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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Zeus Photo








<OO동>, 2017, 책자, 210×297mm



홍찬미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4학년 재학중
싱어송라이터
곡쓰고 노래하다가 학교다니는 중


안녕하세요. TV 속 오디션프로그램에서 보았던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직접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자기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곡 쓰고 노래하는 홍찬미예요. 지금은 시각디자인과 4학년에 재학 중이에요.

얼마 전에 2학기가 개강했잖아요. 방학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7월 28일에 단독 공연을 했고 방학 중에 소속사와 계약이 정리되었어요. 데뷔 때부터 함께했던 회사였는데… 많은 고민을 했던 방학이었죠.

그랬군요. 첫 질문이에요. 미술은 언제부터 시작하셨어요?
고등학생 때 미국 공립고등학교로 1년간 교환학생을 떠났어요. 환경이 많이 달라 처음엔 외로웠죠. 말도 잘 통하지 않아서 혼자 답답해하다가 돌파구를 찾았던 게 바로 그림과 노래였어요. 연극, 합창, 미술 수업을 들으면서 친구들을 사귀고 점차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어요. 그림과 노래가 저를 표현하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던 셈이죠. 무엇보다도 저 자신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기도 했고요. 그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게 됐어요.

디자인 과에는 어떻게 오게 됐나요?
교환학생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입시를 했고 희망하던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할 예정이었어요. 줄곧 국제구호활동에 관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입학을 앞두고 도서관에 가서 전공서적을 찾아보니 생각했던 것과 너무도 다른 거예요. 그때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은 게 뭔지 다시 생각해봤는데 제 관심사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걸 깨달았죠. 미국에서 보낸 시간과 그때의 경험들이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그래서 미술대학 진학을 목표로 다시 입시 계획을 세웠고, 부모님께 제 뜻을 진지하게 말씀드려 결국 재수를 할 수 있었어요. 지인분의 소개로 어느 화가의 화실을 다니며 입시를 준비했고 수능시험도 준비했어요. 그리고 야자를 하는 대신에 도서관엘 다니며 여러 가지 서적을 읽었어요. 대학에서 뭘 배우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자주 생각했죠. 결국, 도달한 곳이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디자인학부예요. 솔직히 저도 어떻게 홍대에 오게 됐는지 아직도 놀랍지만, 그땐 정말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많이 노력했던 시간이었어요.

