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빈
홍익대학교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졸업 19’
홍익대학교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학과 조교
어패럴 브랜드 ‘코너헤드’ 운영
前 밴드 KOLK 멤버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홍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를 졸업한 김현빈이에요.
요즘 무얼 하며 지내시나요.
올해 3월에 졸업하고 섬디과에서 조교를 하면서 친구들과 가방, 티셔츠 등 어패럴 브랜드를 같이 만들고 있어요. 그리고 혼자 음악 작업도 하고 있고요.
3가지 일을 같이 하려면 많이 바쁘시겠어요. 미대에 입학하고,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특별한 계기는 없었고, 부모님이 어릴 때 미술을 시켰는데 곧잘 했어요. 어릴 때는 잘하는 걸 좋아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래서 계속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학원에 다녔죠. 예고도 가고 싶긴 했는데 부모님이 반대하셔서 못 갔네요. 공부보다는 실기 성적이 좋은 편이었는데, 운이 좋게도 우리 학교 섬디과에 마지막 실기 세대로 입학했어요. 입시 때 어느 과를 특정해서 지원하지는 않고 시각디자인, 영상디자인 등 여러 과를 지원했어요. 사실 관심 있던 기간으로 보면 패션디자인이 가장 짧았는데 공부를 하게 됐죠.
대학교에서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일반적인 패션디자인과를 생각했는데 전공 수업이 생각과는 많이 달랐어요. 섬유미술과 패션을 같이 다뤘고 섬유 미술을 더 비중 있게 다뤘죠. 좀 더 예술 이론적인 느낌이었어요. 주변에 패션을 하고 싶어 왔던 친구들은 방황을 하기도하고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저는 패션디자인이 아닌 것에도 한눈을 팔면서 온 케이스라서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어요. 학교 수업에 큰 불만도 없고 과제도 꽤 열심히 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과제를 하기 위해 학교에서 야작도 하고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며 재미있게 다녔어요.
졸업전시는 어떤 작업을 했어요?
저희 과는 졸업을 위해서 섬유 미술, 제품디자인, 패션디자인 중 2개의 작업을 만들어야 하는 데요. 저는 섬유 미술작품과 제품디자인작품을 하나 했어요. 패션디자인은 패션쇼를 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힘들고 부담이 돼서 하지 않았고요. 졸업전시 준비는 정말 후딱 지나갔어요. 오히려 졸준위원장을 맡아서 졸업전시를 기획하고 진행했는데 그 일이 지금까지 해왔던 일 중 가장 힘들고 바빴던 기억이 나네요.
음악 이야기를 해볼까요. 음악은 언제부터 시작했어요?
중학교 때 록음악을 좋아하고 자유롭던 도덕 선생님이 있었는데, 그분께 기타를 처음으로 배웠어요. 학교가 끝나면 선생님 집에 찾아가 배웠죠. 고등학교 때는 밴드를 했어요. 좋아하던 밴드의 팬카페 오프라인 모임에 나갔다가 그 밴드의 커버 곡을 하면서 트리뷰트 밴드로 시작했죠. 이름은 KOLK인데, 군대 가기 전까지 EP도 내고 활동도 열심히 했어요. 음악 페스티벌에서 인디 밴드 선발 프로그램에도 뽑혀 공연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세월호로 행사가 연기되면서 무대에 서지 못하고 군대에 갔던 기억이 있네요. EP도 최근 보니 권리사의 요청으로 온라인에서 듣기는 어려워 여러모로 아쉽네요. 팀도 얼마 안 있어 해체되어 이후 혼자 음악을 하게 됐어요. 그래도 다행히 군 복무를 의경으로 하며 일주일에 하루씩 나올 수 있어 더 음악을 생각하고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죠. 지금은 은사로 생각하는, 음악을 꿈꾸다 경찰이 되신 행정반장님도 만났어요. 그때 물려받은 소중한 베이스를 요즘도 사용하고 있어요.
대학교에서도 음악과 관련된 활동을 했나요?
소속은 디자인과였지만 항상 마음속 1순위는 음악이었어요. 대학교 때도 밴드에 들어가는 게 버킷리스트였어요. 트라이던트라는 미대 내 밴드가 있어 1학년 때부터 활동했어요. 친목 성향이 짙은 동아리라 파트도 돌아가면서 하고 공연도 여러 번 재미있게 했어요. 그리고 학교에서 음악 하는 사람들을 만나 2번의 기획 공연을 기획하고 공연하기도 했어요. 음악과 관련된 비즈니스를 체험한 느낌이었는데 꽤 즐겁게 했던 터라 올해도 해보자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럼 진로는 음악으로 생각하고 계신가요?
