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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4학년 재학


안녕하세요. 인터뷰 신청해줘서 고마워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해요.
자기소개가 참 어렵더라고요. 저는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4학년이 이제 와서 된 김혜수예요.

미술을 언제부터 시작했어요?
저는 오랫동안 미술을 했어요. 아마 기억하는 순간부터 그림을 그린 것 같아요. 엄마가 유치원 미술 선생님이셔서 항상 어떤 걸 가르쳐 주실 때 그림으로 가르쳐 주시고, 놀이도 그림과 관련된 거로 했어요. 그래서인지 어린시절엔 장래희망이 쭉 화가였어요. 학원도 입시 미술이 아닌, 재밌게 할 수 있는 곳을 갔어요. 그래서 질리지 않고 더 오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중· 고등학교 모두 예술계 학교로 갔어요.

디자인 과로 입학한 이유는 뭐에요?
초등학교 때 항상 미술은 상위권이었는데 예중을 오니 잘하는 애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리고 예고를 당연히 가야 할 것 같았어요. 그렇게 예중에서는 예고 입시를 했고, 예고에서는 미대 입시를 했어요. 중학교, 고등학교부터 엄청난 경쟁을 경험했죠. 경쟁이 심하다 보니 시기와 질투도 많았고, 분위기에 부담도 느끼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주눅이 많이 들었었죠. 원래 회화 전공이었는데 대학교 과를 정해야 할 때 사진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원하기 전 커리큘럼을 다 봤는데, 홍대 시디과 안에 사진 수업도 있고, 시나리오 수업, 사운드 수업도 있더라고요. 자율전공에 지원해 일단 시디 과를 가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외 학교는 다 회화과를 지원했어요. 수능을 밀려 써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행히 정시에 합격해 자율전공으로 입학했어요.

예중, 예고는 또 그런 어려움이 있군요. 상상이 안 가요. 그럼 대학교에서는 어떤 걸 경험했어요?
입학 전에 예비대학을 갔는데, 낯가리는 성격 그대로는 아무도 못 사귈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정모나 대면식 같은 학교 행사를 거의 다 갔어요. 힘들었어요. 게다가 1학년 때 배우는 기초실기 수업도 예중 예고를 나온 저에게는 너무 반복되니까 흥미가 없었어요. 2학기 때도 정말 바빴는데, 과대표도 하고 집행부도 하고 과 내의 행사는 대부분 갔어요. 미대 밴드에도 들어가 활동하고요. 근데 매일 밤새고 바쁜데 얻는 건 없고, 사람들과의 관계는 여전히 힘든 거에요. 그래서 주전공 신청할 때 회화과로 가려고 하다 마지막 날에서야 다시 시디과로 바꿨어요. 그만큼 고민이 많았죠. 다행히 2학기 때 타이포그래피를 재미있게 들어서 마음을 붙였고, 타이포,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수업을 들었어요. 학교 다니는 내내 바쁘고 잠도 잘 못 자고, 끼니 대신 커피로 배 채우고 그러니까 몸이 많이 안 좋아지더라고요. 그래서 휴학을 했어요.

시디 과의 숙명인가요. 슬프네요. 휴학하고는 뭘 했어요?
조금 쉬다가 인턴을 했어요. 소규모 그래픽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일했죠. 하지만 처음 생각과는 정반대였어요. 작은 스튜디오였음에도 상하관계가 분명했고, 분위기도 생각만큼 좋지 않더라고요. 사람 수와 비교하면 너무 일이 많아서 소화해내기가 벅차서 야근도 자주 했어요. 또 작업이 제 이름이 아닌 스튜디오 이름으로 나가는 것도 마음이 허했어요. 거기다 성차별적 발언을 듣고 차별대우를 받으면서 회사와 점점 멀어졌어요. 에이전시의 현실과 어려움을 뼈저리게 느꼈죠. 6개월을 일했는데 마지막 2개월은 맡았던 프로젝트만 재택근무로 소화해냈어요. 그마저도 나쁘게 끝나 배신감도 느꼈고 6개월이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어요. 일하면서 겪은 좋지 않은 이야기들, 좋아하던 디자이너의 겉과 다른 모습 등 한국 메인 디자인계라고 할 수 있는 곳의 민낯을 보니까 디자인계에 완전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계약 기간이 끝난 후 한국을 떠나 독일로 교환학생을 갔어요.

씁쓸하네요. 그렇게 떠난 교환학생 생활은 어땠나요?
원래도 공간에 관심이 많아서 공간 디자인 수업만 들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수업이랑 너무 달라서 당황스럽긴 했는데, 잘 자고, 잘 먹고, 스트레스를 많이 안 받아서였는지 생각하던 수업이 아니어도 좋은 거에요. 당시 인턴 경험 때문에 한국의 디자인계에 질렸을 때이기도 해서 외국으로의 취업을 생각하게 됐어요. 독일에서 가장 많이 느낀 게, 내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내 생활이 보장된다면 상관없겠다는 느낌이었어요. 디자인을 직업으로 삼게 되면 내가 좋아하지 않는 걸 해야 하니까 감내해야 하는 게 많을 것 같기도 했고요. 돈은 다른 거로 벌고, 디자인을 여가에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졸업 전시는 어떤 작업을 할 계획이에요?
2학년 때 만들고 싶은 책을 구상했는데, 폰트를 고르는 게 어렵더라고요. 그때 책을 거의 처음 만들었는데, 흥미로워서 이후로도 책 작업을 꽤 했어요. 시간이 지나니까 그때 폰트 관련 고민을 해결하지 못한 게 마음에 계속 걸리더라고요. 제가 만든 폰트로 책과 여러 작업물을 만들 예정이에요. 주변 친구들이 왜 갑자기 폰트 만드느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사실 꽤 예전부터 생각한 작업이에요.

요즘 가지고 있는 고민이 있나요?
디자인은 클라이언트가 있고 목적이 있는 작업인데, 저는 그렇지가 않아요. 그냥 좋아서 작업하는 작가 성향이거든요. 누군가를 위해서 작업하는 게 아니다 보니 프리랜서가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디자인이 아닌 아예 다른 거라면 어떤 무언가를 해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그 무언가가 무엇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해외에서의 삶도 생각하고 있어요. 이것저것 구상하는 걸 좋아해요. 공간도 재미있고, 사운드도 재미있고, 회화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저를 뭐라고 부르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디자이너라고 하기에는 다른 디자이너들이 하는 일들이 재미가 없는 것 같아 고민이에요.

지금 가지고 있는 미래에 대한 계획이 있어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어요.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만드는 것도 좋아하니까 출판사를 갈까 싶어요. 조판하는 오퍼레이터도 괜찮고요. 그게 아니라면 VMD로 일하고 싶기도 해요. 사무실에 종일 앉아있는 건 답답하거든요. 또 가르치는 것도 좋아요. 아르바이트를 여러 가지 했지만 가장 스트레스를 안 받은 게 입시학원에서 중학생 가르치는 아르바이트였거든요. 하지만 어떤 일을 하는지보다는 개인 생활이 보장되는 환경에서 일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나중에는 돈 받는 일과 작업을 분리하고 싶어요. 일은 일이고 작업은 작업으로 할 수 있게요. 제가 작업 욕심이 많아서 작업이 생계와 연결되면 힘들 것 같아요.

‘안녕, 디자이너’에 한마디 부탁해요.
저는 한번도 제가 디자이너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과연 스스로 디자이너인지를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제가 볼 때는 그것을 굳이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 프로젝트 같아서 좋아요. 전 앞으로도 저 자신을 디자이너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2018년 6월 1일 Same Shit Coffee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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