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Book     Interview    Contact     Facebook     Instagram



김지수


건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졸업 ’16
plusX 전략기획자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안녕, 디자이너’를 하며 보고 싶었지만 보지 못했던 친구들을 보게 되어 기쁘네요. 함께 미술학원에서 동고동락한 분이시죠. 먼저 자기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건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를 졸업한 김지수에요. 졸업하기 전부터 디자인은 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다른 길을 고민했고, 졸업하면서 디자인은 바로 그만두었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PlusX라는 브랜드 전략 및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브랜드 전략기획자로 일하고 있어요. 이제 3년 차가 됐네요. 브랜드 경험이 도출되기까지의 브랜드 방향성에 대한 전략, 컨셉 등을 논리적으로 도출하고 만들어내는 것이 주요 업무에요. 재미있고 자유로운 생각을 지닌 클라이언트를 만난 덕분에 즐거운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요즘은 업무 외적으로 갖는 나만의 시간에 좀 더 생산적인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바쁘신 중에 시간 내주셔서 고마워요. 그럼 좀 거슬러 올라가서 미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유치원 때부터 미술 이외의 다른 분야를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취미로 미술을 제대로 배우고 나서부터는 소묘를 특히나 좋아했죠. 입시 미술 학원은 고등학교 때부터 다녔어요.  예중이나 예고를 가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반대하셔서 못 갔어요. 중, 고등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하며 꾸준히 설득해서 결국 미대 진학을 허락받았죠. 미술을 하는 주변 친구들을 보니 대학교를 디자인 쪽으로 가더라고요. 대세의 흐름에 흘러가는 것처럼 저도 디자인 쪽으로 지원하게 되었어요. 원래 산업디자인 과를 지원했었는데 재수를 하며 생각해보니 ‘내가 가진 표현력의 방향이 시각디자인에 더 맞지 않나’라는 생각에 시각디자인과를 지원했죠.

대학 생활은 어떠셨나요? 김지수는 어떤 학생이었어요?
눈에 띄는 것도 싫었고, 나서는 것도 싫었고, 전공을 생각하면 내면적으로 마음이 많이 복잡했어요. 사춘기 때보다 심한 내적 갈등을 겪었죠. 스스로가 정확히 무엇을 좋아하는지, 디자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거나 들여다보지 않고 무작정 대학을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전공을 결정해버린 탓에 학교생활을 마냥 즐겁게 하진 못한 것 같아요. 디자인이 답답하고 정제된 갑옷처럼 느껴졌어요. 노트북으로 그래픽 툴을 다루어야 하는 것도 제 성향에 맞진 않았죠. 종이 위의 연필 맛을 좋아하고 스스로가 툴이 되는 것이 편한 사람이었으니까요. 하고 싶은 것과 지금 하는 것 사이에서의 괴리가 컸어요. 게다가 과 커리큘럼에 회화 베이스의 수업이 전혀 없었거든요. 제가 느끼기에 1학년 때부터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 기본적인 그래픽 툴을 배우고 2학년 때부터 ‘배운 툴로 작업을 해봐라!’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우리 학교는 1학년 때는 기초 실기를 배우고, 그래픽 툴도 집중적으로 배우지 않는데 많이 다르네요. 그래도 대학 때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나요?
3학년 때 들었던 아이덴티티 수업이 기억에 남는 데요. ‘무언가를 해야겠다, 하고 싶다’ 라는 의지를 만들어 준 매우 고마운 수업이에요. 디자인하는 행위보다 왜 이런 디자인이 나왔는지 그 논리와 흐름이 중요하다고 하시는 거예요. 물론 이전에 들었던 다른 수업들도 그런 것을 물어보긴 했지만, 이를 집중적으로 한눈에 보이는 프로세스로 정리하고 ‘전략’을 세우고 비중 있게 다뤘던 수업은 처음이었거든요. 결과물보다는 과정에 더 초점을 맞춘 수업이었어요. 이때 예시로 PlusX를 들어주셨어요. 작업들의 논리와 흐름에 공감이 가고 시각적으로도 굉장히 뛰어났죠. 디자인 결과물을 만드는 것은 흥미가 없지만, 논리와 전략을 다루는 거라면 해보고 싶었어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자신감도 들었고요. 이때 이 수업을 듣지 않았다면 지금 어디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잘 모르겠네요.