졸업 후에 어떤 걸 첫 번째 줄기로 삼고 지낼지 고민했어요. 어떤 곳에 먼저 힘을 쏟을지요. 당장 지표로 설정할 것을 생각했는데, 그 고민의 결론이 음악이었죠. 기존에 했던 음악은 공연도, 음원도 부랴부랴 준비해서 한 기억이 많았어요. 만족할 수 있을 만큼 빠져서 했다고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그래서 만족할만한 앨범을 발매하자는 목표가 생겼죠. 이걸 끝내지 않으면 어떤 일을 해도 한쪽에서 생각이 날 것 같았거든요. 이 지표를 채우지 않으면 평소 음악을 들을 때도 하고 싶었다는 미련이 남을 것 같더라고요. 나중에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일단은 음악을 더 해보고 지나가자는 마음이에요.
디자인은 음악을 하는 것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적재적소’를 배웠다고 할까요. 디자인은 ‘적재적소’에 이미지를 잘 놓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음악도 ‘적재적소’에 무언가를 잘 두고 결에 맞추고 듣기 좋게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제가 음악을 하는 데에 좋은 영향을 주었는데요. 머리로 풍경 같은 그림을 그리면서 음악을 만드는 것도 디자인의 영향인 것 같고요.
음악을 전공하지 않아서 음악할 때 힘든 부분은 없나요?
왜인지 모르지만, 음악을 전공하겠다는 생각을 안 했는데요. 더 학구적으로 다가가지 않은 아쉬움은 조금 있지만, 후회는 없어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디자인을 배우고 공부한 상태라서 음악을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음악을 전공했다면 음악을 더 어렵게 대했을 것 같아요. 디자인을 전공해서 어쩌면 더 창의적인 음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특히 패션디자인은 음악과 관련이 많기도 하고요. 또 주변에서 보면 음악을 할 때 전공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주로 놀 때나 쉴 때 즐기면서 하는 편이라 큰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아요.
요즘은 일과는 무엇인가요? 음악 활동을 잘 이어가고 계신가요?
평일에는 9시부터 5시 반까지 학과 조교 일을 하고 있어요. 퇴근하면 동기 둘과 함께하는 어패럴 디자인팀에서 일하고요. 회의가 있을 땐 회의하고 급하게 공장에 가기도 해요. 그다음 집에 와서 음악을 만들죠. 회의가 길어지면 못하게 되는 날도 있지만 될 수 있으면 자기 전 2, 3시간은 책상에 앉아있으려고 노력해요. 시간상으로 보면 조교 6, 어패럴 3, 음악 1인데 마음속 비중은 조교 2, 어패럴 3, 음악이 5 정도 돼요. 시간과 비중이 반대인데, 아무래도 경제적인 것을 무시할 수 없더라고요. 음악은 당장 수익 기반이 없으니까요. 한가지 스트레스는 평상시 무슨 일을 하든 음악을 생각한다는 거에요.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닐 때도 머리에서 떠다녀서 가끔 곤란해요.
그래도 어패럴 디자인을 하시며 디자인과의 끈을 놓지 않고 계신데, 어패럴 디자인팀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제가 음악을 하나의 지표로 삼는 것처럼, 함께하는 동기 친구들의 목표도 우리의 브랜드를 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졸업하고 한번 해보자 정도로 시작했어요. 저도 브랜드에 맞는 음악이나 영상을 기획하는 등 브랜딩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실제 해보니까 쉬운 게 없더라고요. 조그만 제품에도 손이 많이 갔어요. 요즘은 샘플 작업을 하고 공장에서 조율하고 작업 관리도 하고 있어요. 해보니 음악은 다른 일을 하면서도 즐겁게 할 수 있겠지만, 제품디자인은 다른 일과 병행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걸 느꼈어요. 들어간 노력에 따라 결과물이 나오고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요.
미래의 계획 혹은 꿈이 무엇인가요?
몇 년 내로 앨범을 발매할 계획이에요. 그러려면 시간도 더 필요하고 작업량도 필요할 것 같아 계속 열심히 하고 있어요. 후회 없는 음악을 하려다 보니 늦어지고 있네요. 꿈은 하나의 직업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려운데 패션계에서 음악도 하고, 브랜딩도 하는,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직접 계획하고 만든 브랜드에서 생활을 하면서 브랜드 관련된 것을 만드는 사람이요. 만든 모든 것이 대중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굳이 분류하자면 브랜드 디렉터겠네요. 그게 아니더라도 삶의 최소한 행복의 기준을 말하자면 확고하게 음악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중적인 가치가 있기보다는 제가 만족할 수 있는 음악을 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과 다른 선택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해요.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어요. 주변에 닮고 싶은 사람과 닮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는데, 결국 그 둘에게 얻은 교훈은 조바심을 내지 말자는 거였어요. 조바심이 드는 게 “늦기 전에 해야 한다.”라는 건데 최근에는 과거에 비해 젊다는 기준이 확대되고 있잖아요. 많이 너그러워졌죠. 주변에 멋있는 사람을 보면 젊게 지내시는 분이 많아요. 본인이 하던 것을 늘 하던 대로 잘 진행해 나가면 좋겠어요. 장애가 될 수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없다면 휘청이지 않고 스스로 영유할 수 있게 지구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정리하자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실제로 늦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2019년 6월 16일 그의 집이자 작업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