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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식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졸업 ’08
NHN Technology Services 개발자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자기소개 먼저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오윤식이고, 시각디자인과를 2008년에 졸업하고 지금은 개발자로 일하고 있어요.

개발자로 일하는 분도 언젠가 만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렇게 뵙게 됐네요. 반가워요. 미술은 언제 시작했어요?
어렸을 때 만화를 좋아했고, 만화 그리는 것도 좋아했어요. 나중에 만화가가 되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어쨌든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죠. 중학교 때 사춘기를 겪으면서 그림을 잠시 접었는데, 고등학교 1학년 때 대학교 갈 생각하면서 어렸을 때 생각이 다시 났어요. 그래서 미대를 가야겠다고 결정하고 입시 미술을 시작했어요. 만화가가 되면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서 애니메이션 관련 쪽으로 가려고 시각디자인과에 왔어요.

대학 생활은 어땠어요?
힘들게 대학에 가서였는지 공부에 대한 해방감에 취해 있었던 것 같아요. 학교 수업도 잘 안 들어가고 친구들과 당구장, 피시방 다니고 놀러 다니곤 했어요. 그리고 중학교 때 그림에 대한 흥미를 많이 잃었던 것인지 디자인에도 큰 흥미가 안 생겼어요. 하지만 입학했으니 되돌릴 수는 없었고, 다른 어떤 걸 더 잘하는지도 몰랐죠. 디자인 과제도, 소모임 활동도 열심히 하긴 했는데 마음은 못 붙였어요. 결국, 디자인에서 겉돌기만 했던 것 같아요. 군대 다녀와서는 1, 2학년 성적이 안 좋으니까 메꾸기 위해서 고등학교 때처럼 정말 공부만 했어요. 시험 한 달 전부터 도서관 가고 하면서요. 그래도 큰 고민은 안 하고, 졸업을 무사히 해서 어떻게든 먹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졸업 전시 작업은 무엇을 했나요?
술을 좋아해서 술을 가지고 브랜딩을 했어요. 그런데 중간 검수까지 받다가 도저히 진도가 안 나가서 멈춰 있었어요. 계속 고민만 했죠. 사실 교수님도 졸전을 못할 줄 알았을 거에요. 근데 졸업을 안 하면 수업을 다시 들어야 하니까, 동기와 형들 도움을 받아서 겨우겨우 작업을 마쳤어요. 전시 당일에 무작정 들고가서 설치했어요. 그때 상황이 다른 학교 교수님이 와서 작품을 소개해주는 자리였거든요. 제 작업 차례가 됐는데, 지도 교수님이 다른 학교 교수님이 있으니까 혼내시거나 하지는 못하고 당황을 하셨어요. 그러더니 저에게 작품을 소개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다행히도 그렇게 운 좋게 잘 넘어가서 졸업하게 됐어요.

졸업하고는 어떤 일을 했어요?
영상, 편집, 일러스트, 광고 등 다양한 분야를 배웠는데 그중 그나마 웹이 좀 더 접근이 쉽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첫 직장은 웹디자인 에이전시로 갔는데 월급과 집에서의 거리, 그런 환경적인 것만 보고 갔어요. 디자이너로 일했는데 종종 기획이나 진행까지 같이할 경우가 있었어요. 그런데 웹은 개발자와 팀으로 일할 수 밖에 없잖아요. 일정 조율이나 협조 요청에서 개발자와 소통이 어려웠고 권위가 느껴졌어요. 그러다 보니 개발자와 클라이언트 사이에서 곤란해지는 상황이 계속 생기는 거에요. 그런 상황이 반복되니까 제가 어쩔 수 없이 조금씩 코드를 보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많이 헤매긴 했는데 계속 보다 보면 신기하게 연관성이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변경을 해보고 바로 적용되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그렇게 처음에는 답답한 마음에 개발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자의 길을 간 건가요?
2년 정도 지나서 이직할 때 아예 웹퍼블리싱 쪽으로 취업했어요. 디자인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게, 클라이언트마다 원하는 게 다르고, 파악하기도 힘들고 주관적이라는 거였어요. 답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거였죠. 또 오늘 하는 작업이 다음 날 보면 이상해 보이고,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도 적응하기 힘들었고요. 스트레스 때문에 낙지 알레르기 같은 없던 병도 생겼어요. 퍼블리싱 업무는 디자인보다는 명확하고 심플했어요. 디자인은 이미지를 만드는 거라면, 퍼블리싱은 그걸 웹 개발에 이용할 수 있게 텍스트화시켜서 웹의 개체들로 만드는 거였어요. 그런데 일 자체는 재미있었는데, 한계가 보이더라고요. 퍼블리싱 작업만으로는 더 높이 올라가기 힘들 것 같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개발 쪽 공부를 시작했죠.

