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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디자인) 2학년 휴학 중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 중인 김용현이에요.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어요.

어떻게 미술을 시작하게 되었고, 산업 디자인 과에 입학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말을 제대로 떼기 전부터 자동차 이름을 옹알거릴 정도로 자동차를 좋아했어요. 7살 때부터는 자동차를 혼자 그리기 시작했고요. 그때는 자동차 관련 일은 레이서밖에 몰라서 꿈이 레이서였어요. 그러다 부모님이 자동차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알려주셔서 디자이너를 꿈꾸게 되었죠. 미대 오기까지 굴곡이 되게 많았어요. 예중을 준비하다가 중학교까지는 일반계로 가기로 계획했었고 예고 입시를 2년 동안 준비하다가, 시험을 한 달 앞두고 그만뒀어요.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는데, 어렸을 때부터의 꿈을 한번 이뤄보고 싶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미술을 다시 시작했고 지금의 학교에 오게 되었어요.

하고 싶은 게 비교적 분명했네요. 그렇게 입학한 학교는 어땠어요?
입학했을 때는 학교가 정말 좋았어요. 같은 학번이어도 신기할 정도로 정말 다른 환경 속에서 정말 다른 이야기를 가진 다양한 연령대에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게다가 미대 안에 타전공 사람들과의 교류도 활발해서 작업 적으로 긍정적인 교류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덕분에 입시 하면서 생긴 저 스스로 틀을 입학 후 몇 달 안 돼서 전부 다 허물었어요. 하지만 아쉬웠던 게, 입학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저에게 가장 중요한 자동차 디자인 커리큘럼은 잘 되어 있지 않다는 거였어요. 자동차 디자인 수업도 3학년 2학기 때부터 있거든요.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도 학번당 한 명 정도 밖에 없고요. 막막해서 자동차 디자인을 그만두려고도 했죠. 키보드를 사서 음악 하는 친구랑 음악 작업하며 시간을 많이 썼던 기억도 있어요.

고민이 많았겠어요. 학교 수업 중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나요?
우리 학교는 1학년 때 미대 통합수업을 해요. 서양학과 주관 수업에서 드로잉도 하고 관찰을 많이 했어요. 학교 가자마자 실기 욕심을 많이 채웠죠. 3개 학기 동안 34학점만 들었어요. 거의 전공만 들었거든요. 그 중 공간컨셉 디자인이라는 수업이 기억에 남아요. 2학년 전공 수업인데 몇십 장의 원서를 보고 요약하고 핵심 주제를 뽑아서 발전된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모델 폼보드를 만들어야 했어요. 선배들한테 칭찬받은 모델을 수업에 가져갔는데 교수님께는 최악의 크리틱을 받았고 결국 수강을 취소했어요. 그러다가 2학년 때 디자인과 문화라는 수업을 들었는데, 디자인에 관해 토론하고 비평하는 과정을 거치니까 공간컨셉 교수님이 어떤 걸 강조하셨는지 늦게 깨닫게 되었죠. 완성도 있는 작업물보다는 좀 더 컨셉과 아이디어가 분명한, 가능성을 가진 작업물을 선호했고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제시하는지가 중요했던 거에요. 되게 실패한 경험인데 기억에 남아요.

휴학은 왜 했어요?
2학년 여름방학 때 학교 선배 도움을 받으면서 작업을 했어요. 제가 소속된 자동차 동아리에 현대자동차 연구 장학생으로 있는 선배가 있었거든요. 그 선배가 자동차 디자인을 코칭 해주셔서 맨날 스케치하고 컨셉짜고 그랬어요. 근데 아무래도 혼자 하는 시간이 절대적이다 보니 감도 잘 안 잡히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실력이 안 느니까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예상하긴 했지만요. 그래서 1학년 2학기 때는 자동차 디자인이 유명한 학교로 갈까도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고민이 심해서 2학년 시작 전에 휴학하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한 학기만 더 참아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2학기를 등록하고 2주를 다녔는데 다녀보니까 붕 떠 있는 느낌인 거에요. 제가 정말 한 가지에 빠지면 올인하는 스타일인데, 고민이 심해지다 보니까 공황장애 증상이 오더라고요. 쉬면서 자동차 디자인을 계속할지, 무대디자인을 할지 고민해보려고 휴학을 하기로 했어요.

