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규선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4학년 재학
자기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4학년, 졸업 준비를 하는 학생이에요.
디자인 과를 입학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려서부터 항상 꿈이 화가였어요. 부모님 말씀으로는 제가 어떤 것에 집중을 잘 못 했는데, 그림을 그리게 하면 그것만은 몇 시간이고 앉아서 그렸다고 해요. 그렇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그림을 그려서 표현하는 게 더 와 닿고, 제가 말을 잘하는 편이 아니어서 그림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걸 좋아했죠. 그래서 대학교도 미술 관련 과를 자연히 희망하게 되었죠. 미술이랑 현대 생활과 관련된 걸 하고 싶어서 찾은 게 디자인이었고 원래는 산업디자인 과를 가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미술학원 선생님들이 시각디자인이 시장이 더 넓고 상업적으로 더 발달했다고 해서 시각디자인과로 희망을 변경했죠.
디자인 과를 들어오고 나서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1학년 수업은 거의 기초 실기 수업이어서, 그냥 대학 오기 전에 하던 걸 계속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림을 주로 그렸죠. 2학년 때 편집수업도 듣고, 3D 수업도 들었어요. 수업을 듣다 보니까 제가 너무 수동적인 학생이라는 걸 스스로 느꼈죠. 교수님들은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것을 원했는데 제가 그걸 못 따라가다 보니까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3학년 때 스튜디오 수업의 경우 주제도 직접 정하고 프로젝트의 방향도 설정해 나가야 하는데, 이건 진짜 너무 어려웠어요. 팀 작업도 힘들었고요. 작가적인 수업도 들었는데, 그게 가장 잘 맞는 것 같았어요. 제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고 제 얘기를 부담 없이 할 수 있고요. 지금은 제가 그린 그림을 상업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패키지 수업을 듣고 있어요.
졸업을 앞두고 특별한 고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원래 처음 이 인터뷰에 응했을 때만 해도 디자인을 안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또다시 디자인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만큼 정하지 못하고 고민만 하고 있어요. 그냥 그림을 그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릴 때는 제 위주로 그릴 수 있는데 디자인은 더 큰 범위 같아요. 저와 다른 사람의 관계가 있고, 의견을 공유하고 조율해서 나오는 게 디자인이잖아요. 순수회화를 피해서 디자인 과를 왔는데, 지금은 오히려 디자인을 피해서 순수 회화 쪽으로 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 중간을 찾으면 참 좋겠는데 말이에요.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도 있고 편집디자이너도 있을 것 같은데, 정확하게 잘 모르니까 결정을 못하겠는 거죠. 사실 패키지 수업도 그래서 선택한 거였는데 막상 해보니 저랑 안 맞는 거 같아서 또 고민이 되고요. 선배들은 어디에 취업하고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제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 게 제일 궁금해요. 지금 뭘 준비해야 하는지, 인턴을 하면 어디에서 해야 하는지.
어떤 쪽으로 일하고 싶어요?
아직은 막연하게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 근데 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반대로 ‘나는 취업준비 안 할 거야’ 이런 반항심도 생기고 있고요. 아니면 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하고 싶기도 해요. 고등학교 때 미술 선생님이 당신 작업을 하시면서 학생들을 가르치셨는데, 그게 정말 좋아 보였어요. 가슴 한편에는 교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죠. 어떤 일이든 제가 동적인 걸 안 좋아해서, 소소하게 여행도 다니고 좋아하는 것 먹고 제 생활 누릴 수 있는 삶이면 좋을 것 같아요.
디자인을 안 했다면 무엇을 했을까요?
디자인 과를 오지 않았으면 공대 같은 곳에 가 있지 않을까요. 답이 정해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해보니까 답이 안정해져 있는 것에서 답을 구해나가는 것이 너무 어려웠어요. 답이 있다면 그 답만을 보면서 달려갈 수 있잖아요. 디자인은 답이 안 보이니까 그냥 무작정 달려야 하는 것 같아요. 제가 프리랜서 같은 것도 하기 어려운 게, 프리랜서는 체계가 정해져 있지 않잖아요. 저라는 사람이 돌아가려면 환경적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이어야 해요. 아무 답이 없거나 제한이 없는 환경이면 저 스스로가 방향을 잘 잡지 못하거든요.
‘안녕,디자이너’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자신의 전공과 관련 돼서 직업을 갖는 게 10% 정도 밖에 안된다고 해요. 저도 이 프로젝트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요. 디자이너를 안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회사원도 있고, 주부도 있고. 다양하지 않을까요? 무언가 험난한 직업도 있을 것 같고요. 그런데 결국은 디자인과 상관이 아예 없는 직업이 있을까요? 벗어나려고 해도 다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이죠.
2018년 4월 16일 커핀그루나루 홍대UCC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