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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수


인천대학교 디자인학부 졸업 ’15
무신사 BX 디자인팀
제주 생활 2년 후 서울 생활 6년차



안녕하세요. 6년만에 만나니 반갑네요. 다시 한 번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무신사 BX 디자인팀에서 일하고 있는 서지수입니다. 제주에서 2년 지내고 서울 올라온 지 이제 6년 차가 됐어요. 지금은 당산에 살며 성수로 출퇴근하고 있어요.

제주에서 만났던 게 제주에서 1년 프리랜서로 일하고, 플레이스캠프 제주에 들어간지 한 달 남짓했던 시기인 것 같은데요. 인터뷰 이후 어떤 생활을 했나요?
서귀포에 살다가, 성산에 있는 회사 숙소로 옮겼을 때네요. 그때 같이 일하는 사람 중에 타지에서 온 사람이 많아서 빌라 몇 개에서 합숙 생활을 했어요. 적으면 2명, 많으면 4명이 함께 지냈는데, 우리 방은 서로 즐겁게 잘 사는 방으로 소문이 날 정도로 같이 재밌게 놀러 다녔었어요. 확실히 프리랜서로 지내던 1년에 비해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게 재미있고, 혼자서 지지고 볶고 하지 않아도 돼서 좋았던 것 같아요.

플레이스캠프 제주에서는 어떤 일을 했어요?
주로 문화예술 행사나 축제, 전시 등 다양한 콘텐츠의 디자인을 했어요. 축제나 행사 디자인을 안 해봤던 시절이라 배워가면서 했는데 아이덴티티부터 POP, 작은 집기까지 만들었죠. 초반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자발적으로 일하는 편이었어요. 특히, 짠 페스티벌이라는 행사를 할 때는 부모님도 오셔서 같이 맥주를 먹으며 즐겼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다 어떻게 서울로 올라오게 됐어요?
서울로 올라온 게 2019년 중반쯤인데요. 코로나 팬데믹이 오면서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고 행사도 점점 없어지면서 디자이너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었어요. 계속해서 활기차고 재미있게 일했으면 제주에 더 있을 수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제가 회사 생활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더라고요. 회사에서 활력이 없으니까 일상 자체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체력도 많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지고, 가족들과 떨어져 있으니까 외로워지기도 했어요. 그래서 다른 일자리를 찾던 중 무신사에 합격하게 되면서 서울로 오게 됐죠. 그때만 해도 제주 생활이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짐을 다 정리하고 서울로 보내고 나니 아쉬움이 많이 남더라고요.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현재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제주 생활이 남긴 게 있나요?
3년 전에 결혼을 했는데, 남편을 제주에 있을 때 만났어요. 서울에 올라오길 고민하던 시기에 같이 올라와서 함께 지내다가 결혼까지 했네요. 이제 제주가 시댁이 돼서 명절이나 가족 행사 때마다 가요. 그리고 제주에서 친하게 지내던 동료가 저희 남편의 동생과 결혼해서 가족이 되기도 했어요. 제주가 두 가족을 선물해 줬죠.

재미있는 인연이네요. 다시 제주도에 가고 싶은 생각도 하고 있나요?
돌이켜보면 옛날에 제주에 갈 수 있었던 이유는 혼자이기도 했고, 언제든 직장을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지금보다는 조금 더 몸이 가벼웠다고 할까요. 지금은 나이가 들고, 가정도 있고, 가족계획도 고민해야 하니까 쉽게 결정하기 힘들어요. 남편과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이야기하곤 하는데, 제주 생활도 선택지 중 하나로 고민하고 있어요. 서울에 오고 나서는 남편과 옆 아파트 단지의 조그마한 산책로를 ‘작은 제주도’라고 부르면서 자주 찾곤 해요.

