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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애 寻爱 , 사랑을 찾아서>








이태호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졸업 ’14
피키캐스트 모바일콘텐츠 PD


선배님 안녕하세요. 선배와의 이야기 자리에서 무작정 부탁했는데 이렇게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감사해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이자 콘텐츠 제작 회사 피키캐스트에서 콘텐츠 PD를 하는 이태호예요.

미술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부분의 미대 간 친구들이 그렇듯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중, 고등학생 때도 만화부, 미술부 하면서 그림의 끈을 놓지 않았고요. 그림 그리는 게 취미이자 특기였고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본격적인 입시 미술은 고2 말부터 시작했고, 아쉽게도 첫 입시가 실패해서 재수한 뒤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에 입학했어요.

대학교에서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노는 걸 정말 좋아하는 학생이었어요. 술자리 참석률이 100%에 가까웠고, 술자리에 저를 안 불러도 어떻게든 껴서 놀았어요. 과 행사나 미대 행사, 축제 때 항상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는 관종이랄까요. 남학생들끼리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피시방 가는 것도 좋아했고요. 그러다 보니 군대 가기 전 학점은 처참했죠. 복학해서 학점 메꾸느라 고생을 많이 했어요. 디자인 과에 입학했지만, 장시간 자리에 앉아서 작업하는 디자인 작업이 영 적성에 안 맞았고 뽈뽈거리며 돌아다니는 사진, 영상 작업을 많이 했어요.

지난번 만남에서 사진을 10년 정도 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일들을 했어요?
저학년 때 사진 수업 들은 것을 제외하고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건 막내 고모가 하는 웨딩 사진 스튜디오에서 일하면서 부터였어요. 멋있고 예술적인 사진은 아니지만, 현장 경력이 최소 10년 이상 되는 실장님들 밑에서 상업 사진의 기본기 하나는 확실히 닦을 수 있었어요. 복학하고 나서 감각적인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포토그래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사진 수업을 열심히 들었죠. 당시 필드에 있는 까마득한 고학번 선배님들이 강의하셨는데 사제지간보다는 편한 대학교 선후배 느낌으로 다가가서 수업 외의 내용도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욕심이 많아서 대외활동도 참 많이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잡지 <대학 내일>에서 사진기자를 했던 거예요. 취재사진, 인테리어사진, 셀럽촬영 등 다양한 촬영을 경험했고, 덕분에 자연스럽게 상업사진 프리랜서를 꿈꿨어요.

졸업전시는 어떤 작업을 했어요?
고모의 스튜디오에서 웨딩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그때 우리나라 결혼식 문화가 너무 가볍다는 생각을 했어요. 웨딩홀에서 이뤄지는 결혼은 3~40분씩 급하게 진행하고 다음팀이 들어와서 또 식을 진행하잖아요. 그렇게 공장에서 제품 찍어내듯 하는 결혼이 정말 사랑의 맹세가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짜 단둘이서 사랑만을 속삭이는 결혼식이란 게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천장지구>라는 영화가 생각났어요. 제가 엄청난 홍콩영화의 팬인데, 영화 속에서 돈이 없어 훔친 웨딩드레스로 동네 성당 앞에서 결혼식 올리는 장면이 그렇게 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 그래서 <천장지구>를 생각하면 딱 떠오르는 그 장면들을 오마주해서 작업하기로 했어요. 90년대 개봉한 영화라 무드를 비슷하게 하려고 드레스 제작 업소를 돌아다니며 제작을 맡기는 등 소품 비만 200만 원 가까이 나왔죠. 그렇게 준비한 소품을 싸들고 당시 영화 촬영지를 수소문해 찾아갔는데 촬영 배경인 성당이 하나도 안 바뀌고 그대로 있더라고요. 덕분에 잘 찍고 왔어요. 홍콩 만세!


