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건국대학교 시각정보디자인과 졸업 ’12
고양이와 강아지 용품상점 겸 과자점 ‘그냥, 점례’ 운영자
유튜브 ‘점례친구 은쌤’ 채널 운영
안녕하세요. 페이스북 ‘망원동좋아요’라는 그룹에 글을 올렸었는데, 이렇게 선뜻 인터뷰를 해주셔서 고마워요. 앞에 한 분을 인터뷰했는데, 신기하게도 두 분 다 반려동물 관련 일을 하고 계시네요. 그럼 먼저 자기소개 부탁해요.
저는 건국대학교 시각정보디자인 과를 졸업한 이은주라고 해요. 지금은 아동 미술 강사를 하면서 망원동에서 강아지, 고양이 소품과 간식을 만드는 가게도 운영하고 있어요.
처음에 미술은 어떻게 시작하셨고 디자인과는 어떻게 선택하셨나요?
6살 초반, 7살 때쯤에 시작했는데, 저희 집에는 예술 계통으로 일하시는 분이 없어서 조금은 걱정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입시는 고등학교 마지막에 짧게 했어요. 원래 회화를 전공하고 싶었는데, 어머님이 홍대를 갈 게 아니면 디자인 과를 가라고 확고하게 말씀하셔서 디자인 과를 오게 됐어요. 결과적으로는 아주 좋은 선택이었지만요.
학교에 다닐 때의 이은주 님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공부 아니면 술밖에 몰랐어요. 노는 걸 좋아했지만,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서 장학금을 타야 했거든요. 1, 2학년 때는 놀면서도 억지로라도 공부를 해야 했고, 3학년 때는 학생회장을 하며 장학금을 받아서 공부를 조금 덜 하고 더 재밌게 놀았어요. 사실 학교생활이라고 하면 놀면서도 성적관리를 위해 억지로 공부했던 게 다였던 것 같아요.
졸업 작업은 어떤 작업을 하셨나요?
저희 학교가 졸업전시를 크게 하는 편이에요. 작품도 4가지를 해야 했어요. 책, 광고와 포스터, 패키지 디자인을 했는데 다 주제가 달랐어요. 교수님이 다 다르다 보니까 평가도 다 따로 받았죠. 통과하지 못하면 졸업을 못 하니까 열심히 했어요. 패키지디자인 작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쌀 패키지를 했어요. 벼 모양 하나하나를 큐브로 만들어서 혼밥족을 위한 한 끼 식사로 포장했죠. 교수님들이 열정이 많으셔서 서울에서 전시도 하고, 그중 몇 개를 뽑아서 미국 학교에서도 전시하고 그랬어요.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하신 건가요? 어떤 일을 하셨어요?
저희 과는 상업적인 작업보다는 예술적인 작업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디자인에 관한 공부도 깊이 하는 걸 선호했고요. 취업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죠. 그래도 다행히 학교 내에 취업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 득을 크게 봤죠. 저는 졸업하면 당연히 대기업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원한 여러 곳 중에 큰 언론사의 광고 기획 쪽에 취직하게 됐어요. 그런데 회사 생활이 정말 맞지 않더라고요. 지루하기도 했고, 한 곳에 가만히 앉아서 집중하는 걸 어려워했거든요. 얼마 안 돼 더 자유로운 곳을 찾아 디자인 에이전시로 옮겼어요. 에이전시는 앞의 회사에 비해 작업량이 정말 많더라고요. 한 달 정도 일했는데, 더 있으면 이곳에 머물러야만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만 뒀지만, 다행히도 프리랜서로 6개월 정도 계속 일을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프리랜서로 일하기도 쉽지 않았죠.
대기업을 그만두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물론 에이전시도요. 그럼 그 이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사실 회사에 다니면서 많이 힘들었어요. 우울증도 왔죠. 고민을 많이 했어요. 디자인을 그만두려고 하니 주변에서 ‘몇 개월 다니지도 않고 재미없다고 하냐’, ‘후회할 거다’, ‘거만하다’와 같은 부정적인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가만히 앉아서 일하는 건 정말 제 적성에 맞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을 하긴 했지만, 다른 일을 해야겠다고 분명히 정하게 됐어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주말 아르바이트로 베이커리 카페에서 일했는데, 재밌고 잘 맞더라고요. 마침 사장님이 직원을 제안하셔서 다 정리하고 직원으로 일하게 됐어요. 1년 6개월 정도 일 했는데,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그만두게 됐어요.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선배의 제안으로 아동 미술학원 일을 하게 됐어요. 유치부, 초등부를 대상으로 아이의 성격과 적성에 맞춘 눈높이 수업을 하는 곳이었죠. 그런 수업을 하면서 저도 하고 싶은 것을 찾게 되었고 어렵지 않게 실행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냥, 점례’는 어떻게 여시게 된 건가요?