웹 개발을 어떻게 공부하셨어요?
HTML로 시작해 다음에는 자바 스크립트를 공부했어요. 그러면 점점 개발에 대한 개념을 익히게 돼요. 학원에 다닐까 고민하기도 하고 오프라인 강의도 들었는데, 정해진 진도가 있고, 개발마다 언어가 다르다 보니까 해당 프로젝트에 맞는 언어를 암기하게 되더라고요. 결국엔 독학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외국 문서를 많이 찾아봤어요. 다행히 신뢰를 잘 쌓아놔서 회사에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지원도 해줬어요. 그렇게 공부한 지 일 년쯤 됐을 때 완전히 개발자로 전향하게 됐어요. 그때부터 일로서 해야 하는 거니까 책임감도 생겨서 더 열심히 하게 됐어요. 의지와 적성, 환경 이렇게 삼박자가 다 갖춰졌죠. 처음에는 못할 것 같았던 개발 업무도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만약 혼자 개발 공부하라고 했으면 못 했을 것 같아요.

디자인과 개발은 어떻게 다른가요?
디자이너는 그림을 다루잖아요. 개발자는 글로 된 코드를 다뤄요. 디자인은 어떤 색을 쓸지, 어떤 레이아웃을 쓸지를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더 예쁘고 보기 좋은가를 보는 등 감성적인 부분이 많은데, 개발은 감성적인 것을 다 빼고 이성적인 머리를 써요. 쉽게 말하면 어떻게 하면 더 간결하고, 실용적이고, 합리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 그 길을 찾는 거에요. 방법이 여러 가지 있는데 그중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아야 해요. 말하자면 실용적인 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죠. 근데 결과물에서 느끼는 만족감은 똑같아요. 그림을 그릴 때도 내가 원했던 대로 그리면 완성 후 보람과 만족감을 느끼잖아요. 개발도 코드를 쭉 짰는데 원했던 대로 실행되면 창작자의 느낌이 들어요. 큰 만족감을 느끼죠.

지금은 어디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지금은 NHN Technology Services에서 일하고 있어요.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많은 서비스를 진단하는 팀이에요. 서비스들의 코딩이 제대로 됐는지, 규칙을 잘 지켰는지 검수하는 역할이죠. 다른 프로그램과 호환이 잘 되게 하기 위한 규칙도 있고,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국가에서 정해놓은 규칙도 지켜야 해요. 그걸 검수하기 위한 자동 진단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어요. 규칙이 계속 바뀌기도 해서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해주고, 자동으로 안되는 부분은 수동으로 진단하기도 해요. 그 외에도 다른 개발자들이나 퍼블리셔에게 표준과 규칙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알려주는 세미나, 강의도 하고 있어요. 이제 일한 지 4년 정도 됐네요.

개발하시면서 전공과 달라서 어려운 점이 있나요?
대단히 많아요. 개발 자체가 보통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한 친구들이 많잖아요. 개발을 접한 지가 적어도 4~5년 정도 차이가 나니까 느끼는 이론에 대한 부족함이 있죠. 프로그램의 구조를 알기 위해서는 개념을 알아야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당연한 것들을 저는 계속 질문해야 했어요. 인터넷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진행하다 모르는 개념이 생기면 검색하고, 거기에서 다시 검색하고 하면서 하다 보니까 개발의 이론까지 가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공부를 많이 했어요. 실무는 그래도 이제 경력이 생겨서 큰 어려움은 없어요. 원래 이론이나 개념과 실무는 조금 다르기도 하고요.