휴가 때 나와서 봤던 기억이 얼핏 나요. 제가 졸업전시에서 본 사진 중 가장 스케일이 컸어요. 졸업전시 이후에는 어떤 고민을 했나요?
대외 활동 했던 게 인연이 잘 닿아서 졸업하고도 <대학 내일>에서 프리랜서로 계속 일했어요. 학생 때 외주로 인연이 닿은 몇몇 클라이언트를 통해서도 사진을 찍었고요. 하지만 프리랜서는 불안하고 외롭잖아요. ‘프리랜서로 어떻게 하면 지속해서 밥 벌어 먹고살까'를 계속 고민했어요. 그런데 잘 그려지지 않더라고요. 사회초년생이라 돈을 벌고 모으는 방법, 인맥을 유지하는 방법을 몰랐고 성격상 예술 사진으로 활동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결국 사진을 포기하고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혼자서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가 버겁다고 느껴져 공동체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오게 된 곳이 피키캐스트였고요.

그렇게 피키캐스트 피꾸(피키 꾸러기)가 탄생했군요. 피키캐스트로 입사를 결심하신 이유가 있었나요?
지원하고 인터뷰를 하는데 회사 분위기가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흔히 생각하는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너무 유쾌하고 즐거웠던 것, 그게 전부였어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이라는 확신이 들어 입사를 결정했어요. 일하며 ‘피키캐스트'가 콘텐츠 앱 플랫폼으로 얼마나 훌륭한 가치를 가졌는지 알게 되었고 점점 프라이드를 느끼며 일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최선을 다하며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았고요. 마치 또 하나의 대학교 같았고 하루하루 출근이 즐거웠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를 꼽자면 회사 생활을 꼽을 정도로요.

회사 생활 즐겁게 하시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네요. 현재 모바일콘텐츠 PD로 일하고 계시다고 했는데, 처음부터 PD로 입사하신 건가요?
처음에는 디자이너로 들어왔는데, 일하다 보니 사진 업무가 필요하게 됐어요. 디자인 팀장님이 입사 당시 슬며시 끼워놓은 사진 포트폴리오를 기억하시고는 사진 업무를 맡기셨죠. 1년 후에는 사진팀을 만들기까지 했어요. 원래는 사진을 안 하려고 들어왔는데 사진을 해야만 하는, 그것도 굉장히 재미있게, 열정적으로 하는 상황이 너무 웃기더라고요. 회사에서 필요한 사진을 거의 다 찍었어요. 셀럽, 제품, 인테리어, 여행 사진 그리고 이상한 병맛사진까지요. 내로라하는 셀럽들을 촬영한 것보다 우주인 복을 입은 직원과 함께 파리 출장 간 게 제일 기억에 남을 정도예요. 그러다 모바일 콘텐츠 패러다임이 카드형에서 영상형으로 바뀌는 걸 보면서 영상과 관련된 일로 포지션을 옮기고 싶어졌어요. 그때 마침 우리 회사의 메인 콘텐츠인 <ㅇㄱㄹㅇ>의 메인 PD 제안이 왔고 너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덥석 PD 일을 시작하게 된 거에요. 지금은 사진에는 미안하지만, 사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만족하고 있어요.

