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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회 서울 소방안전 작품공모전 웹툰부문 대상>



<24시간 잠들지 않는 119구급대원>

김윤수


원광대학교 시각정보디자인과 중퇴
구로소방서 소방행정과 교육홍보팀 홍보담당
前 서울소방재난본부 양천소방서 신트리119안전센터 화재진압 담당


안녕하세요. 세이프타임즈에서 소방관을 주제로 그림 그리는 걸 보고 연락드려 뵙게 됐어요. 반갑습니다. 이렇게 소방서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해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서울 구로소방서 교육홍보팀에서 홍보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윤수 소방관이에요.

미술은 언제 시작했고, 이유는 무엇인가요?
만화를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때는 드래곤볼이 유행해서 손오공을 많이 따라 그렸고, 중학교 때는 슬램덩크를 자주 그렸어요.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그림을 좋아했거든요. 만화를 따라 그리면서 매력을 느끼게 되었어요.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린 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예요. 인문계 고등학교였지만 야간에 미술학원을 등록해서 미대 준비를 시작했죠. 그때는 진로를 생각하기보다 공부에 대한 흥미는 없고 그림은 재밌어서 대학을 가기 위해 시작했던 거예요.

저도 어릴 때 포켓몬스터를 많이 따라 그리던 기억이 나네요. 그럼 학교생활은 어땠어요?
대학교 2학년 1학기까지 다니고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했어요. 그때 초등학교 행정실에서 일했는데, 같이 일하던 교육 공무원이 하는 일에 매력을 느꼈어요. 그래서 군 복무하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틈틈이 했고, 전역 후 복학을 안 하고 바로 본격적인 공무원 시험공부를 시작했죠. 시간이 지나고 복학을 안 하면 중퇴처리가 되는 선택의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까지 공부한 것이 아깝기도 했고 꼭 붙어야겠다는 오기가 생겨서 학교는 중퇴하고 계속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어요.

그럼 공무원 시험 준비를 몇 년 하신 거에요?
25살부터 30살까지 했으니까 5년 정도 했네요. 고등학교 때부터 예체능을 준비하다 보니 영어, 국어 등 기초 과목에 대한 기반이 없어서 많이 힘들었어요. 말했다시피 처음에는 교육 공무원을 준비했는데, 계속 떨어지니까 다른 선택지를 생각하게 됐어요. 선택지에 경찰과 소방이 있었는데, 소방이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 더 보람있게 일할 것 같아서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어요. 그동안의 공부 덕분인지 소방공무원은 1년 정도 준비를 해서 합격할 수 있었어요. 솔직히 말해 마음속으로는 대학 때 전공한 것도 있으니, 소방서에 들어와서 소방 홍보와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어떻게 준비했어요?
집 근처 고시학원에서 2년 정도 공부하고, 나머지 3년은 고시학원 독서실에 등록해서 다녔어요. 인터넷 강의도 듣고, 스터디그룹도 찾아다녔고요. 정말 힘들었어요. 하루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공부하고 있는데 저 혼자 잠을 자다가 깨어나 스스로 자책하는 꿈을 꾸기도 했어요. 그만큼 압박감이 심했죠. 가장 힘든 건 외로움이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노는 계절 혹은 노는 날에 혼자서 공부하고 있을 때 특히요. 그나마 혼자 독서실에서 PMP로 영화 보기도 하고, 산책도 하며 약간의 여유를 갖곤 했죠. 주변 어른들이 그만두라고 할 때도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도 오기로 합격했죠.

고생을 많이 하셨네요. 중퇴하고 장기간 공부를 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인 것 같아요. 그럼 소방 홍보 일은 언제부터 시작하신 건가요?
합격하고는 양천소방서에서 6년 반 정도 현장에서 화재진압을 했어요. 그 후 6개월은 구조대원으로 일했고요. 현장에서 일할 때는 3교대로 일했어요. 출동이 생기면 나가고, 아니면 서에서 대기하죠. 한번은 죽을 뻔한 일도 있었어요. 공장 화재 현장이었는데, 다행히 내부에 사람은 없었지만, 진압을 하다가 공기 부족으로 기어 나왔죠. 실제 화재현장은 숨도 쉬기 힘들고 한 치 앞도 안 보일 정도예요. 정말 힘들죠. 그렇게 현장에서 소방관 생활을 하다가 구로소방서에 홍보담당자 자리가 비면서 오게 됐어요.