대학교에 입학하니 어땠나요?
대구에서 가족과 함께 살다가 서울에서 홀로 자취를 하게 되니까 자유롭고 새로웠어요. 또 내내 공부만 하다 진짜로 꿈에 그리던 대학에 오니까 신기하고 좋았죠. ‘아무렴 홍대니까 인디음악도 많이 접할 수 있겠지.’라는 순진한 생각도 했어요. 처음엔 공간 디자인이 하고 싶어 산업디자인 과를 선택했어요. 7남매 중 여섯째라 어렸을 적부터 나만의 공간을 갖는 게 꿈이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산업디자인 과에서 다루는 내용을 맞닥뜨리니까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했어요.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참가해보고 유럽여행도 다녀오면서 하고 싶었던 일들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겼어요. 그 와중에도 다시 학교로 돌아가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시각디자인과로 전과해야겠다는 결심이 서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어요. 복학 후에도 한 학기 동안은 미대 타과 수업을 찾아들으며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가, 3학년 1학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시각디자인과에 안착하게 되었죠.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나요?
3학년 2학기 때 들었던 스튜디오 수업이요. 제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들이 작업의 내용이 될 수 있었거든요. 당연한 건데도 전엔 그럴 수 없었어요. 특히 종교를 억지로 작업과 분리해서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루 중 가장 많은 관심을 쏟는 것이 성당에 가거나 기도를 드리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그런 관심을 작업에서까지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종교적이라는 이유로 저나 제 작업에 대해 어떤 선입견이 생겨버리는 걸 피하고 싶었어요. 그런 두려움을 처음으로 허물 수 있었던 게 3학년 2학기 때 했던 성당에 관한 연작 사진집 프로젝트예요. 은 저한테 정말 여러 가지로 큰 의미가 있어요. 저마다 자신이 아름답다 생각하는 걸 자유롭게 표현하듯이 저도 제가 아름답게 여기는 것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놀랍거든요. 현재 졸업전시 작업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졸업전시를 앞두고 고민하는 게 있나요?
졸업전시는 사실상 ‘나는 이런저런 작업을 해요'라고 얘기하는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좀 부담스럽기도 한데 막상 졸업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하나의 절차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또 단순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런 제 태도가 약간 헷갈려요. 내가 무얼 보여줄 수 있을까 불안해하다가도 계속 열심히 하는 걸 보면 또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고요. 음악을 할 때도 늘 하는 생각이지만, 좋아서 하는 게 좋은 작업으로까지 이어지는 건 무지 어려운 일 같아서요. 부디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인터뷰하기 전까지는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지 몰랐어요. 이제, 음악을 하는 홍찬미에게 질문할 텐데요. 음악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하신 건가요?
언니, 오빠들도 음악을 전공했고 집에 계란판을 붙인 피아노 방도 있어서 어릴 때부터 음악을 자주 접했어요. 학교 마치고 집에 돌아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도 피아노 방이었죠. 책도 거기서 읽고요. 곡은 고등학생 때부터 쓰기 시작했어요. 대학에 와서는 직접 노래하고 연주한 영상을 SNS에 종종 올렸어요. 산디과 안에서도 ‘노래하는 애’라는 인식이 있었고요. 미대 밴드에서 보컬 활동도 하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제 노래를 편곡해 학교에서 하는 전시회에서 공연도 했어요. TV 데뷔는 <케이팝 스타 4>에 참여하면서 하게 됐어요. 음악을 배워본 적도 없고 음반을 어떻게 발매하는지 몰랐던 당시엔 오디션 프로그램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미국에서 교환학생 할 때부터 한창 오디션 붐이었는데, 참가할 용기를 갖는 데에 4년이나 걸렸네요. 그 때 본선 5라운드에서 떨어졌는데 신기하게도 그 시즌에 이슈가 된 참가자가 많았고, 저도 그중 하나였어요. 팬카페가 생기고, 전 소속사를 만나 가수로 활동할 수 있게 됐죠.

방학 전에 연락드렸을 때, 지금은 음악적 형편이 좋지 않아서 방학 이후에 인터뷰하자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나는 데요. ‘음악적 형편이 좋지 않다'라는 말의 의미가 참 궁금했어요.
음악적 형편이 좋지 않았다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어요. 음악을 하기에 불안정한 제 심리도 있었고,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도 하고 있었어요. 정신적으로 가난한 상태였죠. 데뷔한 지 3년 정도 됐는데, 그동안 공연도 꾸준히 하고 음반도 계속 발매했어요. 무척 열심히 해왔는데 소속사를 나와서는 혼자서 어떻게 할지 너무 막막하더라고요. 그런 뜻에서 형편이 어렵다고 이야기한 거였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제 음악에 의문이 들었어요. 지금까지 해온 음악을 들어보니 문득, 행복하지 않았어요. 조금 지치기도 했고요. 마냥 노래하는 게, 곡 쓰는 게 좋다고 해서 다른 걸 다 미뤄두고 이 일을 계속하는 게 과연 맞는 걸까 싶었어요. 노래하는 순간만큼은 정말 기쁜데도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좋은 음악을 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단 생각이 들어서요. 이런저런 고민이 있다 보니 지금 잠시 쉼표, 어쩌면 마침표일 수도 있는 상황이에요.

