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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석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졸업 ‘12
타투이스트, 타투샵 아일랜드잉크 운영 
DJ soysausse 활동 중
제주 생활 8년차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장원석입니다. 서울에서 12년 정도 살았고, 제주도에 온 지 8년 정도 됐어요. 지금은 서귀포 1청사 근처에서 타투샵을 운영하고 있어요.

미술을 시작하게 된 건 언제이고,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3살 때 이민을 가서 계속 사이판에서 자랐어요. 살던 지역은 완전 촌동네였는데, 그게 좋았어요. 그림은 어릴 때부터 좋아해서 계속 그렸고, 초등학교 때부터는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다행히 부모님도 계속 지지해주셔서 대학교도 미술로 진학하게 됐고요. 대학교는 한국행과 미국행,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는데 군대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에 왔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과를 가야겠다 하는 건 없었는데, 디자인과 성적이 가장 세다 보니까 호기심에 선택했어요. 사실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죠.

대학교에서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특히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나요?
어릴 때부터 다른 나라에 살다가 한국에 오니 문화 차이가 크게 나서 적응을 잘 못 했어요. 많이 힘들었죠. 그러다 보니까 학교에도 잘 안 나가서 학사경고를 3번이나 받았고요. 학과 사무실에서 학고 안내 전화가 왔던 게 생각나네요. 그래도 복학하고 나서는 정신 차리고 제대로 다녔어요. 편집디자인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글을 편집하고 잡지 만드는 게 흥미로웠어요. 인디자인이 특히 재미있었고요. 그리고 브레인스워즈라는 교내 흑인 음악 동아리 활동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과에서는 디자인을 잘 모르고 인원도 많아서 소외감을 느꼈는데, 동아리는 인원이 소규모라 편하게 즐길 수 있었어요. 힙합을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요.

졸업전시 때 어떤 작품을 했나요?
흑인 문화를 많이 접하다 보니 타투에 익숙했어요. 그때도 타투는 꼭 한 번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졸업은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으로 했는데 자연스레 타투와 관련된 걸로 했죠. 꽤 오래전인데, 타투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을 때라 인터넷을 엄청나게 뒤져서 타투하는 법을 찾았어요. 전시는 타투를 한 세라믹과 실리콘 팔 두 개와 타투 도안 그림으로 했어요. 팔은 조소과에 부탁해서 만들고, 타투샵에 직접 가서 기계를 구매했죠. 보통 일러스트레이션 전시에서는 책을 만들거나 액자에 그림을 전시하는 경우가 많아서 꽤 참신했던 기억이 나요. 정말 눈에 많이 띄었을 것같네요.

졸업 이후에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졸업 즈음에는 관심사가 정말 많았어요. 타투와 음악이 있었고 스노보드 타는 것도 좋아했어요. 아마추어 팀 활동을 하면서 스폰서를 받기도 할 정도로요. 근데 한국의 레저 스포츠 환경이 좋지는 않아서 직업으로 해보기에는 무리겠다 싶어서 접었죠. 그때 부모님께서 70평 대의 룸카페를 만들어서 하고 계셨는데, 사람 쓰는 게 쉽지 않다 보니까 자연스레 그 일을 도와주게 됐어요. 주된 업무는 부모님께서 어려워하시는 홀과 운영업무였고요. 그게 졸업 후 쭉 이어졌네요.

꽤 오래 일하신 것 같은데, 갑자기 제주도에 오게 된 이유는 뭐예요?
카페를 운영한 지 8년쯤 됐을 때 부모님께서 사업을 접고 제주도에 내려가셨어요. 그즈음 저도 결혼했고, 아내와 사이판으로 다시 돌아갈 계획이었어요. 프러포즈도 사이판에서 했거든요. 근데 비자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여의치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서울에서 계속 지낼지, 부모님께서 계시는 제주도에 갈지 고민하다가, 제주도행을 결정했어요. 제주도는 여행으로 한 번 밖에 안 가봤지만 원래도 섬에 살았으니까 금방 적응할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일단 서울의 각박하고 부대끼는 분위기가 저랑 잘 안 맞았어요. 제주도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서울이 싫어서 오게 된 거에요.

서울이 싫어서 왔다는 이유는 처음이라 재미있네요. 그럼 제주도에 와서는 어떤 일을 했어요?
돌아보니까 경력이라고 할 게 8년간의 카페 일밖에 없더라고요. 근데 다시 카페 일을 하기는 싫었어요. 여기저기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마침 새로 생긴 호텔의 오픈멤버 자리가 있더라고요. 다행히 합격해서 난생처음 호텔 프런트에서 일하게 됐어요. 그래도 카페 일하면서 고객 응대는 많이 적응됐고, 사이판에서 산 덕에 영어도 편해서 일이 어렵지는 않았어요. 월급은 적었지만 일도 나름 잘 맞았고, 안정적인 일자리라서 2년을 일했죠. 다른 건 좋았는데 회사 생활과 제가 잘 안 맞는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특히 상사의 갈굼과 눈치 보기, 쳇바퀴 같은 일상을 계속 겪다 보니까 다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떠오른 게 대학교 때 잠시 관심을 두던 타투였어요.

