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정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4학년 재학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전공 4학년 신화정입니다.
어렸을 때 꿈은 뭐였어요?
미술학원 다닐 때는 화가, 피아노 학원 다닐 때는 피아니스트같이 그 시기에 관심 있거나 경험하고 있는 걸 장래희망으로 썼어요. 강한 사람이 멋있어 보여서 차력사 같은 꿈을 갖기도 했어요.
디자인과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부모님께서 제가 자율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성향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미술이라는 분야가 자율적이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셔서 은연중에 미술을 하라고 부추기셨죠. 정해진 대로 하는 분야가 아니길 바라신 것 같아요. 그렇게 부모님 권유로 중학교 때까지 취미 미술학원에 다녔어요. 문·이과를 고를 때 일단 미술학원 입시를 해보고 미술로 진학할지 결정하기로 했죠. 시작한 김에 계속하자는 마음이 들어 미술 쪽으로 대학교를 희망하게 되었고, 직업으로 일을 하려면 다른 과보다는 디자인과가 낫지 않을까 싶어서 디자인과를 오게 되었어요.
디자인과에 입학하고 나서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디자인에는 크게 정보를 다루는 것과 표현을 하는 게 있는 거 같아요. 3학년 때 타이포그래피를 배우며 정보 다뤄본 것 외에는 자기 생각을 어떻게 표현할지, 다양하게 해볼지 등 표현의 방법에 대해 다루는 수업을 주로 들었어요. 내용과 표현의 관계보다는 다양한 표현 방법이 중요했죠. 그러다 3학년 2학기 때 처음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그때 제 생각을 논리 있게 전달하는 것, 소통하는 것에 대해서 처음 지적을 받았던 기억도 있네요. 한 작업이 기억에 남아요. 휴학하고 한 달 정도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지냈던 때를 기록하는 작업을 했는데 경험이라는 게 많은 기억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거잖아요. 그중 한 갈래를 전달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에 많은 고민을 했어요. 주제를 고를 때, 주제에서 소재를 골라낼 때, 그 개념을 논리 있게 뽑아내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죠. 지금 보면 주어진 정보를 제대로 담아내는 훈련은 별로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디자인에 대한 경험이 없는 것 같기도 해요. 어떤 디자인 분야가 좋은지는 아직 생각을 확실히 좁히지는 못했는데, 저는 고정된 것보다는 움직이는 게 좋고, 한 장보다는 여러 장이 좋고, 혼자 하는 것보다는 같이 하는 게 좋아요. 최근에는 다양한 표현을 하는 것도 좋지만, 생각을 담아, 판단의 결과로 디자인이 나오도록 하려고 해요.
디자인 아닌 분야 중에 관심 있는 것이 있나요?
공연 보는 걸 좋아해요. 무대나 공간 구성, 희곡 텍스트 분석에도 관심이 생겨서 수업을 찾아 듣고 있어요. 한 요소가 쓰이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고 계속 쓰임새 있고 돌아다니는 것이 재밌어요. 다시 말하면 요소가 계속 재등장할 수도 있고 한 요소가 여러 가지 쓰임새가 있기도 한 모습? 좀 어렵네요. 게임도 비슷하고, 영상도 비슷하죠. 인쇄물에선 포스터보다는 책이 그런 것 같아요. 아무튼, 이런 형식에 흥미가 있는데 이론적으로 합쳐지지는 않았고 모색만 하는 상태에요. 이런 걸 다루는 직업이 어떤 것인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래서 일단은 그냥 재미있어 보이는 걸 하고 있어요. 다른 과 수업을 듣는 것도 그 방법의 하나이구요. 블로그에 글도 많이 적고 있어요. 제가 관심 있는 걸 어떻게 하나로 엮을 수 있을까 매일 고민하죠. 할 이야기가 분명하면 이런 걸 하겠다고 제안할 수 있을 텐데, 아직 그렇지는 않아요. 꼭 일이 아니어도 되고 취미로 해도 좋아요. 만약에 일로서 새로운 걸 제안해야 한다면 공부를 훨씬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네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디자인을 하면서 협업하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무대에서 자막이나 스크린에 맵핑을 하는 부분, 의상이나 문양들. 그래픽디자이너로 참여하면 재미있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요소가 많아요. 피터빌락 이라는 타입 디자이너가 있는데 공연분야와 협업하는 일을 간간이 하고 있어요. 몸으로 타입을 만들기도 하고요. 부러워요. 어쩌면 그 사람은 타입디자인이라는 분야를 분명히 갖고 있어서 가능한 것 같기도 해요.
나중에는 어떤 일을 하고 싶어요?
제가 하고 싶은 게 기업으로 존재하거나 아니면 제가 일해보고 싶은 극장이 있다거나 그렇다면 그 직업을 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맞출 것 같은데,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게 업계에 어떤 식으로 존재하는지 몰라서 뭘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누구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세상에 직업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요? 결국은 타협하고 맞춰서 그 직업을 갖게 되는 것 아닐까요? 사실 내 이야기의 표현으로서 하고 싶은 작업은 많이 없어요. 그런 것들은 살면서 1년에 하나 정도 생기는 것 같은데, 그렇게 해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는 없고, 학교 밖에서 직업으로서 그런 일을 하고 싶지도 않아요. 저는 제가 원하는 방법에 가깝도록 정보를 다루는 일을 하고 싶은데, 학교 밖 상황이 어떤지 잘 모르고, 유형도 모르니까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지 모르겠어요.
디자인과에서 얻게 된 것이 있다면?
디자인과가 좋아요. 제가 생각한 걸 바로 만들어 낼 수 있잖아요. 그래픽 툴로 형태를 잡아낼 수도 바로 출력해서 실물을 얻을 수도 있잖아요. 생각만 있으면 뭐든지 바로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되었죠. 제가 극에 관심이 있지만, 극장에서 일하고 싶은 것은 아니에요. 극의 요소를 빌린 어떤 작업물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요. 그래서 생각이 조금 유연해졌어요. 원하는 대로 표현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잡지 같은 매체는 사람을 모을 수도 있고요. 생각한 걸 만들어내고, 그걸로 사람을 모이게 할 수도 있고. 그런 능력치를 갖게 된 걸 기쁘게 생각해요.
‘안녕, 디자이너’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궁금해요. 다른 사람들도 아직 직장에 들어가지 않은 이상 저처럼 타협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 않을까요. 다들 하고 싶은 게 다양할 것 같은데, 그 생각이 궁금해요. 그리고 디자인을 안 하고 다른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어떻게 현재 직업으로, 혹은 다른 방식으로 타협해 얻어냈는지 궁금해요.
2018년 4월 18일 홍익대학교 fabrica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