서울에서의 생활은 어떤가요?
처음에는 무신사 콘텐츠 팀에 합류해서 웹, 앱 등 각종 매체의 디자인물을 만들었는데요. 사실 업무가 잘 안 맞아서 초반에는 힘들어 하며 제주도를 많이 그리워했던 것 같아요. 게다가 주 5일 재택근무를 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일이 없을 때도 컴퓨터 앞에 있어야 하고, 혼자 일하니까 외부 자극도 없어서 우울감을 크게 느꼈죠. ‘나는 뭐 하는 디자이너인가, 시간만 축내는 사람은 아닌가?’ 싶었어요. 그러다 지금의 BX 디자인 팀으로 이동하게 됐는데, 요즘이 오히려 더 바쁘고 야근도 많지만 일이 잘 맞아서 재밌게 일하고 있어요. 연차가 점점 쌓이면서 몸 관리도 하면서 일과 생활 사이를 조정하는 능력을 터득한 것 같아요.

잘 맞는 일을 찾게 되어 너무 다행이네요. 그럼 요즘은 무얼하며 지내시나요?
마침 오늘 무신사의 가장 큰 행사라고 할 수 있는 ‘무진장 여름 블프’가 시작되는 날이에요. 행사 준비를 하느라 최근에 좀 바쁘게 지냈어요. 이번 메인 컬러가 주황색인데 그걸로 사이니지, 파사드 등을 디자인하고 설치도 감리하느라 야근이 많았어요. 어제는 홍대 현장이 있었는데, 새벽 두 시까지 야근하고 집에 가니 새벽 네시더라고요. 이제야 한숨을 좀 돌리고 있어요.

업무 외에 가지고 있는 취미가 있나요?
요즘 글쓰기에 관심이 생겨서 글쓰기에 대한 책을 보고 있어요. 일상 블로그도 시작했고, 필사도 종종 하고 있고요. 재택 근무를 하며 일이 없을 때, 창작 욕구를 해소할 방안을 고민했는데, 글쓸 때 우울한 감정에서 좀 벗어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우울할 때 글을 쓰는 습관이 생겼어요.

꿈이 있나요?
누군가 돈 안 되는 것만 생각한다고 하던데 김밥집도 하고 싶고, 서점도 하고 싶어요. 그냥 내 거라고 할 수 있는 브랜드와 공간을 만들고 싶은 것 같아요. 이제는 무언가 시작해야 될 때라고 생각해서 마음이 조금 급해졌어요. 저는 계속해서 직장을 다니면서 살지는 않을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 타협하느냐의 문제인데, 평생 월급을 받는 삶보다는 다른 무언가를 하며 살고 싶어요.

서지수님에게 제주도는 어떤 의미인가요?
제 동생이 항상 유난스럽다고 하는데, 저는 제주도를 제2의 고향, 마음의 고향이라고 생각해요.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항상 그리워하는 곳이죠. 왜 좋아하게 됐는지 모르겠는데 고향이 되어 버렸어요. 어딘가를 가서 그곳을 사랑하게 된다는 게 정말 신기하죠? 아마 한 평생 좋아할 것 같아요. 가족 행사 때문에 방문하는 것 말고도 일 년에 한두 번은 꼭 가서 바다도 즐기고, 여행도 하고 있어요.

다른 지역, 장소에서 사는 것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주체적으로 어떤 곳에 살기로 결정하고 실제로 생활해 보는 것 자체가 제 자존감을 많이 올려줬어요. 당시에는 외롭기도 하고 행복한가 싶기도 했는데, 돌아보니 내가 선택한 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 자체가 굉장히 행복한 기억이더라고요. 꼭 제주가 아니었더라고요. 디자인을 선택한 사람은 자신의 업에 대해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아마 다양한 고민이 쉬지 않고 계속 떠오를 텐데 어디에서 살아볼까 하는 고민이 떠오른다면, 한 번 실행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다른 고민도 곧 떠오를 텐데, 고민만 하기보다는 실행해 보고 나에게 맞는지 빠르게 결정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2024년 6월 21일 도렐 성수점에서


서지수의 6년 전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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