마침표일 수도 있다니, 팬분들이 많이 놀라겠는 데요. 그럼 졸업 이후에는 어떤 일을 하고 싶어요? 가수와 디자인, 그 외의 직업에서 고민 중인 건가요?
대학교가 사회로 나가기 위한 디딤돌인 셈이라면 저는 아직 그 디딤돌을 디딜 준비가 안 된 것 같아요. 시간이 다 됐으니까 떠나긴 해야 하는데, 졸업하고도 한동안은 생계를 위한 고민을 할 것 같아요. 닥치는 대로 무언가 계속하면서요. 무엇을 하든 디자인적인 감각이나 스킬을 쓰겠지만, 솔직히 현재로써는 디자인이란 단어 자체도 막연하고 그 길이 좀 멀게 느껴지네요. 지금 드는 생각으로는 일단은 졸업전시를 마치고 여행을 떠나려고 해요. 내년 초에 파나마에서 열리는 World Youth Day에 봉사자 접수를 해두었거든요.

일과가 궁금해요.
2학기에 개강해서 화요일과 목요일에 학교에 나가고 있고요. 월, 수, 금 아침에는 수영하고 토요일 새벽에는 봉사활동, 주일에는 성당을 가요. 꾸준히 해야 할 일과가 있어야지만 움직이는 스타일이라서요. 학교가 좋은 게 시간표를 짤 수 있어서 거기에 맞춰 생활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틈틈이 가사도 써요. 꼭 가사로 쓸 게 아니어도 그때그때 떠오르는 것들을 꾸준히 쓰고 있죠. 팬들과의 소통창구인 인스타그램이나 팬카페에도 꾸준히 근황을 올리고 있어요.

가지고 있는 꿈이 있나요?
가장 최근의 꿈은 앨범을 발매하는 거였는데, 그 꿈은 이뤘어요. 꿈을 이루고 나서 보니 꿈이 한 개면 안 되겠더라고요. 구체적인 꿈도, 추상적인 꿈도 다 필요해요. 지금 가장 구체적인 꿈은 경제적, 심리적으로 부모님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기예요. 어엿한 성인 자녀가 되고 싶어요. 두 번째로는 음악을 꾸준히 하는 거예요. 아직은 막연한테 이제부터 구체적인 목표를 하나씩 세워서 이뤄가야겠죠. 지금은 무엇보다도 제가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걸 찾고 있는데, 글쎄요, 끊임없이 불안할 것 같아요. 그냥 단순히 제 장래희망을 말하자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디자인이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첫 번째로는 디자인 과에 와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다양하고 재미난 생각들을 실제로 구현해낸 작업물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서로의 작업을 보면서 시야를 넓히고, 아이디어에서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과정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었고요. 두 번째로는 내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익힐 수 있었어요. 곡을 쓸 때도 디자인할 때와 비슷한 감각을 쓰는 거 같아요. 음반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가사와 음악에 담긴 생각 자체를 전달하는 과정까지도, 결국 사람들이 집중하게끔 디자인해야 하는 거죠. 그걸 탁월하게 잘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최소한 방법은 알 것 같아요.

고민이 많은 졸업 동기들,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해요.
설령 나중에 디자인 쪽 진로를 택하지 않는다 해도 스스로 디자이너가 아니라고 딱 잘라 생각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꼭 디자인스튜디오 같은 데서 일해야만 지금까지 배운 내용이 쓸모 있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아무것도 아닌 사람 같아도 실은 그렇지 않아요. ‘나는 무엇 무엇을 하는 사람이야’라고 자신을 표현할 수도 있어요. 꼭 직업으로 자신을 단정 지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인터뷰 시작할 때 “나는 곡 쓰고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했듯이 스스로 무얼 하는 사람인지를 소개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좀 자유롭게 말이죠. 아, 좀 더 보태자면 저는 ‘곡 쓰고 노래하는’이 아니고 ‘곡 쓰고 노래하다가 쉬는’, 아니다, 지금 제일 중요한 건 학교 다니는 거니까 ‘곡 쓰고 노래하다가 학교 다니는 중’이라고 할래요.

2018년 9월 11일 카페 수카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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