휴학하고는 어떻게 지냈어요?
휴학하고 과에서 진행하는 네이버 견학 프로그램을 참여했어요. 서로 다른 경험이 있는 7명의 선배가 있었는데 한 분께서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미래는 어차피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그때그때 충실히 하는 것도 좋다”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조금 더 생각해보니 자동차 디자인을 끝까지 해보면 또 다른 길이 열리지 않을까 해서 자동차 디자인을 다시 시작하게 됐어요. 그렇게 한창 자동차 디자인을 다시 할 때, 중국에서 인턴을 하고 온 선배가 자동차 디자인 공부하는 지인들을 소개해주었고 현업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는 분을 알게 되어 자동차 디자인을 배우게 됐어요. 요즘은 매주 실력이 발전하는 게 보여요. 그림만 봐도 느껴져서 뿌듯하죠. 자동차 디자인을 할지, 포기할지에 대한 고민은 이제 없어졌어요.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던 것도 4월에 대회에서 수상한 이후에 더 이상은 없어요. 이제 모든 것들이 저의 노력에 달려있고 그저 열심히 달려나가면 되는 것 같아요.

지금 가지고 있는 꿈이 있어요?
좋은 팀원을 만나서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런 프로젝트를 매일 해 나가고 싶어요. 공부하는 처지에서 회사를 가리지 않는 것은 당연하지만, 외국 문화 속에서 재능있는 외국인들과 섞여서 일을 해보고 싶어요. 졸업 후에도 좋은 팀원을 만나서 재밌는 결과물을 만들면 그것 자체로 행복할 것 같아요. 그것을 통해 감동을 전달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죠. 감동이라면, 과거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이 공연을 본 것도 아닌데 환호성을 지르고 감탄한 것과 같은 그런 감동이에요. 또,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공간, 건축, 패션, 음악, 안무 등 다재다능한 모습이요. 물론 메인인 자동차 디자인에 충실하고 실력을 인정받은 후에 다양한 가능성을 위해 조금씩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제가 가진 창의력을 다 쓰고 싶어요.

디자인 말고 관심 있는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부터 음악 듣는 걸 정말 좋아했어요. 하드락 빼고는 대부분의 장르를 다 들어요. 나중에 직장이 생기면 무조건 취미로 음악은 해보려고요. 대학교 때 미대 사람들 모아서 음악 하는 동아리도 만들고 그랬어요. 아, 저 춤도 췄어요. 중2때부터 작년 초까지 방송댄스를 익혔죠. 다시 학원도 다니면서 취미로서 제대로 해볼까 했는데 얻고자 하는 게 있으니 취미는 잠시 뒤로 미뤄야 하겠더라고요. 욕심 같아서는 옛날만큼 6~7달씩 연습하고 싶은데 말이에요. 하트시그널에 나온 레이서 서주원 씨 덕분에 레이싱에도 관심이 생겨서 꾸준히 여러 대회 챙겨보고 있어요.

‘안녕, 디자이너’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휴학할 때 교수님께서 면담을 제안하셨는데 그때 제가 가지고 있던 고민을 말씀드리고 무대 디자인 쪽으로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때 교수님이 내가 어떤 디자이너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건 정말 건강한 것 같다고 하셨어요. 단지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는 이유로 디자이너의 삶을 살 수도 있지만, 그 바탕에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디자이너로 살아갈지가 아닌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요. 더 근본적인 이유를 찾다 보면 충분히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아닌 다른 미래를 그려볼 수도 있고요. 저는 저 스스로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와 함께 어떤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안녕, 디자이너’를 하면서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만나 좋은 열매를 맺으면 좋겠네요.

2018년 6월 1일 패턴에티오피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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