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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민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졸업 ’18
의료정보 관리 및 공유 플랫폼 ‘MEDIBLOC’ 디자이너



안녕하세요. 잘 지냈나요? 오랜만이에요. 먼저 자기 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학교를 졸업하고 스타트업 MEDIBLOC에서 일하고 있는 전제민입니다.

어떻게 저와 동기가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디자인과는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그렸어요. 자랑을 좀 하자면 얼마 전에 모아놓은 걸 봤는데, 꽤 잘 그렸더라고요. 중학교 때 까지 게임을 많이 하니까 고등학교 때 부모님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려라 하시면서 미술학원에 보내셨어요. 입시 미술학원은 아니고 회화 학원이었는데, 학교보다 학원 친구들과 더 친했어요. 거의 학원에 박혀서 그림을 그렸죠. 그러다 입시를 준비하게 됐고, 그 때 디자인을 알게 되어서 디자인으로 직업을 삼으면 좋을 것 같아 디자인과에 들어오게 됐어요. 원래는 자동차나 기계를 좋아해서 산업디자인과에 가려다가, 몸을 써야 하는 작업이 많고, 힘들 것 같아 평면작업을 주로 하는 시디과를 선택했죠.

대학교 생활은 어땠나요?
1학년 때 좋아하던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어서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이전에는 주로 연필과 수채화를 이용해서 그림을 그렸었는데, 대학교에서 재료를 다양하게 쓰게 됐어요. 2학년이 되니까 이제 디자인을 배우는데, 수업으로는 기대했던 내용보다 부족해서 혼자 책을 보며 공부를 했어요. 그리고 해외 디자인 사이트를 보면서 좋은 작업을 눈에 많이 익혔죠. 학교에서는 이론적인 내용, 개념적인 내용을 많이 다루고, 실무적인 부분은 많이 다루지 않더라고요. 3학년 때 브랜딩에 관심이 생겨서, 브랜딩 수업을 들었는데, 그 때 브랜딩 쪽으로 일하고 싶다고 결심을 했죠. 휴학을 하며 브랜딩을 하는 스타트업에서 일을 했어요. 전시회 포스터나 전시를 위해 만든 작업은 단발성인데, 브랜딩을 하면 그 브랜딩이 계속 인쇄되고, 패키지로 남고, 그걸 누군가 사가고 가치에 공감하고 하는 걸 보면서 신기하기도하고 제가 만든 게 실제 상품으로 나오고 판매 되는 거에 흥미를 느꼈어요. 대학생이 되면서 소비 능력이 커지고 보는 눈도 높아지니까 어떤 브랜드가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가치로 하는지 알게 되었어요. 가치에 공감하는 브랜드는 좋아하게 되고 그렇지 않은 브랜드, 부정적인 이슈가 있는 브랜드는 멀리하고 그랬어요.

제 기억에도 그림을 굉장히 좋아하고, 잘 그리던 전제민이 떠오르는데요. 졸업 전시는 사진으로 했는데, 사실 매우 의아했어요. 졸업전시 이야기를 해줄래요?
군대를 다녀 왔는데 그림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더라고요. 대신 그 흥미가 사진으로 옮겨 갔어요. 사진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사이에 있어서 그 점이 좋았어요. 너무 세련되지도 않고 너무 보수적이지도 않아서요. 그리고 환경이나 시간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나는 것도 매력적이었어요. 제가 모순적인 성향이 있는게 최신 기술을 좋아하고 기계에 관심이 많아서 최신 휴대폰을 찾고 소프트웨어가 업데이트되면 어떤 이유인지 까지 찾아보는데, 필기는 공책이 좋고, 타자기, 연필을 좋아해요. 심리테스트를 해도 모순적인 성향이 나오더라고요. 아무래도 이런 성향때문에 사진을 좋아하는 거 같아요. 사진도 기계는 다양한데, 아날로그적 감성을 가지고 있잖아요. 아무튼 그래서 사진을 매체로 작업하기로 정했죠. 졸전 주제는 평면화된 인간상이었어요. 어떤 책에서 “사람의 개성이 죽고 납작해진 비둘기같다”는 구절을 읽고, 와닿아서 그걸 사진으로 구현해내려고 했죠. 사람을 1:1 크기로 대형 프린트 하고 일상 곳곳에 전시한 후 다시 사진에 담고, 그 사진을 잘라서 오려붙이는 작업이었어요. 연작으로 하는게 힘들었는데, 주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서 무사히 잘 마쳤죠.

이제 졸업하고 나서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지금 일하는 회사, MEDIBLOC은 어떤 회사고, 어떤 일을 맡고 있나요?
MEDIBLOC은 환자의 진료 기록을 블록체인을 이용하여 공신력을 갖도록 하는 플랫폼이에요. 그렇게 되면 환자의 진료기록을 병원이 갖고 있는 지금과 달리 환자가 진료 기록을 갖게되는데,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투명성을 확보하여 공신력을 가질 수 있죠. 그러면 의료 데이터를 모든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거에요. 그 기술을 만들고 쓸 수 있게 하는, 말하자면 기술을 파는 회사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거기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어요. 스타트업이다보니까 아무래도 광범위한 일들을 하는데, 주로 저희 사업 모델과 블록체인을 어떻게 쉽게 전달할까를 고민해 시각물을 만들고 있어요.