모바일콘텐츠 PD는 어떤 일을 하나요? 일과도 궁금해요.
쉽게 얘기하면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피키캐스트 모바일 앱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요. 저는 다양한 장르 중에 예능 쪽을 하고 있어요. 보통 기획, 촬영, 편집, 배포의 프로세스로 일해요. 기획은 정말 자유롭게 마치 의식의 흐름처럼 이야기하다가 나오는 아이디어들을 구체화해서 만들어내요. 그렇게 기획이 나오면 촬영을 준비하고 촬영을 하고 편집하고 배포하죠. 그다음 피드백을 하고요. 영화나 드라마처럼 시작부터 끝까지 하나의 프로세스가 끝나야 다음 프로젝트를 하는 게 아니고 진행 중에 다른 콘텐츠를 기획하기도 하고 촬영을 하기도 해요. 일반적인 방송에 비해서 호흡이 정말 빠르죠. 여기는 수평적인 일 처리가 장점이라 모두가 공평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요즘 회사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유튜브크리에이터 활동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소개 좀 부탁해요.
최근까지 피키의 대표 예능인 <ㅇㄱㄹㅇ>의 메인 PD를 맡았다가 지금은 새로운 콘텐츠를 시작했어요. 바로 먹방 콘텐츠 <오함냐>예요. 우리나라 유튜브의 먹방 콘텐츠는 스튜디오 안에서 ‘많이’ 먹는 식의 콘텐츠가 대부분이고 직접 맛집에 찾아가서 먹어보는 식의 콘텐츠는 많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맛집을 찾아가서 먹는 콘텐츠를 기획했어요. TV에는 비슷한 콘텐츠가 많이 있지만,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 표현할 수 있는 매력과 한계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말하자면 일반인이 주인공인 먹방 콘텐츠에요. 그리고 얼마 전 <메종드테오>라는 개인 채널도 열어 1인 가구를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 업로드 중이에요. ‘1인 가구를 꾸려가는 모든 분이 한 번씩은 꼭 보려고 하는 채널이면 좋겠다’를 모토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취미 활동 같은 거라서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느낌으로 하고 있죠. 혼자 살면서 어려웠던 점, 재미있었던 점, 팁, 다른 사람의 1인 생활 엿보기 등의 콘텐츠를 계획하고 있어요.

디자인 과를 전공한 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이용할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동영상 섬네일이나 영상에 들어갈 자막 폰트, CG의 미적 가치를 판단하고 적용할 수 있는 눈 정도일까요? 그리고 디자인 과를 나와서 기획이나 PD 쪽으로 일하는 사람은 많이 없다 보니, 방송 관련 과를 전공한 사람과는 발상의 원천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계획이나 꿈은 뭐에요?
먼 훗날 ‘이태호'라는 사람이 콘텐츠 제작자로서 하나의 브랜드가 되면 좋겠어요. 저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게 좋아요. 장인처럼 한 분야를 죽도록 파서 유명해지는 것도 좋지만 그런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어요. 디자인을 했고, 사진을 하다가 지금은 영상을 하는 것처럼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이 세상을 헤쳐나갈지 아무도 모르는 거죠. 다만 콘텐츠라는 큰 틀 안에서 제 이야기와 콘텐츠가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면 좋겠어요. 이런 삶은 단기적으로 성공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판단해서 멀리 보고 있어요. 말하자면 제 모토는 ‘존버’에요. 꾸준히, 다음을 생각하면서 계속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죠. 그리고 저에게 오는 기회를 잡으려면 저만의 무기가 있어야 할 것 같아 이것저것 관심 가는 걸 해보고 있어요. 최근에는 스페인어도 공부하고 있고, 피아노도 배우면서요.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은 후배에게 조언한마디 부탁해요.
회사 안에서 역할을 계속 바꿀 수 있었던 건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누군가 “어떤 콘텐츠 찍을 건데 같이 찍을래?” 하면 거의 다 OK 했어요. 또, 기회를 허투루 사용하지 않기 위해선 꾸준하고 집요한 준비와 노동력이 동반되어야 해요. 기억하세요. 우리 근처에는 기회가 널려 있다는 것을요. ‘안녕, 디자이너'의 기획 의도에 맞는 조언을 하자면, ‘나는 과연 디자인을 안 해도 괜찮은가’라는 고민에 너무 얽매이지 말라는 얘기를 드리고 싶어요. 그 고민 대신 다른 어떤 걸 잘할 수 있을지, 다음 스텝은 무엇일지, 그 스텝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는 게 더 현실적인 도움이 될 거에요. 묵묵히 디자인 과를 나와서 디자인하는 친구들 보면서 열등감도 많이 느꼈는데요. 결국, 내 길이 아니라는 확신만 선다면 괜찮아요.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자면 자기 자신을 많이 사랑하세요. 그럼 내가 뭘 하든 내가 응원하니까 괜찮아요.

2018년 10월 23일 피키캐스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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