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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우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졸업 ’15
투니버스(CJ E&M) 공채 9기 성우 (2015~2018)
현재 프리랜서 성우



반가워요. 저희는 군대에서 선, 후임으로 만났죠? 페이스북에서 성우가 되셨다는 글을 보고 마음속으로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안녕, 디자이너’의 영감을 주신 분인데요. 그래서 가장 먼저 연락을 드렸어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2015년에 졸업하고, 지금은 성우로 일하고 있는 김신우입니다.

오늘도 녹음을 마치고 바쁜 시간 중에 짬을 내 주셨는데요.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올해 성우 4년 차가 되어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고요. 요즘 게임, 애니메이션, 광고 등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요즘 요괴워치 더빙하느라 좀 바쁘고 방금은 마법진 크루크루 더빙을 하고 왔어요. 오늘 딱 바쁜 날인데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됐네요.

시간을 좀 거슬러 올라가 볼까요? 디자인과는 어떻게 들어오게 되셨는지 알려주세요.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TV에서 만화나 외화 등 더빙 콘텐츠를 많이 했던 기억이 있을 거예요. 그걸 정말 좋아했어요. 그때는 비디오 대여점도 많았는데 거기에는 항상 우리말 더빙 비디오가 있었고 그걸 보면서 성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죠. 그런데 우리나라 대학교에는 성우 관련 전공이 거의 없는 데다가 미래가 불확실해서 다른 것을 찾았어요. 그렇게 만화와 관련된 다른 전공을 찾았고 만화를 직접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어요. 원래는 애니메이션 과를 준비했다가, 학원 선생님들이 디자인 과에서도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고 해서 디자인 과를 쓰게 됐죠. 그때 한예종을 준비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준비했는데, 전형 시험이 수능 이후로 미뤄졌어요. 그래서 수시전형에서 포트폴리오를 보던 국민대학교에 지원했고 입학하게 됐죠.

어릴 때 꿈이 성우셨군요. 그러면 영상을 만들려고 대학에 오신 건데, 학교생활은 어땠나요?
하필 입학했을 때 시각디자인과에서 영상디자인 과를 분리하자는 움직임이 있어서 학교가 시끄러웠어요. 다행히 시각디자인과와 영상디자인과 사이에는 편하게 수업 간 교류를 할 수 있게 해줬지만 ‘내가 하고 싶은 영상과 애니메이션은 못 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던 중 학교에서 픽사 스쿨을 나오신 분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어요. 1년 정도 강의하시고 다른 학교로 가셨는데, 기회가 되어서 그분의 연구실에서 일하며 실무를 익혔어요. 그러다 군대에 갔다 왔는데 세상이 너무 많이 바뀌어있더라고요. 입학할 때만 해도 CRT 모니터를 쓰고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유행했는데, 모니터는 얇아지고,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보급됐죠. 플래시는 거의 사라지고 유튜브가 등장했어요.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라는 개념도 없었는데 말이죠. 전역하고 나서는 원하는 영상을 만들어보자 해서 학교에 있던 동기 형들과 영상 스튜디오를 하나 차렸어요.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사람들은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높을 것이고, 같이 머리를 맞대 좋은 영상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현실은 다르더라고요.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 적고 디자이너를 존중하지 않는 걸 느꼈죠. 1년 정도 하다가 스튜디오는 그만뒀어요. 그때가 2013년도쯤인데 그런 경험을 하면서 디자인 자체가 허무하고 허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걸 하자’ 라고 생각했고 오랜 꿈이던 성우를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아, 그럼 학교를 졸업하기 이전에 성우 준비를 시작하신 거네요. 학교 다니시면서 준비하시기 정말 힘드셨을 것 같아요. 성우 준비 과정이 궁금해요.
성우학원을 바로 등록했어요. 학교 다니며 공채 시험도 계속 봤죠. 학원비와 시험 준비금을 벌기 위해서 디자인 외주 일을 받아 했어요. 디자인은 정말 일로서 대했죠. 학원비와 활동비를 벌기 위한 수단이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디자인이 편해졌어요. 스트레스도 받지 않았죠.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향대로 만들어줬어요. 그러니까 제시간이 생기고 다른 일도 할 수 있었죠. 외주 일, 학교생활, 졸업 전시, 성우 시험 준비 이 4가지를 동시에 하려니 정말 힘들었어요. 성우 공채 시험은 KBS, EBS, 대원방송, 투니버스(CJ E&M), 대교방송 이렇게 다섯 군데가 있는데, 경쟁률이 거의 300:1이 되고 시험도 매년 있지가 않아요. 저는 투니버스 9기인데, 그 당시 남자는 1,600명 중에 4명을 뽑았어요. 떨어지면 더빙연출가 등 다른 직업을 할 생각도 했는데, 다행히도 졸업하고 바로 합격을 했죠. 그렇게 입사해서 3년을 다녔어요. 나루토, 원피스, 극장판 명탐정 코난 등의 애니메이션을 더빙했고, 메이플스토리2, 섀도우버스 등 게임 목소리도 녹음했어요.