지금의 김지수를 있게 한 정말 중요한 수업이었네요. 졸업 전시 작업은 어떤 걸 했어요?
인포메이션, 비주얼커뮤니케이션, 영상, 미디어 중 두 개의 스튜디오를 선택하여 작업해야 했어요. 저는 영상과 미디어를 선택했죠. 영상 작업은 제가 꿈을 자주 꿨기 때문에 꿈 일기를 엮은 작업을 했어요. 아날로그답게 손으로 한 장 한 장 그림을 그려 만들었죠. 3D나 에펙을 능력껏 다룰 정도도 안 됐고, 툴을 사용하는데 시간과 마음을 투자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미디어 작업은 게임이나 미디어에서 폭력이 정당화되는 걸 표현하려 했어요. 게임이나 미디어 안에서 폭력을 정당화시키고 정의로워 보이게 만드는 ‘스토리’라는 요소를 아예 없앴어요. 그리고 게임과 전혀 상관없지만 폭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요소로 게임을 만들어 오락기에 구현해냈죠. 졸업 전시를 준비할 때 디자인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해서 졸업전시 자체에 욕심이 크지 않았는데, 미디어 작업은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재미있게 진행했어요.

디자인이 아닌 다른 일을 하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디자인이 너무 재미없었지만 그런 현실과 저 자신을 인정하기가 힘들었어요. ‘미술만 생각하며 살았는데,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지?’ 라는 생각에 현실의 상황을 모르는 척하고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2학년 때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생기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하여 깊게 생각을 해봤죠. 내가 가진 장단점을 정확히 보고 인정해야만 한 번 사는 인생에서 자신을 스스로 존중하며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때 혼자 생각을 정리하며 어느 정도 명쾌하고 현명한 답을 얻었고 이는 나의 적성이나 진로에까지 영향을 주게 되었어요. 디자인도, 전공이기 때문에 맞지 않음을 알고도 놓지 못한 채 매달린 것을 깨닫고, 자신을 인정하니 가두고 있던 프레임을 벗어날 수 있었죠. 이 때문에 몇 년 동안 쌓아올린 노력을 뒤로하고 다른 일을 하기로 선택할 수 있었어요.

졸업하고는 어떻게 지냈나요?
졸전을 준비하면서 토익 공부도 하려고 했는데, 막상 보니 시간이 넉넉하지 않더라고요. 졸전을 마치고서야 토익 공부를 시작했어요. 사실 제가 선택한 길이긴 하지만 그 1~2주를 공부하는 동안 엄청나게 막연한 불안함이 밀려오더라고요. 그런데 공부를 시작하고 딱 1주일 만에 PlusX의 공고를 보게 된 거에요. 게다가 BX 기획자 신입을 뽑고 있었어요. 그 날부터 1주일 동안 밤을 세워 과제와 서류를 준비했죠. 힘들긴 했지만, 학교에서 느껴보지 못한 재미와 성취감도 느꼈어요. 정말 신기했어요. PlusX 덕에 브랜드 디자인 경험 전략 및 기획이라는 분야가 있다는 걸 알았고 딱 그런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는데, 실제로 지원을 하게 됐으니까요. 좋은 디자이너가 있는 회사에서 제가 수립한 전략을 높은 퀄리티의 작업물로 만들어 내고 싶었는데 운이 좋았는지 합격해서 아직 일하고 있네요.

plusX는 디자인회사잖아요. 제가 생각할 때는 큰 범주로 디자인의 일을 하는 것 같은데, 디자인 업무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사실 우리가 하는 일은 모두 디자인이 될 수 있어요. 시각적인 것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으로 정의하는 디자인인데 가구를 어디에 놓을지, 엄마가 점심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것도 디자인인 거죠. 다만 업무상에는 차이가 있어요. 기획자는 의뢰한 브랜드가 어떤 자산을 가졌는지, verbal 아이덴티티, 슬로건, 에센스, 핵심가치, 내부 구성원의 생각, 속한 시작의 카테고리,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해요. 디자이너는 가독성, 색채, 아이콘, 톤앤매너 등 시각적인 걸 기준으로 생각 하죠. 같은 리서치를 해도 디자이너와 기획자가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고, 결과물도 달라요. 기획자는 주로 paperwork로 하거든요.

