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Book1     Book2     Book3     Newsletter    Contact     Instagram


전병학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졸업 ‘15
인도에서 한국식 빵집 운영 중
제주 생활 6년 후 인도 생활 5개월 차


안녕하세요. 6년 만에 메일로 인사드려요. 다시 한 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인도에서 한국식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전병학이에요. 제주도에서 에디토리얼제주라는 펜션을 직접 지어 운영했었고, 인도에 와서 산 지는 이제 막 5개월이 됐어요.

지난 번에는 에디토리얼제주에서 뵀었는데요. 인터뷰 이후 어떻게 지내셨나요?
그 이후에도 청소, 가드닝 등 펜션 운영과 관리를 계속해 왔어요. 그러다 일 년 뒤쯤 코로나가 터졌는데, 해외여행이 어려워지고 규제가 생기면서 제주도가 여행으로 무척 붐볐어요. 그러다 보니 전에는 가끔 공실이 있어서 쉴 시간이 있었는데, 하루도 쉴 수 있는 날이 없을 정도로 정신없이 지냈죠. 거의 휴가도 한 번 가지 못하고 매일매일을 바쁘게 지냈어요.

그렇게 잘 되고 있던 펜션을 폐업한 이유가 있나요?
처음 펜션을 짓고 운영할 때도 오래 할 생각은 없었어요. 펜션 일이라는 게 매일 매일 똑같은 일이 반복되기 때문에 오래 하면 성격상 안 맞을 것 같았거든요. 2,3년 정도 하고 장인, 장모님이 계신 인도로 이주를 할 생각이었는데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생각보다 더 오래 운영하게 된 거예요. 예약도 가득 차 있다 보니 무리해서 이주할 이유도 없었고요. 코로나가 끝나고 제주도 여행에 대한 수요가 좀 줄어드는 게 느껴져서 그때부터 폐업과 해외 이주를 준비하게 되었어요.

인도에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도는 아내가 중학교, 고등학교를 나온 나라예요. 장인어른, 장모님이 20년 넘게 일하고 계신 나라이기도 하고요. 결혼하고 아기와 함께 인도로 자주 놀러 오게 되었는데, 장인, 장모님이 계신 곳은 제 생각보다 살기 쾌적하고 좋은 곳이더라고요. 그때부터 아내와 인도로 해외 이주하는 것을 진지하게 의논해 왔었어요. 두 가지 이유가 또 있는데요. 첫 번째로는 인도의 교육환경이에요. 대부분의 교민이 국제학교에 다니는데, 교육환경이 굉장히 좋아요. 졸업 후 미국 학교로 진학하는 경우도 많았고, 재외국민 특례입학 제도로 한국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이점이라고 생각했어요. 두 번째 이유는 빠르게 변화하는 나라이기 때문이에요. 한국보다 훨씬 낙후되어 있긴 하지만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도시의 변화 속도가 어마어마해요. 새로운 건물과 쇼핑몰이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고 사람들의 인식도 빠르게 현대화되고 있어요. 변화의 속도가 빠른 도시에 사는 것은 처음이라 굉장히 재미있더라고요.

인도에서 어떤 일을 하며 지내고 계세요?
몇 년 전 장모님이 재미 삼아 인도에 빵집을 개업하셨어요. 한국에서 재료를 수입해서 한국식으로 빵을 만들었는데 인도 사람들에게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인도의 빵은 밀가루 특성상 약간 마르고 퍽퍽한데, 한국의 빵은 달콤하고 부드럽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점점 장사의 규모가 커지다가 얼마 전부터는 직원 수십 명에 지점도 생겼어요. 규모는 점점 커지는데 인도 직원들을 관리하기가 어려워 항상 힘들어하셨죠. 저희가 힘이 되어주셨으면 하셔서 함께 하게 됐어요. 요즘은 회계나 사업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을 조금씩 인계받고 하나씩 처리해 나가면서 발전시킬 만한 부분을 찾아 고쳐 나가고 있어요.