성우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성우는 보통 게임, 외화, 애니메이션 더빙을 해요. 성우는 연기자랑 비슷하긴 한데 표정과 몸짓이 없으니까, 좀 더 소리에 집중해서 연기를 하죠. 광고나 나레이션의 목소리와 더빙 목소리는 또 달라요. 더빙이 좀 더 연기가 들어가는 거죠. 제가 연기자가 아닌 성우가 된 3가지 이유가 있는 데요. 첫째는 카메라 앞에 서지 않아도 되니까 부끄럽지 않았어요. 둘째는 애니메이션을 포함해 제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마지막은, 오리지널리티가 보장된다는 거였어요. 디자인은 특정한 사람만이 만들 수 있다는 느낌은 적잖아요. 그런데 성우는 그 사람의 맛을 알고, 그 사람의 연기 때문에 그 사람을 쓰는 거에요. 그런 점이 매력이죠.

주변에서 디자인과인데 왜 성우를 하냐는 질문을 받지는 않나요?
우리나라 대학교에 성우 관련 전공이 거의 없다 보니 전공이 각양각색이에요. 체대, 이공계, 인문계 등 다양하죠. 영상이나 디자인 전공도 드물지만 있는 것 같아요. 면접에서 이 질문을 받았었는데, 이렇게 대답했어요. “디자인은 제 전공이고 저는 지금 일을 구하러 왔습니다.”라고요.

와, 정말 멋있고 명쾌한 말이네요. 그럼 디자인 과를 전공한 게 성우라는 직업에서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고 있나요?
장단점이 있어요. 장점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셀링포인트를 빠르게, 잘 짚어내는 거에요. 영상을 다뤄봤으니까 연출가의 관점에서 영상의 키 포인트를 잘 읽어낼 수 있죠. 그래서 그 맛을 더 잘 살릴 수 있어요. 단점은 만나는 사람들이 보통 영상과 관련된 사람들이니까, 그들의 생활과 어려움을 너무 잘 안다는 거에요. 모르면 괜찮은데, 그분들의 사정을 너무 잘 안다는 게 좀 불편하죠. 밤새고, 피곤해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약해져서 뭐라도 하나 더 하려고 하죠. 녹음하고 나서 ‘예비로 하나 더 해드릴게요’라고 하는 식이죠. 고맙게 받아들이는 분들도 계시지만, ‘연기에 자신이 없어서 한 개 더 하려나 보다’라고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도 계세요. 좋은 의도인데, 이럴 때는 좀 서운하죠. 그리고 회사 행사나 출신 극회의 행사, 예를 들면 송년회 같은 것의 디자인을 도맡아 하는 것도 디자인전공 덕분이랄까요.

대학교에서 만난 사람들과 연락은 계속하시는지, 불편함은 없는지요.
대학교 친구들이 많지는 않았어요. 아티스트 기질이 쌔기도 하고, 외골수에 디자인 너드였으니까요. 그래서 인간관계가 원래도 좁은 편이었죠. 지금은 연구를 많이 해서 공감하는 방법을 많이 익혔지만요. 지금 계속 연락하는 사람은 일로 친한 사람들보다는 인간적으로 친했거나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에요. 그런 사람들만 남더라고요. 다른 일을 하게 돼서 인간관계가 끊어질 것이 불안한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게 있는데, 정말 하고 싶은 걸 하게 되면 그런 고민은 들지 않을 거라는 거에요.

지금 가지고 있는 또 다른 꿈이 있나요?
일단은 이 직업 안에서 최고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성우들이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10-20년 차 선배님들은 함께 모여 연극을 하는 식으로 성우의 콘텐츠를 만드는데, 우리 세대가 주축이 되어서 오디오 드라마 같은 걸 유튜브 채널로 내보내면 좋을 것 같아요. 오디오 드라마는 화면이 없는 영화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냥 역할극 같은 게 아니고, 연출가가 있고, 녹음 한 다음, 엔지니어, 폴리아티스트가 후반 작업을 하죠. 화면이 없어서 이동하면서 들을 수 있고, 시각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상상할 수 있다는 재미가 있죠. 성우라는 직업을 더 많이 알리고 싶어요. 외국은 더빙이 기본인데, 우리나라는 더빙이 많이 없으니까 이 부분이 정말 아쉬워요. 한 5년 뒤에 성우들이 주축이 되어서 콘텐츠를 만들 준비를 조금씩 해 나가고 있어요.

다른 직업을 하고 싶어하는 디자인 과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해요.
앞뒤 가리지 말고 하고 싶은 거를 하세요. 목표가 정해져 있으면 과정을 즐기면 돼요. 그거에 대해서 두려움을 갖지 말고요. 두려움을 가지면 본인만 손해에요. 하고 싶은 게 어떤 일이든 거기에서 희열을 느낀다면 일단 해봤으면 좋겠어요.

2018년 5월 23일 상수 당고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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