공 이야기 부터 해볼게요. 미술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 1 겨울에 시작하게 됐어요. 원래는 어릴 때부터 음악을 가장 하고 싶었는데, 성격이 내성적이었고 자신감도 없었죠. 음악 다음으로는 철학, 국문과 순위로 하고 싶어 했어요. 미술은 늘 저를 쉽고 익숙하게 표현했던 방법의 하나였어요. 잘하고 좋아했지만 파고들어서 공부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엄마의 권유로 다소 떠밀리다시피 하게 됐죠. 당시에는 입학을 먼저하고 하고 싶은 걸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대학교에서는 어떤 학생이었어요?
해야 할 것은 다 했지만, 마음속은 아웃사이더였어요. 마음속 방황이 심했고, 디자인에 대한 흥미를 못 느꼈죠. 해야 하는 것도 의무감에 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디자인에서 사진, 일러스트, 영상은 재미있게 했어요. 늘 제 작업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는데 그 부분을 채워주었죠. 그래서였는지 예술대 미술학부 수업도 좋아했어요. 사소하고 주관적인 이야기를 아주 중요한 주제로 받아들이고 경청하는 분위기가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그리고 그걸 파고들어 작품으로 완성하는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그렇게 적성을 찾아보려 판화, 동양화, 금속공예, 도자공예, 유리공예 등 다양한 매체를 한 번씩은 다 해봤어요. 컴퓨터만 하는 게 답답하기도 했고요. 졸업 전시도 판화 수업에서 했던 작업을 허용해주셔서 판화 작업으로 했어요.

졸업할 때 하던 고민이 있나요?
20대 후반까지는 사회공포증이 있어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어요. 졸업이라는 것에 대해 현실적으로 대책을 세울 만큼 건강한 상태가 아니었죠. 그래도 직장을 다니면 크리에이티브한 분위기의 회사를 가고 싶었고, 아니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창업을 생각했어요. 그렇게 졸업하고 간 첫 직장은 공연기획사 디자이너예요. 1년 좀 안 다녔는데 크리에이티브함을 살릴 기회는 있었지만 너무 잦은 야근과 사람과의 문제로 힘들었어요. 그렇게 회사를 그만두고 이일 저일 하다가 학교 조교를 하게 됐죠. 그런데 사무나 행정 일이 저랑 정말 안 맞더라고요. 우울함도 더 심해지고 마음의 병이 생겼어요. 그때가 27살인데 음악을 한번 해봐야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솟아났죠.

그렇게 음악활동을 시작하게 됐군요. 처음 음악을 접한 건 언제인가요?
음악은 5살 때 배웠던 피아노가 처음이었어요. 계속 좋아하긴 했는데 고등학교 때 했던 기타동아리가 스스로 선택한 첫 음악 활동 같네요. 대학교 때도 잠깐씩 보컬학원, 악기 학원에 다닌 적이 있어요. 그때는 음악에 대한 생각이 구체화하거나 어떻게 작업할지 정립이 안 되어 있던 상황이라 방황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주변을 보면 음악을 하고 싶어도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 고민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어떻게 음악을 시작했나요?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지니까 스스로 방법을 찾게 됐어요. 인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정립되면서 음악이론을 체계적으로 배우기보다는, 같이 음악을 고민하면서 할 동료를 찾게 됐죠. 처음 만난 건 저처럼 음악 아닌 다른 걸 전공한 몇 살 어린 동생이었는데 여러 악기를 실험하듯이 자유롭게 다루면서 재미있게 했어요. 그렇게 1년 정도 하다가 멤버를 더 모아 밴드 활동도 했는데 흐지부지 끝나게 됐죠. 그 후에 5년 정도 음악 활동을 한 친구를 또 우연히 만나서 그 친구의 밴드에서 건반 활동도 했어요. 돌아보면 이렇게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네요. 그러다 제 음악을 하고 싶어서 공기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이제 3년 정도 됐어요.

공기별을 시작하고부터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사실 음악은 정해진 루트가 없어서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해요. 일단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부터 정확하게 생각하는 게 중요해요. 저는 인디음악 쪽을 하고 싶어서 먼저 공연장을 찾아 오디션을 보고 공연 기회를 얻었어요. 공연하며 부딪히며 계속 발전했죠. 스스로 부족한 점을 계속 깨닫고, 관객의 반응도 파악하고, 그러다 보니 평일 공연에서 주말 공연으로 옮기게 됐고 계속 발전해 나갔어요. 그런데 인디음악 공연장을 오는 절대적인 수 자체가 적다 보니 공연으로만은 내 음악을 알리기가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음원 만드는 것에 힘을 실어보자 싶었죠.

그렇게 음원을 발매하게 된거군요. 최근 출시하신 <어린소년>음원 소개 부탁해요.
예전에 잠시 만났던 인상적인 소년에 대한 노래이고, 발랄한 인디 팝이에요. 만든 지 좀 돼서 한동안 잊고 있던 곡인데 공연에서 매일 너무 우중충한 노래만 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노래를 떠올려서 다시 만들었는데 관객들 반응이 좋았어요. 그렇게 어찌어찌 하다 보니 음원까지 나오게 됐네요. 사실 좀 더 일찍 발매하고 싶었는데 음원을 처음 준비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이번에도 부딪혀가면서 준비를 하게 됐죠. 장비를 많이 가지고 있는 친구 집에서 홈레코딩을 했고 믹싱이나 후작업은 혼자 유튜브를 보면서 조금씩 배워가면서 만들었어요. 그 후 유통사를 찾았어야 했는데, 원하던 유통사에 음원을 제출했는데, 다행히도 심사에 통과해서 출시하게 됐어요. 정말 막막했는데 이렇게 음원까지 내니 꿈만 같고 행복하네요.

