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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miya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3학년 재학
프리랜서 작곡가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만나네요. SNS에 종종 음악 작업 올리는 걸 봤는데, 이렇게 만나서 반갑네요. 먼저 자기 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24살이고요. Mamiya라는 예명으로 필드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반가워요. 요즘 뭐하고 지내나요?
작년 12월에 전역하고 지금은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수업을 열심히 듣는다고는 못하고, 할 수 있는 수업 위주로 듣고 있어요. 2월에 여기 작업실에 오기도 했고 최근 주변에서 저에게 압박감을 주는 사람들이 생겨서, 음악 작업을 더욱 열심히 하려 해요.

음악 이야기 이전에, 미술을 하게된 이야기부터 해요. 미술은 어떻게 처음 시작했어요?
초등학교 때 만화를 정말 좋아하는 형과 친해졌는데, 덕분에 만화 그리는 프로세스가 엄청나게 자세하게 나오는 만화를 알게 됐어요. 그 만화를 보며 만화가라는 꿈이 생겼죠. 근데 만화로는 돈 벌기가 쉽지 않을 거 같기도 하고, 공부는 하기 싫고, 그래서 그 중간쯤인 일러스트레이터를 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동네에 큰 미술학원이 없어서 조그만 동네학원에 다녔죠. 근데 잉크나 먹을 써서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연필과 수채화를 쓰니까 생각하던 그림과 너무 달랐던 거예요. 그래서 실기를 접고 비실기전형이 있던 홍대와 경희대만 원서를 넣었어요. 시각디자인이라는 전공은 그림 그리는 것 외에 다른 것도 경험해보고 싶어서 결정했죠.

SNS에서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본 기억이 나네요. 그럼 대학 생활은 어땠어요?
처음에는 지방에서 와서 서울 생활이 재미있기도 하고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어서 좋았어요. 다만 수업은 너무 기초 이론이라 아쉬움이 많았죠. 대학은 기술보다는 견지를 넓히는 수업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제 생각과는 다른 점이 많았어요. 그래서인지 2학년 때부터는 밖에 잘 안 나가고 집에서 만화를 보거나 게임만 했어요. 그러면서 점점 디자인과 멀어졌죠. 좋아하던 그림 그리기도 ‘이 정도면 되지 않나?’ 하는 자만심을 가져버려서 그만뒀어요. 그러다 2학년 마치고 3월에 군대에 가게 됐고요.

이제 본격적으로 음악 이야기를 해볼까요? 음악은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된거에요?
7살쯤부터 피아노를 10년 넘게 배웠어요. 중학교 때 밴드도 직접 결성해서 건반으로 활동했고요. 그림에 재미를 붙이면서 잊고 있던 거죠. 그림에 흥미를 잃은 20살 말쯤에 학교 친구 소개로 음악을 만들고 가르치는 작곡가 형을 알게 되었어요. 그 형이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알려주었죠. 배워보니까 컴퓨터로 음악을 만드는 건 진입장벽이 정말 높더라고요. 툴을 알기도 어렵고, 샘플을 어디에서 받을 수 있는지도 알기 어려웠어요. 처음에는 음악 용어도 몰랐고 악기를 조화롭게 하는 방법도 전혀 몰라 힘이 많이 들었죠. 그렇게 조금씩 음악을 배우게 되었고 음악에 다시 흥미를 갖게 됐어요. 그리고 디자인 작업할 때 항상 음악을 들었던 영향도 있고요. 하다 보니 ‘옛날부터 만들어보고 싶어 했던 건 오히려 음악이구나’를 깨달았죠.

그럼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음악 작업을 하게 됐어요?
본격적으로 하게 된 건 군대에 가면서부터인데요. 상근이어서 퇴근하면 집에서 음악 작업을 하곤 했어요. 그때는 장비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소리도 크게 못 내는 등 환경이 열악했는데 오히려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박에 더 열심히 했죠. 처음에는 디자인과 음악을 병행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음악을 하다 보니까 그림을 그릴 때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음악으로 채워지더라고요. 그리고 그림을 그릴 땐 클라이언트와 조율하기도 어렵고 소통도 잘 안 됐는데 음악은 그런 것들이 비교적 쉬웠어요. 협업도 재미있었고요. 그렇게 점진적으로 음악의 비중이 더 커진 거에요.

어떤 작업들을 하고 있나요?
처음 음악으로 돈을 번 건 동기 형의 소개로 한 일이었는 데요. 라이카라는 브랜드의 행사 스케치 영상 배경 음악이에요. 이후에도 행사 스케치 영상 배경 음악을 몇 건 했고 외주 작업은 총 10여 건 정도 했네요. 그 외에는 사운드클라우드에 개인 작업 올리고 있어요. 요즘은 학교 수업에서 하는 작업에 쓰일 배경음악 작업을 주로 해요. 복학하면서 수업 중 하나쯤은 음악을 쓰고 싶었거든요. 다행히 자유도가 높은 일러스트레이션 수업을 듣게 되어서 동기와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고 있어요. 동기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저는 애니메이션에 쓰일 음악을 맡아서 하고 있죠.