인도에서 만나는 한국식 빵집이라. 재밌는 아이템이네요. 요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딸이 8시 등교라서 6시 30분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준비물을 챙겨줘요. 등교시킨 후에는 빵집 1호점에 가서 전날 매출을 정리하고 지점 매니저와 상의하며 여러 업무를 처리하죠. 그 후 지점을 돌아다니며 일을 반복하고, 회계 담당 직원을 만나 매입 매출 장부를 작성하고 결제가 필요한 항목들에 대한 수표를 작성하는 일을 해요. 산더미 같은 서류들에 수십 개의 사인을 하고 나면, 아이 픽업을 가요. 그러면 1시 정도가 되는데, 점심을 먹고 나서 아파트 단지에서 아이와 수영하거나, 다른 카페나 베이커리를 방문하는 등,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죠. 가끔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거나 발전시킬 만한 방법을 찾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새로운 지점 오픈을 위해 부동산업자와 함께 상가 건물을 찾는데 시간을 많이 썼어요. 부동산 계약을 마치고 나서부터는 건축사무소와의 미팅을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고요.

인도에서의 삶은 어떤가요?
외국에 나오면 모든 부분에서 무의식적으로 긴장하게 돼요. 사람들의 문화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모든 것이 낯설죠. 교민 사회가 좁아서 언행도 조심하게 되고요. 최근에 한국에 다녀오게 됐는데 인천공항에 들어가면서부터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한국의 도로도 비단길같이 느껴졌고요. 그리고 한국에서는 당연하고 쉬운 모든 것들이 인도에서는 어렵게 느껴져요. 대부분의 상황에 바가지가 많아 흥정해야 하는 게 대표적인데, 집을 구할 때도, 장을 볼 때도, 심지어 교통 단속 경찰과도 흥정을 해야 하죠. 인터넷 쇼핑몰에서 한 번에 제대로 배송 오는 경우도 거의 없고 사진과 완전히 다른 상품이 오거나, 개수가 다르게 와서 항의해야 하는 일도 거의 매번 있어요. 선진국이 아닌 외국에서 사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디자인과를 나와서 지금 하는 일에 어떤 점이 도움이 되는지, 혹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궁금해요.
그래픽과 이미지가 들어가는 모든 일을 직접 할 수 있으니 대단히 큰 도움이 돼요. 특히 새로운 패키지를 만들고 인쇄하는 일을 직접 할 수도 있죠. 신제품을 만들면 사진도 찍고 배달앱에 들어가는 이미지도 만들 수 있고요. 이미지가 중요한 세상에서 디자인 공부를 했던 경험은 굉장한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새로운 지점을 오픈하는 과정에서 전문가들과 소통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빵집 운영 외에 다른 관심사가 있으신가요?
테크 쪽에 관심이 많아서, 새로운 앱, 게임, 컴퓨터 장비 등에 관심이 많아요. 요즘은 Chat GPT 같은 생성형 AI에 관심을 두고 있죠. 한국에 있을 때는 키보드를 직접 납땜해서 만드는 게 취미였는데, 재료수급이 어려운 인도에서는 못하고 있어요. 대신 요즘 커피에 관해 관심이 커졌어요. 로스팅하는 직원에게 조금 배운 다음부터는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로 직접 다양한 로스팅 프로파일로 생두를 로스팅해 보면서요. 아직은 유튜브로 보고 더듬더듬 해보는 정도인데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지금 가지고 계신 다른 꿈이 있으신가요?
운영하는 빵집을 더 시스템화하고 발전시켜서 크게 키우고 싶어요. 사업을 잘 키워서 딸이 대학 갈 때쯤에는 엑싯하고 다시 제주도로 돌아가 원하는 집을 짓고 살고 싶어요.

전병학님에게 제주도와 인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제주도는 6년간 너무 많은 추억이 있었던 곳, 아내와 딸과 함께 성장했던 곳이에요. 그리고 인도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인도가 한국보다 편해질 정도가 되면 사업도, 우리 가족도, 많이 성장해 있겠죠? 

제주도, 외국 등 다른 공간에서의 삶을 꿈꾸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기회가 되면 너무 고민하지 말고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준비하면서 했던 모든 고민은 생각보다 부질없었고, 여러 가지 변수들로 인해서 생각과 다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 과정에서 좌충우돌, 우당탕탕하기도 하지만 지나고 나서 보면 그게 가장 지름길이었던 것 같더라고요.

2024년 7월 28일 서면 인터뷰






COPYRIGHT 2018 안녕디자이너 ALL RIGHTS RESERVED.
︎ hiorbye.d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