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저질즈 0호>
강지윤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 전공 4학년 재학중
웹툰 스튜디오 키다리이엔티 PD
자기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시각디자인과 4학년 재학 중인 강지윤이고요. 취업계를 내고 웹툰 PD로 일하게 됐어요.
오 축하해요. 웹툰 PD는 어떤 일을 하나요?
작가를 찾아서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을 해요. 여러 명의 작가와 연락하면서 피드백을 주고받거나, 어떤 이야기가 생겨나고 있고 또 수요가 있는지 참고하기 위해 미디어 매체라면 가릴 것 없이 모니터링하고 있어요. 쉽게 말하면 웹툰에서 편집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죠.
웹툰 PD로의 활약 기대되네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서, 미술은 언제부터 시작했어요?
기억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어릴 때부터 계속 그림을 그렸어요. 중학교 때부터 애니메이션 제작에 관심이 생겼고, 그러다가 한지원 감독님의 작품을 특히 좋아하게 되었어요. 감독님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이라는 걸 알고 한예종 애니메이션 과를 목표로 미술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입시 미술을 하면서 애니메이터라는 꿈에 회의감이 많이 들었어요. 실기 준비를 하면서 찍어내듯이 만화를 그려야 하는 것이 힘들어 입시 미술을 그만뒀죠. 영상 전반에 관심이 생기고 있던 시기였기도 해서, 영상 커리큘럼이 있으면서 비실기 전형이 있던 홍대로 오게 됐죠.
대학교에 들어오니 어땠어요?
1학년 때 영상 소모임에 들어가긴 했는데, 결국 ‘영상 제작은 내 길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2학년 때까지는 방황을 심하게 해서 거의 게임에만 빠져 지냈고요. 그 후 1년 동안 휴학해서, 여성의 성욕을 이야기하는 성인 만화책 <개저질즈 0호>를 제작하고 출간했어요. 예고를 나와서 만화 그리는 친구들이 주위에 많아서, 알음알음 알게 된 친구들과 짬즈라는 이름으로 팀을 꾸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출판했죠. 복학 후에는 지난 학기에 팀 작업으로 cinema 4D를 이용해서 VR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어요. 책상에서 학교로 메고 왔던 백팩을 베고 자는 등, 거의 학교에서 살다시피 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처음으로 학교에서 ‘디자인’ 과제를 위해 밤을 새웠어요. 원래도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보자며 고생하는 타입이라 일단 시도는 해 봤는데, 이제는 그런 식으로는 정말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디자인 말고 몰두하는 활동이 있나요?
게임을 좋아해요. 앱스토어에는 정제된 콘텐츠가 많은데 안드로이드 마켓에는 다양한 퀄리티의 인디 게임이 많거든요. 허접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데, 저는 그게 더 재미있더라고요. 게임 말고는 웹툰을 좋아해요.
디자인을 안 하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뭐에요?
디자이너는 결과물로 자신을 나타내는 사람이고 작업으로 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과정에 답답함을 느꼈어요. 휴학하고 여러 전시를 경험하면서 예술적인, 대단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했어요. 그런데 페미니즘적인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멋있게 보였고 동경했던 사람들의 민낯이 드러나는 걸 보니까 그동안 너무 허울만 좇고 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작업이라는 필터 없이 직접 사람과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언제부터 기획이나 PD에 관심을 두게 된 건가요?
휴학하고 만화책을 만들면서부터예요. 만화를 직접 그리고 꾸미는 것보다는 팀원을 모으고 관리하고 잡지의 방향을 설정하는 게 더 재미있고, 저와 맞는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작업 자체를 만들기보다는 작품 활동하는 작가들과 만나 콘텐츠를 프로듀싱하는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편집자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출판사로 취업을 준비했는데, 웹툰 작가 활동하는 친구가 지금의 자리를 소개해줘서 면접을 보게 됐죠.
취업 과정이 궁금해요.
학교를 떠나서 취업 전선에 뛰어들면서 느낀 건 학교에선 고학년이지만, 사회 나가면 아직 한참은 새내기라는 거에요. 면접 볼 때 자기소개를 했는데 “면접 본 적 별로 없죠?” 라고 하시며 저를 바로 꿰뚫어 보시더라고요. 무섭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자기소개서와 이력을 틈틈이 정리한 후에, 출판사와 게임 회사 위주로 면접을 5번 정도 봤어요. 지금 다니는 회사는 공덕에 있는 키다리이엔티라는 웹툰 스튜디오에요. 출판사와 계약하여 소설을 웹툰 화하거나, 제작한 작품을 여러 웹툰 플랫폼에 유통하는 등 다양한 기업들과 함께 일하고 있어요.
디자인 과를 나온 게 어떻게 도움이 될까요?
대학교에 다니면서 만화를 중, 고등학교 때보다 훨씬 다양하게 읽은 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웹, 출판, 영상을 다 겪어봤다는 것도 기획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고요.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가지고 있는 계획이나 꿈이 있나요?
작년에는 사람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서 자퇴하고 심리학과를 다시 가서 심리상담사를 할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물론 리스크가 커서 접었지만요. 결국, 하고 싶은 건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이에요. 편집자나 애니메이터도 결국 다른 사람을 향해 있어요.
취업을 앞둔 친구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해요.
직종에 따라 많이 다르겠지만, 작업을 모아놓은 홈페이지나 자기를 설명하는 글을 미리 정리해 두면 많은 도움이 돼요. 그리고 예전의 제가 그랬듯이 디자인으로 무언가 대단한 것을 해내야 한다고 자신을 스스로 괴롭히거나 목숨 걸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2018년 10월 2일 학교 근처 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