이 전에 만났을 때만 해도, 스타트업보다는 다른 곳에서 일하려고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스타트업에서 일하기로 결정하신 이유가 있나요?
이 회사를 4학년 여름방학부터 다니게 되었는데, 그 때는 웹페이지 제작과 일러스트레이션을 하는 아르바이트였어요. 원래 디자인은 외주형식으로 했었는데, 여러 문제가 있어서 외주사와 계약을 종료하고 제가 점점 범위를 넓혀갔죠. 졸업을 하고 본격적으로 취업을 하려고 했는데, 회사쪽에서 저에게 정규직으로 일해보자는 제안도 있었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다 너무 좋아서 계속 일을 이어나가기로 했어요. 그렇게 지금은 MEDIBLOC의 거의 모든 디자인을 도맡아 하고 있어요. 계속 일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보다 제가 주도적으로 작업하고 기여도가 높은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죠. 지금도 보면 브랜딩을 모듈화 하는 작업을 하는데 거의 제가 기획하고 제작까지 하고 있고, 홍보자료 제작, 발표자료 제작, 심지어는 프로필사진 촬영까지 거의 모든 부분에 관여하고 있어요. 다만, 선임디자이너가 없어서 주로 인터넷을 통해서 배우면서 하고 있는게 걱정되고 불안하네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회사에서 디자이너를 충원하고 있는데, 디자이너 지원이 많지 않아 고민이에요. 개발자에게는 매력적인 아이템이어서 지원이 많은데, 디자이너는 많이 없어요. 개발자는 여기에서 근무하다가도 다른 블록체인 업계로 이직이 용이한데, 디자이너는 아이템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니까 다른 곳 다니다가 스타트업 업계로 이직하기에는 리스크가 크죠. 장점은 기획부터 리딩, 이미지 제작까지 제가 하니까 하는 일이 다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는 거에요. 단점은 여러 업무 사이의 허들이 낮다 보니까 기획 업무, 마케팅 업무 등 각계의 업무에 마케터, 기획자, 디자이너, 대표가 다 관여한다는 거죠. 특히나 실물이 나오는 거에는 디자이너가 필요하니까 업무가 디자이너에게 몰리는 경향이 있어요. 초창기라서 어쩔 수 없기는 한데,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긴 해요.

저도 과거에 스타트업에서 일을 했어서 공감이 많이 되네요. 이후에는 어떤일을 하고 싶어요?
최소 올해까지는 지금 다니는 회사를 다닐 예정이고요. 다른 브랜딩 회사에 가서 디자인 시스템을 배우고 싶기도 하고, 아니면 좋은 선임디자이너가 있는 회사를 가고 싶어요. 브랜딩 회사로만 한정하지 않고, IT회사나, 다른 곳도 좋아요. 다만 어디를 가던 함께 일할 구성원이 중요한 요소일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는 실무보다는 개념 위주로 배웠는데, 실제 사회에 나오니까 실무, 특히 툴이 중요하더라고요. 툴을 잘 모르니까 계속 공부를 해야만 했어요. 공부와 일을 병행하니까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런걸 잘 알려주고 이끌어 줄 수 있는 선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포지션으로 일을 하고싶어요? 기획을 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가요,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나요?
제가 변덕도 심하고 이것저것하는걸 좋아해요. 하나만 못하죠. 디자인도 기획도, 이미지 제작도 다 하고 싶어요. 졸업즈음이 돼서 영역을 점점 확장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이전에는 관심사가 미술, 디자인, 영화 정도였다면, 뮤지컬, 요리 등 점점 관심있고 접하는 영역이 넓어졌죠. 디자인에서도 넓은 범위를 다 하고 싶어요. 개발자 중에 백앤드와 프론트라는 포지션이 있는데, 이 걸 다하는 풀스텍 포지션이 있어요. 디자인에도 풀스텍이 있다면 그걸 하고 싶어요. 그래서 일하면서 기획자의 업무나 리서쳐의 업무, PM의 업무를 어깨 넘어서 보며 공부하고 있죠. 시스템을 만들고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도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업무니까요.

스타트업으로의 진로를 고려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해요.
만약 스타트업을 고려하고 있다면, 다른 것보다 함께 일할 사람들이 좋은 사람인지를 보는 게 좋아요. 그리고 그 아이템의 미래 가치에 확신하고 신뢰하느냐를 잘 생각해 보는게 좋을 것 같아요. 자신의 확신을 믿고 가세요. 핵심 인물이 되는 게 좋고, 스스로 기여도 높은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고 하면 스타트업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다만 페이를 말도 안 되게 낮게 주고, 이 후에 지분을 준다는 등의 말도 안되는 조건을 거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건 꼭 피했으면 좋겠어요.

디자인 외에 다른 관심사는 무엇이 있나요?
4학년 때 뮤지컬 수업을 들었는데, 정말 재밌더라고요. 친구들이랑 뮤지컬을 짜고 노래부르고 안무 맞추고 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최근에는 요리에도 관심이 많아요. 만약 디자이너를 안한다면 뮤지컬 배우나 요리사도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잘 하는 사람이 많아서, 쉽지는 않겠지만요. 그래서 저는 브랜딩, UX, 서비스 기획 쪽을 더 공부해서 적성과 효율을 만족시키려 계획하고 있어요.

디자인 과를 나온 게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 거 같아요. “로고와 서체, 색 등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주면서 소통하려고 하는구나”와 같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걸 알 수 있으니까요. 어떤 것에 접근할 때 무분별하게 받아드리는 것이 아니고, 의중을 파악하는 등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어요. 특히 영화나 사진작업을 볼 때 조금 다른 접근법으로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안녕, 디자이너’ 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면?
디자이너가 아닌 졸업생에게는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는지 묻고 싶어요. 제가 만약 디자인을 안한다고 하면 그게 가장 큰 고민일 것 같아요. 이 프로젝트가 원래 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하지 못했다와 같은 식의 푸념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로 끝날지, 다른 방향으로 더 발전될지도 궁금하네요. 인터뷰로 끝난다면 인터뷰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작업이면 좋을 것 같네요.

2018년 4월 22일 wework 역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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