회사를 다니다가 다시 자유인이 된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타투는 어떻게 배웠어요?
그렇게 더 늦기 전에 후회하기 전에 한번 해보자 생각하고 퇴사를 했어요. 2년 치 퇴직금이던 몇백을 들고 타투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제주도에서 배울 곳을 찾다가, 주변 추천으로 육지에 올라가서 6개월 정도 타투를 배웠어요. 그때가 34살 정도였는데 정말 절실했어요. 아내도 있으니까 책임감이 컸죠. 이거 안 되면 안 된다 하는 마음이었어요. 다행히 좋은 스승님을 만나서 잘 배우고, 집 근처 5분 거리에 오피스텔을 하나 얻어서 타투샵을 열었어요. 그 당시 살던 동네에 타투샵이 없어서 경쟁력이 있을 것 같더라고요. 타투를 직접 해보니까 생각보다 저와 잘 맞더라고요. 자유롭기도 하고, 성취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특히 지우개가 없어서 한 번 하면 되돌릴 수 없는 게 정말 큰 매력이라고 느껴요.

한 번 하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게 조금 무섭기도 한데요.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는 아일랜드잉크는 어떻게 열게 됐나요?
타투를 하면서 비슷한 업계에 있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됐어요. 그러다 다른 서귀포 지역에서 작업하던 분과 서울에서 작업하던 한 분과 뜻이 잘 맞아서 공동 대표로 만든 작업실이 아일랜드잉크예요. 지금은 10명 정도의 타투이스트가 공동 작업실로 쓰고 있는데, 기초 드로잉부터 다양한 장르의 타투스킬 까지 배우는 아카데미의 역할도 하고 있어요. 고객은 생각보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오시고, 90%가 현지인, 서귀포 분들이에요. 이주민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신기하네요.

요즘의 하루 일과도 알려주세요.
11시쯤 일어나서 점심을 먹고 2시 전에는 작업실에 출근해요. 아침 작업이 있을 때는 조금 일찍 오기도 하고요. 작업실에는 평균 6시간 정도 있는데, 작업 시간이 긴 경우 새벽 늦게까지 작업을 하기도 해요. 쉬는 날이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까 예약 들어오면 무조건 작업을 하는 편이에요. 주 3회 정도는 수업도 하고요. 주말에도 자주 일하고 정말 바쁠 때는 한 달 내내 일할 때도 있어요. 아무래도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 보니까 현실에 안주할 수가 없더라고요. 불안한 감이 있지만, 그 덕분에 더 발전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현재 직업 외에 다른 관심사가 있으신가요? 어떤 취미를 가지고 계신가요?
대학교 때 즐겨 하던 음악을 최근에 다시 하고 있어요. Soysausse라는 이름으로 DJ 활동을 시작했어요. 코로나 팬데믹 때는 타투 일이 꽤 잘 됐는데, 포스트 코로나가 되면서 오히려 일이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아르바이트나 다른 일을 할까 고민하다가, 잘 못하면 타투를 그만둘 것 같아서, 뭐라도 배우자 싶어서 DJ를 배우게 됐어요. 친한 지인 중에 지기펠라즈 출신의 우사이드라는 아티스트가 있어서, 공연 다닐 때 뒤에서 서포트역할로 같이 다니고 있어요. 음악을 다시 하게 되면 취미로라도 해야겠다 싶은 미련이 남아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그걸 실현한 거죠. DJ하시는 모습이 너무 잘 어울릴 것 같네요.

장원석님에게 제주도는 어떤 의미의 공간인가요?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제1의 고향은 사이판, 서울은 잠시 거쳐 간 곳이고요. 서울과 제주도가 가장 다른 점은 인간관계인 거 같아요. 서울에서는 보통 한 번 지나치면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많은데 제주도는 어디 가도 한 번은 더 부딪히더라고요. 그러면서 이제 커뮤니티 같은 인간관계도 형성되고 서로 돕는 느낌도 크거든요. 그런 게 저와 잘 맞더라고요. 타투샵을 봐도 손님들 대부분이 소개받아서 온 경우가 많더라고요.

지금 가지고 있는 꿈이 있나요?
타투로 정점을 한번 찍고 싶어요. 곧 서울에서 하는 타투 컨벤션에 출품하는데, 언젠가는 외국에 나가서 상을 타고 싶네요. 나중에는 아마 타투를 교육하며 후배를 양성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니면 할아버지가 돼서도 타투를 하고 있을 수도 있고요. 그리고 한 번은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특히 트로피컬 한 느낌의 마을에서 다시 한번 살아보면 좋겠네요.

미래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후배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사랑하는 일을 꼭 찾으면 좋겠어요. 저는 타투를 늦게 시작한 게 정말 후회되거든요. 시작할 때는 딱 재미있을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아주 좋아요. 나이가 몇 살이던, 졸업한 지 몇 년이 됐던 시작하기에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또 많은 걸 경험해봤으면 좋겠네요. 고민만 하면 결국 고민만으로 남거든요. 해보고 후회하는 것도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저도 인생 밑바닥을 쳐보고 많은 후회를 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살아가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쉽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힘을 내봐요.

2024년 8월 17일 아일랜드잉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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