음악 외에 다른 활동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일을 하고 있어요?
음악만으로 돈을 벌기는 힘들 것 같아서 일을 구해야 했어요. 파트타임으로, 시간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되는 방문 미술 일을 알게 되어서 시작했죠. 근데 그게 적성이랑 잘 맞더라고요. 우울할 때는 계속 안으로 파고 들어가는데, 다른 사람을 가르쳐야 하니까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활기를 줘야 해서 저에게 건강한 에너지를 줬어요. 중간에 마트에서 판매직으로도 일하고, 쇼핑몰에서도 일했는데 그래도 6년 정도 계속 미술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네요. 요즘은 방문 미술 대신 미술 과외를 하고 있어요.

요즘 일과가 궁금해요.
9시부터 12시 사이에 일어나서 2시부터 8시까지 미술과외를 해요. 주말에는 노인복지센터에서 치매 노인 미술 수업을 하고 있고요. 그 외에 시간은 연습하거나 창작을 하죠. 예전에는 작업실도 썼는데 요새는 집에서 주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미술 교육과 음악의 비중을 보자면 아무래도 과외는 고정된 시간도 있고 준비 시간도 있다 보니 비중으로 따지면 미술 교육이 60, 음악이 40이네요. 음악으로 경제적인 부분이 해결된다고 해도 미술 교육은 계속 가져가고 싶어요. 공연은 한 달에 1번에서 2번 정도 하고 있어요.

디자인과 음악 중에는 어떤 걸 선택하시겠어요?
지금은 오히려 전에 비해 디자인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내면의 문제가 해소되고, 원하던 음악을 하다 보니 여유가 생겨서 디자인을 다시 찾게 되더라고요. 물론 떠나온 시간이 길고 다른 쪽 일을 많이 해서 현실적으로 다시 디자인을 하기는 힘들 것 같지만요. 그래도 음악을 하며 앨범 커버를 디자인하거나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등 교집합을 찾고 있어요. 이번 <어린 소년> 뮤직비디오도 직접 만들었는데 하다 보니 영상 작업에 대한 흥미도 알게 됐어요. 특히 팀 작업이 재미있더라고요. 앞으로도 디자인 작업에 관여를 많이 하려고요. 물론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면 음악을 하면 디자인도 할 수 있으니까 음악을 선택할 것 같아요. 제가 만든 음악에, 커버나 영상까지 만들어 나갈 생각을 하니 상상만 해도 즐겁네요.

디자인을 전공한 것이 지금 어떤 영향을 주나요?
음악을 만드는 것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원하는 모습으로 프로필을 만들고, 커버도 만들고, 뮤직비디오도 만들 수 있었어요. 스스로 어떤 컨셉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장점 같아요. 또 시각적인 것에서 음악에 영감을 받을 때도 있어요.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면 제 내면이 자연스레 투영되는데, 그것을 음악에서도 어떻게 투영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영향을 주고 받게 되더라고요. 또 하나는 디자인을 해왔던 방법을 음악에 많이 대입하게 된다는 거에요. 디자인에서도 치밀한 계획과 우연이 모두 작용하잖아요. 음악을 만들 때도 그런 식으로 해보고 있어요. 그리고 음악은 주관적이다 보니 감정에 빠질 수도 있는데, 디자인은 저에게 음악을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시각을 준 것 같아요. 이야기해보니 생각 이상으로 많은 영향을 주고 있네요.

계획이나 꿈이 있나요?
앞으로도 계속 음원을 낼 예정이에요. 일 년 안에 두 장의 EP를 내는 게 목표에요. 앞으로 나올 음원들은 제 과거의 삶인데 이걸 한번 짚고 털어버려야 새로운 모습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다음 단계는 저도 알 수가 없어요. 일단 이렇게 다 털어내고 나서 생기는 그때의 새로운 느낌으로 또 다른 음악을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9월부터 예술치료 대학원 공부를 병행할 예정이에요. 미술 교육을 평생 직업으로 정했기 때문에 더 전문성을 높이고 싶었거든요.

조언 부탁해요.
저는 애초부터 음악으로 돈을 벌 만큼의 재능은 없다고 생각하고 시작해서 돈 벌 방법이 꼭 필요했어요. 그 방법이 미술 교육이었는데 저를 소모하는 일이 아니라 병행할 수 있었어요. 만약 저처럼 병행을 해야 한다면 일상생활을 힘들게 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소진되게 하는 일은 피하는 게 좋아요. 그런 일을 찾아서 원하는 것과 병행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한번 사는 인생, 마음의 소리에 따라 살면 좋겠어요. 어떤 걸 할지 정했다면 고민만 하기보다는 일단 시작하고요. 일단 시작하고, 부딪히다 보면 다음 스텝이 나올 수 있거든요. 어떤 일을 하던 한가지 답은 없어요. 부딪히며 답을 찾는 걸 추천해요.


2019년 8월 30일 전농동 카페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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