일과는 어떻게 보내나요?
아침에 출근해서 음료를 뽑고 자리에 앉아 컴퓨터와 메신저를 켜요. 업무 메일을 확인하고 답변을 하죠. 기존에 하던 업무가 있으면 계속 이어나가고, 새롭게 회의가 필요하면 회의를 진행해요. 내용이 결정되면 디자이너와 이사님에게 보여드리고 내부적인 리뷰를 진행해서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논해요. 이런 내부 과정 이전엔 클라이언트 인터뷰를 가기도 해요. 다양한 관련자와 이야기를 나눈 후 인터뷰 자료를 정리한 다음 우리가 내부 구성원들에게서 얻어낼 정보나 인사이트가 무엇인지, 전략에 어떻게 녹이면 좋을지 고민을 해요. 가끔은 현장에 나가서 시장조사를 하거나, 업계 분석을 하기도 하죠. 가끔은 클라이언트를 설득하는 데 오랜 시간을 들이기도 해요. 한 번 이렇게 전략을 확정 지으면 이를 바탕으로 디자이너가 비교적 마음 놓고 디자인 작업을 진행해요. 전략에서 문제가 생기면 디자인도 문제가 생기니까요. 그 후로 계속 리뷰를 해요. 초반 리뷰에는 같이 참석하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다른 프로젝트를 맡아 같은 프로세스를 반복해요.

디자인 과를 나온 것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나요?
디자이너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비교적 쉬워요. 디자인 관련된 이야기를 해도 디자인 쪽 경험이 없던 기획자들과는 다르게 모두 알아들을 수 있고, 이해도도 굉장히 높죠. 기획자와 디자이너의 사이가 좋지 않은 회사도 다수 있다고 들었는데, 적어도 지금 일하고 있는 환경 안에서는 서로의 프로세스를 이해하지 못하여 오해가 생기는 일은 없다고 확신해요. 또 장표를 만들 때 자료를 좀 더 효과적으로 시각화하여 이해도와 설득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죠.

요즘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요?
인간관계에서 중간을 찾는 게 어려워요. 적당히 예의를 지키면서 친하게 지내는 그 지점을 찾는 게 쉽지 않네요. 그리고 벌써 서른이 다 되어가는 3년 차 회사원인데, 스스로 만족한 적이 별로 없어서 고민이에요. 프로젝트가 잘 끝나도 스스로 잘했다는 느낌보다는 ‘이번에도 민폐를 끼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꽤 있어요. 스스로 관대했으면 좋겠는데 잘 안되네요. 또, 평생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없다면 ‘내가 더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찾고 있어요. 우선 취미활동으로 블록도 만들고, 인형도 만들고 게임을 하기도, 보기도 하고, 언어도 배우고 있는데, 아직 꾸준히 할 수 있는 활동을 못 찾았네요.

지금 가지고 있는 꿈은 어떤 건가요?
일단은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더 배우고 싶어요. 어떤 회사를 가던 결국은 비슷할 것 같아서 이직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아요. 더 높은 직급으로 가면 그 자리의 책임감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도 보면 대학에서 작업할 때와 직장에서 작업하는 건 차이가 크더라고요. 인터뷰지를 작성할 때도 질문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의문을 갖고 답을 찾아가는 등 좀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됐죠. 어떤 브랜드의 logic을 짤 때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야 하니까 더 깊게 생각하고 정리해요. 사고하는 방식이 3년 전과는 약간 달라졌죠. 아직 부족하지만 이렇게 더 경험을 쌓고 싶어요.

디자이너가 아닌 다른 일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마디 부탁해요.
겁을 먹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에 부닥쳐 있는지, 인정하는 것이 무섭다는 것을 알지만 한 번 인정하게 되면 여러 가지 가능성이 눈에 보일 거라고 생각해요.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저 또한 실제로 그런 과정을 겪어봤고 어쩌면 지금도 그런 과정을 걷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어차피 한 번밖에 못 사는데 자신에게 솔직하고 그 솔직한 마음을 존중해줄 수 있는 결정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재수하면서 느끼게 된 사실인데, 조금 늦는다고 뭐가 크게 어긋나거나 잘못되진 않아요. 사회의 시선이 무섭고 간혹 가족의 기대도 저버리겠지만, 시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긴장하지 말고 시도해보세요. 이 얘기들은 저 스스로에게도 계속해서 해주고 싶은 얘기들이에요. 누가 옆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더라도 결정은 스스로 하는 것이니, 고민은 하되 후회하지 말고 주도적으로 결정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적으로 단단해질 수 있어요.

2018년 5월 22일 올라쉑에서

COPYRIGHT 2018-2019 안녕디자이너 ALL RIGHTS RESERVED.
︎ hiorbye.d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