카페 일이 재미있긴 했지만, 격에 맞지 않는 사람과 예의가 없는 사람들이 종종 오시더라고요. 그런 것 때문에 많이 지쳤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남동생이 강아지 ‘점례’를 데리고 온 거에요. 덕분에 상처도 치유되고, 마음을 주다 보니까 ‘점례’에게 몰두하게 된 거죠. 그러다 보니 더 건강한 간식을 먹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공부를 하고 만들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영상을 찍었어요. 그때 하던 아동 미술학원 일이 확대되어 아동 미술 관련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강아지 간식을 콘텐츠로 영상을 만들어보자!’ 이렇게 된 거죠. 그게 지금 운영 중인 ‘점례 친구 은쌤’이에요. 그렇게 점점 깊이 있어지고, 남편도 하던 일을 그만두기로 해서 같이 이렇게 가게를 차렸죠.
이은주 님에게는 점례가 정말 큰 의미겠네요. 공간도 너무 예쁜데요. ‘그냥, 점례’ 소개 부탁해요.
‘그냥, 점례’는 고양이와 강아지의 건강한 간식을 만들고, 함께하는 생활을 더 행복하고 즐겁고 유쾌하게 만들어 주는 소품을 파는 가게에요. 반려동물을 주제로 여러 가지를 파는 잡화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디자인 소품샵은 많지만, 이렇게 특화돼서 파는 곳은 많지 않아서 재밌게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저도 정말 재미있고요. 1년 정도 하니까 많은 분이 찾아주시더라고요. 주말에는 간식 만들기 클래스도 열고 있어요. 지금은 직원이 저와 남편뿐이니까 하루에 12시간 정도 일해요. 좀 오래 일하는 편이죠. 촬영을 갈 때 빼고는 여기에서 간식을 만들고 팔아요. 그래도 절대 회사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회사에는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지금이 훨씬 즐거워요.
디자인과 전공하신 게 지금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디자인 회사에 다니지는 않지만, 이 모든 게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보면 아동 미술이던 반려동물 과자를 만들건 색깔, 조합, 배치, 비율, 타이포그래피까지 디자인을 공부할 때 배웠던 것이 다 쓰여요. 로고나 포스터도 제가 원하는 대로 만들고 쓱쓱 그릴 수 있죠. 이름을 지을 때도 좀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었어요. 디자인을 전공해서 여러 가지로 더 깊이 있어진 것 같아요.
지금 관심을 두고 계시는 다른 분야가 있나요?
건강한 간식을 지향하다 보니까 블루베리, 로즈메리 등 재료도 일부는 직접 키우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요즘은 식물 키우는 것에 흥미가 생겼어요. 이전에는 우쿨렐레를 배우기도 했고, 북아트를 하기도 했어요. 배우고 나면 모든 게 다 도움이 되더라고요. 미술학원에서 같이 우쿨렐레를 만들어 보거나 하는 식으로요. 관심사는 자주 바뀌어요. 제가 하나를 길게 못 하는 스타일이라서요. 조만간 또 다른 걸 열심히 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가지고 있는 다른 꿈이 있나요?
일단 10년 정도는 ‘그냥, 점례’를 잘 해보려고 해요. 그 후에는 시골에 내려가고 싶어요. 제주나 남쪽 지방에 터를 잡아서 농사도 짓고, 아이들을 낳게 된다면 아이들도 흙 만지면서 놀 수 있는 그런 곳이요. 사회가 경쟁에 너무 익숙하고 저 또한 그런 것에 익숙해져 있는데, 제 아이들은 그렇게 키우고 싶지 않아서요. 거기 서도 작은 가게를 열어 옛날 소품을 모아 판매하고 싶어요. 지금도 가게 곳곳에 복고풍의 소품들이 있는데 모으는 재미가 쏠쏠해요. 이러한 가게를 여러 종류로 열고 운영하며 소소하게 지내고 싶어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어쩌면 다른 순수예술 전공보다는 디자인 과를 졸업했기 때문에 잘 살아남을 거로 생각해요. 저는 졸업할 때 다른 일을 할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미리 했다면 더 잘 꾸려나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비록 몇 개월밖에 하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이 가게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었던 일은 많이 있던 것 같거든요. 디자인 과를 졸업한 장점을 잘 살리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접목해서 하기에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 급여를 많이 안 주잖아요. 어디를 가도 그 정도는 벌 수 있으니까 겁먹지 마세요. 제가 빵집에서 일했을 때도 먹고 살 수 있었어요. 정리하자면 ‘디자인이 안 하고 싶다면 용기를 내서 안 해도 된다, 먹고 살 수 있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2018년 6월 19일 그냥, 점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