일과가 궁금해요.
회사원이죠. 출근해서 이메일 확인하고, 회의가 있으면 회의에 들어가요. 주어진 개발 업무가 있으면 그 업무 일정을 잡고, 일정에 맞춰서 일을 쭉 해요. 회사 자체가 급하게 무언가 한다거나 수익을 내는 일이라기보다는 실수 없이 완벽하게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효율성보다 정확성을 기준으로 일을 진행해요. 야근은 거의 없지만, 회사에 있는 걸 좋아해서 가끔 일이 끝나고도 회사에 있곤 해요. 업무 스트레스가 적으니까 공간이 편안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렇게 평범하게 집, 회사를 반복하고 있어요.

디자인을 전공한 게 어떤 영향을 주나요?
디자이너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거 같아요. 팀 작업이 많다 보니까 팀워크와 소통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디자이너의 고충을 아니까 좀 더 도와줄 수 있고 의견도 낼 수 있어요. 어려움을 헤아리고 맞춰주려고 하기도 해요. 가끔 화면에서 작은 위치 차이 때문에 개발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러면 디자이너가 수긍할 수 있도록 기분 나쁘지 않게 설명해주고 아니면 반대로, 왜 이렇게 디자인했을지를 생각해 반영하기도 하고요. 다른 하나는 디자이너에게 맡겨야 할 일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거에요. 급하게, 간단하게 해야 할 일은 직접 할 수 있어요. 다른 팀에 요청하는 건 생각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오히려 귀찮을 때가 있거든요. 그런 시간을 줄일 수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있나요?
다행히도 이 일이 적성에 잘 맞아서 계속 코딩만 하고 싶어요. 하지만 사회에서는 그러면 승진에 제약도 있고, 새로운 기술이나 언어에 관한 공부도 계속해야 해요. 하지만 그런 걸 습득하는 능력은 아무래도 신입들에게 밀리는 게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이 많아요. 계획도 사실 특별한 게 없어요. 어쩌면 그래서 이렇게 전직을 하는 게 수월했던 것 같아요. 명확한 계획이 있으면 그 것 때문에 다른 걸 선택하는 걸 주저하게 되잖아요. 그렇지 않은 성격이라서 선택하는 게 어렵지 않았어요. 최근에는 취미로 그림을 그려보자 생각했는데, 흥미도 못 느끼고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접었어요. 나중에 여유가 생기고 뭔가 해야겠다는 결심이 서면 아마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겠죠?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계속 갖고 있던 꿈은 애니메이션을 하나 만드는 거에요.

개발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해요.
개발 공부를 하다 보면 ‘할 수 있겠다, 없겠다’에 대한 판단을 스스로 어느 정도 느낄 거에요. 한 가지 분명한 건 계속하면 결국 되긴 되요. 꼭 개발 이론을 전공하고, 컴퓨터밖에 모르는 그런 사람이 아니어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중요한 건 재미를 느끼느냐는 거에요. 그리고 어떤 개발을 했을 때 재미를 느끼는지, 예를 들어 게임인지 홈페이지인지, 데이터인지 그런걸 찾아서 공부하는 게 좋아요. 재미를 느끼면 시키지 않아도 공부를 하게 되거든요. 자기가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차근차근 하고, 포기를 안 하면 좋겠어요.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다 뒤돌아보면 엄청나게 많이 나가 있을 거예요.

진로 결정에 대해 고민하는 후배들에게도 한마디 부탁해요.
제가 웹디자인을 처음 시작한 게 큰 이유가 아니었잖아요. 이렇듯 삶이라는 게 계획한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현재 상황에 맞게 선택한 것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 안에서 스스로 적성을 찾게 되고, 그 거에 맞는 일을 하게 되더라고요. 고민은 좋지만, 걱정은 하지 마요. 아무 경험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뭐하지, 뭐하지’하는 것보다 무작정 아무 일이든 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것 같아요. 일하다 보면 환경에 따라서 고민이 계속 생길 거에요. 그때그때 맞는 선택을 하면서 찾아가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요.

2018년 10월 27일 강남역 부근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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