음악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나요?
그림에 대한 미련은 이제 없어요. 하지만 ‘평생 음악만 할래’라는 건 또 아니에요. 그림에 대한 미련이 없는 게, 스스로 생각하던 일정 수준은 되었다고 생각해서거든요. 음악도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흥미가 떨어질 것 같아요. 그래서 강박적으로 ‘꿈으로 생각해야 해’, ‘평생 해야 해’ 하지 않고 그때그때 하고 싶고 재미있는 거를 하자고 마음먹었어요. 음악을 어느 수준까지 하게 될지 계속해볼 생각이에요. 언젠가 흥미가 떨어지면 다른 걸 할 수도 있죠.

어떤 음악 작업을 하고 싶어요?
듣기 좋은 음악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기술적으로나 장르로 정의하기는 어려운데, 멋있어 보이는 음악을 하고 싶고, 지금은 뉴디스코나 하우스음악 쪽을 하고 싶어요. Chill 할 때 듣는 음악이요. 물론 작업할 때 경계를 두지는 않아요. 지금 하는 건 대부분 광고 음악인데, 아직 공부하는 단계이기도 하고 돈을 벌어야 해서 계속하고 있어요. 그리고 사실 광고음악도 개인 작업 한 걸 다듬어서 완성하는 경우가 많아서 크게 구분을 두고 작업하고 있는 건 아니고요.

디자인을 전공한 것이 음악하는 것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있나요?
음악을 예술적으로 보는 사람과 기술적으로 보는 사람이 있거든요. 음악을 배우다 보니, 너무 많이 배우면 음악을 기술 중심적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근데 디자인을 배울 때도 기술과 예술 사이에서 고민을 깊게 해봤거든요. 그래서 음악 대할 때는 그런 고민을 덜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작업을 하는 방법도 도움을 받았어요. 그림을 그릴 때도 영감이 바로바로 떠올라서 작업하기 어려운데요. 깊이 생각하기보다 일단 차곡차곡 쌓고 나중에 필요에 따라서 골라 쓰는 방법으로 주로 그렸는데, 음악도 그렇게 하고 있어요. 정리하자면 그림을 그리면서 예술을 대하는 방향이나 작업하는 방법을 한번 겪어봐서 음악을 할 때는 이 부분이 좀 편한 편이죠.

전공과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좋은 점은 무엇이고, 나쁜 점은 무엇이에요?
좋은 점은 인맥이 비교적 넓다는 거에요. 음악 하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 보통 음악 쪽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밖에 몰라요. 근데 저는 디자인 쪽 인맥과 음악 쪽 인맥 두 가지를 다 가질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협업 기회가 많기도 하고, 영상, 애니메이션 등 작업 의뢰도 종종 들어오죠. 나쁜 점이라기보다 마음에 걸리는 건, 많은 돈을 내며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전공이 아닌 다른 일을 해도 되나 싶어요. 부모님이나 주변에서 ‘디자인을 정말 안 할 거냐?’고 묻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잠깐이지만 고민을 하게 돼요. 기술적인 아쉬움이 좀 있을 수도 있는데, 제가 음악을 기술로 대하고 있지 않아서 그 부분은 크게 아쉽지는 않아요.

꿈이 뭐에요?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어요. 그림을 그릴 때도 모든 프로세스에 관여하고 싶었거든요.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유명해지고 싶어요. 지금 목표로 삼는 건 한국에서 언론에 날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 있는 음악가가 되는 거에요.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예술을 하는 걸 정치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자기 얘기 하는 걸 꺼리고 되고요. 음악 하는 사람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때가 오면 좋겠고 저도 자유롭게 제 생각을 말할 수 있었으면 해요. 그리고 현실적인 꿈은 부모님 집 사드리고, 제 생활비는 스스로 내는 거요. 그리고 부모님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어요.

전공과 다른 선택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대학과 전공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사실 디자인을 공부한 건 몇 년 안 되잖아요. 왜 그 몇 년에 올인을 하려고 하는 걸까요? 제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많아요. 전공했으니, 당연히 그 전공과 관련된 직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음악 하는 사람을 보면 고졸도 많고, 전공이 다른 사람도 많더라고요. 제 생각에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는 세상의 인정을 받고, 돈을 벌 수 있느냐인데, 스스로 그럴 자신이 없다면 전공이 아닌 다른 길을 가도 좋을 것 같아요. 직업에 편견을 갖지 않고요. 또 조금 다른 얘기지만 주변의 경제적인 여력이 된다면 그것에 좀 더 기대도 된다고 생각해요. 아르바이트하거나 일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지만 지금 시간을 스스로 투자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조금 더 자기 계발을 했으면 좋겠어요.


2019년 4월 5일 그의 작업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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