홍보 담당 소방관은 어떤 일을 하나요?
원래는 소방에서 하는 행사 사진을 촬영하는 게 주 업무였는데 지금은 역할이 많이 확대됐어요. 먼저 언론 기사 체크하고 이슈거리를 체크를 하고 사건이 발생하면 언론 매체와 소통하고, 일정 조율 및 중재, 민감한 사항은 보도하지 못하게 조치하는 등의 대응을 해요. 우리 서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해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하는 일도 하고 있어요. 행사를 기획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일도 해요. 그리고 본부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참여하기도 하고, 도와주기도 해요. 요즘에는 조직이 크려면 홍보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어요. 특히나 어르신, 아이 등 취약계층을 위한 콘텐츠를 많이 만들려고 해요. 크게 보자면 이렇게 언론 보도 담당 업무, 행사 참여 및 아카이빙, 본부행사 지원 등 3가지 일을 하고 있어요.

생각보다 다양한 일을 하네요. 요즘 일과가 궁금해요.
지금은 내근이라 큰 사건이 없으면 주로 사무실에 있어요. 원래는 아침 9시부터 6시까지가 근무시간인데, 저는 7시에 출근해서 9시에 퇴근해요. 그때그때 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 자발적으로 일을 더 하는 편이죠. 언론이 금방금방 변하기 때문에 타이밍을 놓치면 힘들거든요. 출근해서 전날의 사건들, 언론 동향을 체크해요. 그리고 그날 해야 할 일들을 체크하면서 해나가죠. 행사가 있으면 지원을 나가고, 행사 기획을 하기도 해요. 본부에서 진행하는 일은 큰 기획이 본부에서 내려오지만, 우리 서는 어떤 행사로 참여할지를 기획해요. 이번에 여의도에서 세이프 서울 한마당을 여는데, 저희 서는 대형벽화를 그리기로 했어요. 보통 소방 체험을 많이 하는데 좀 더 눈길을 끌 만한 이벤트성 행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기획했죠.

디자인을 공부한 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소방관이긴 하지만 예술인의 피가 흐른다고 할까요? 제 감성이 예술을 쉽게 벗어나지를 않아요. 사실 그런 모임도 만들고 싶은데 시간도 많지 않아서 못하고 있어요. 지금은 우리 조직의 또 다른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려고 해요. 소방관으로 일하며 서울 소방에서 주최한 공모전에서 웹툰으로 한번, 영상으로 한번 대상을 탔어요. 그리고 아이러브119라는 소방서 내 잡지에 그림을 싣기도 하고요. 현장에 나갈 때는 못 느꼈는데 지금은 홍보 일을 하니까 제 성향과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잘 맞는 일을 만난 것 같아 참 보기 좋네요. 지금 가지고 있는 계획이나 꿈이 있나요?
서울 소방에서 김윤수라고 하면 ‘그림 그리는 소방관’, ‘생명을 살리는 디자이너’라는 이름이 따라왔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소방관들의 얼굴과 표정을 담은 초상을 많이 그렸는데, 전시도 하고 싶어요. 작품활동도 꾸준히 하고 싶은데, 요즘은 세이프타임즈라는 시민이 기자가 되어 글을 올리는 곳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어요. 실제 그 생활을 하면 대상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잖아요. 소방관의 기쁨, 슬픔, 애환을 잘 그려내어 시민과 소통하고 싶어요. 그리고 요즘 영상에 관심이 많아져서 서 내에서도 여러 시도를 해보고 있어요. 나중에는 방송통신대학 같은 원격교육기관을 통해 디자인을 다시 배우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은 후배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해요.
선택은 스스로 하는 거니까 이상을 택하거나 현실을 택하거나 둘 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혹시나 이상을 좇다가 타협을 하게 돼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디를 가도 쉽지 않고 직접 해보기 전에는 몰라요. 저도 소방관을 택할 때 ‘불쌍하다’, ‘어렵다’, ‘힘들다’, ‘죽을 수도 있다.’ 이런 말을 많이 들었는데 막상 그 속에 들어오니까 그렇지 않더라고요. 또, 이제는 배경이 중요한 사회가 아니고 전문 지식이 중요한 사회에요. 우리 삶을 보면 디자인이 안 된 곳이 없거든요. 아직도 디자이너를 프로그램 잘 다루고 그림 잘 그리는 사람으로 보는데, 사실 어떤 시작과 끝을 알고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디자인 전공자는 전문 기술이 있으니까 언젠가 빛을 발하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좋아하는 걸 따라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2018년 10월 16일 구로소방서 내 식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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