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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윤영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졸업 후 5학년 재학
홍익대학교 교직 이수
바 ‘모비딕' 파트타이머



자기소개 부탁해요.
저는 지금 5학년 1학기에 다니고 있는 엄윤영입니다. 졸업전시는 2017년에 했고, 교직 이수에서 들어야 하는 과목 하나를 듣지 못해서 5학년을 다니고 있어요.

디자인 과에 입학한 이유는?
친언니가 미술을 하는 것에 영향을 받아서 순수 회화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래도 돈은 벌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그림을 그리면서도 돈을 더 잘 벌 수 있는 디자인을 하기로 결정했죠. 처음에는 공간디자인, 무대 디자인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입시 즈음에는 제가 좋아하는 책을 디자인하고 싶어져서 시각디자인과로 입학을 결정하게 되었고 제가 <내 심장을 쏴라>라는 책을 좋아하는데, 그 책의 디자이너가 홍대 시디 과를 졸업하신 오진경 님이어서 홍익대학교를 희망하게 되었죠.

책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일단 어머니가 책을 많이 읽으셔서 영향을 받았어요. 그래서인지 어려서부터 책과 비교적 친숙했죠. 그리고 제가 입시를 좀 오래 했는데 그때 책을 읽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지금 생각하니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니까 자꾸 더 좋아졌던 것 같아요. 책을 읽는 모습도 좋고 책과 관련된 분위기도 좋고요. 사실 책은 안 읽어도 잘 살 수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쓸데없는 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데도 좋아요.

학교에 입학한 이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북 디자인을 하고 싶어서 시각디자인과를 선택했기 때문인지 4년 내내 타이포그래피 수업을 들었어요. 재수강도 하고 청강도 해서 매 학기 들었던 것 같아요. 또 과 내 타이포그래피와 편집을 공부하는 소모임인 한글꼴연구회에도 입회했어요. 그러다 부회장이 되고 회장도 했죠.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건 제가 학교 입학하고 첫 학기에 들었던 ‘문학과 인생’이라는 수업이에요. 수업이 대학교 수업답다고 해야 하나? 토론식으로 진행하고, 마음으로 소통하는 느낌이었어요.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었으니까요. 교수님도 제가 좋아하는 성향이었고 열정이 넘치셨죠. 그때 인연을 맺어서 지금까지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있어요. 제 졸전에도 도움을 주셨고, 최근에 외부 연구소에서 하시는 수업을 들으며 같이 공부하고 있어요. 이 수업 때문에 디자인에만 치우쳐서 생각하지 않고 책, 문학 등 디자인 외적인 것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되었죠.

교직 이수를 하게 된 이유는?
부모님의 영향과 추천으로 조금은 수동적으로 선택하게 됐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제 대학 인생이 불행하고 힘들었던 이유의 9할은 교직 이수더라고요. 아무래도 수동적으로 선택했는데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기까지 하니까 더 불행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교직 이수를 하면서 특히나 교생과 교육봉사를 하면서 교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숭고하고 대단 것인지를 알게 되어서 교사는 내 길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되었죠.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홍대 근처에 ‘모비딕’이라는 바에서 일하고 있어요. 모비딕은 소설 제목이기도 한데, 그래서 이름 때문에 일하게 됐어요. 지금 추가학기를 다니고 있으니까, 주변에 다른 사람들은 다 일을 하고 있어서 저만 돈을 안 벌기 초조하고 불안해서 일하기 시작했어요. 수업을 들어야 하니까, 주 5일이나 낮에 일하는 건 스케쥴이 맞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렇게 학교 외부에서 일하는 건 처음이라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이렇게 번 돈으로 마지막으로 개인 작업이나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개인 작업이나 공부는 비생산적인 일이니까 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균형을 맞춰야겠다고 생각했죠.

디자인 과에서 배운 건 무엇인가요?
첫째는 사람이에요. 입시를 오래 한 영향인지 학부 초반 때부터 위축되어 있고 학생들과 잘 친해지지도 못했어요. 그래서 친한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소모임 회장을 하면서 학생들과 소통하다 보니까 친해질 수 있었고 그 기억이 매우 소중했어요. 그 친구들에게도 많이 배웠어요. 다들 통통 튀고 열심히 하거든요. 회장 임기가 끝난 지금까지 계속 연락하고 친하게 지낼 수 있어서 좋네요. 그리고 다른 걸 꼽자면 디자인은 어렵다고 깨닫게 되었고, 타이포그래피를 배웠고, 저처럼 힘든 사람이 많구나를 느낀 게 있겠네요. 또 실험을 많이 해서 실험한 경험을 얻었어요. 망해본 경험을요. 그래서 사실 포트폴리오에 쓸만한 작업이 없어요. 그래서 오히려 지금은 제가 기본지식이 부족한 것 같아서 기본지식을 쌓는 걸 실험으로 생각해서, 기본 지식을 쌓는 실험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디자인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디자인은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해요. 안 해도 되는데 ‘굳이’하는 게 디자인이잖아요? 하지만 사실 인간은 쓸데없는 짓을 함으로써 다른 동물과 구별된다고도 할 수 있죠. 비효율적인 걸 하는 존재 이기도 하고요. 휴대폰을 예로 들면 그냥 기능만 생각해 만들면 되는데, 특별한 모양을 만들고, 편한 형태를 고민하고, 주목받을 걸 고려하고, 혹은 흉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이런 것에 열을 올리고 연구를 하는 쓸데없는 짓이 디자인이죠. 디자이너는 그런 쓸데없는 짓을 쓸모있는 것처럼 꾸미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고요.

앞으로의 계획과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일단은 졸업하고 출판사에 들어가려고 해요. 일을 해봐야 어떤 일인지 알 수 있으니까요. 아마 처음에는 북디자인을 할 텐데 저는 꼭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어서 그 이후는 모르겠어요. 그냥 책과 함께 살고 싶어요. 꼭 일이 아니더라도 책과 관련된 것을 하며 살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잡생각이 많은 편인데, 이 잡생각을 날려줄 수 있는 노동의 끝인 일을 하고 싶어요. 생각을 정제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땀과 노력의 일, 몰두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안녕, 디자이너’에 한마디 부탁합니다.
디자인은 별 게 아니에요. 세상에는 많고 많을 가능성과 선택들이 있고, 그중 하나가 디자인이죠. 이 프로젝트도 같은 이야기를 하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요.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해서 매우 응원하고 있어요. 다만 어디까지 디자이너로 볼 지를 정의하는 것이 프로젝트 진행에 매우 중요한 지점일 것 같아요.

2018년 4월 15일 스타벅스 홍대공원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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