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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린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4학년 재학



자기소개 부탁해요.
시각디자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예린입니다.

디자인 과를 입학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 아버지랑 그림 그리던 시간을 가장 재미있어했어요. 아버지가 예전에 그림 그리시는 일을 하셨거든요. 자연스레 장래희망에 항상 화가를 썼죠. 미술학원은 고등학교 때부터 입시를 위해 다녔어요. 이때만 해도 가구디자인 과나 인테리어디자인 과를 희망했죠. 예쁜 공간이나 가구, 소품에 관심이 많아서 공방에서 가구 만드는 거에 로망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부모님이 가구나 인테리어는 위험하다고 반대하셔서, 그다음 관심 있던 편집디자인을 희망하게 되었어요. 다른 친구들이 책을 읽을 때 저는 잡지를 주로 읽었는데 읽다 보니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이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잡지사에 들어가는 걸 꿈꾸게 되었고 시각디자인 과에서 편집디자인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디자인과에 입학하고 나서는 어땠나요?
1학년 때는 학교 수업에 흥미가 없었어요. 입체를 좋아하지 않는데, 입체 수업도 들어야 하고, 너무 기초적인 수업만 있어서요. 2학년 때부터 타이포그래피 수업 듣고, 전공 수업을 조금씩 들으면서 재미있어했죠. 다양한 방향의 수업을 들었어요. 그중 3학년 때는 기업적 디자인스튜디오라는 수업이 기억에 남아요. 사실 아예 관심이 없는 분야였는데 혹시나 듣고 저랑 잘 맞으면 어쩌나 싶어서 들었죠. 기획하는 과정과 문제점을 찾아 보완하는 내용은 재미있었는데 같이 듣는 다른 친구들의 성향이 달라서 많이 당황스러웠어요. 그리고 주로 애플리케이션이나 UX/UI를 다뤘는데, 제가 애플리케이션을 잘 안 써서 ‘과연 이 애플리케이션을 누가 쓸까? 공감을 못 했어요.

디자인에 대해 정의하자면?
사전에서 나오는 정의 말고 도대체 디자인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관련 전공도 많은데 어디까지가 디자인의 영역인지도요. 요즘 작가로서의 디자인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 데요. 이거는 더욱 잘 모르겠어요. 클라이언트 작업이 아닌 작업을 하는 걸 작가로서의 작업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그러면 그냥 작가 아닐까요? 작가주의적 작업을 주로 하는 사람이 있고 그것이 선택의 문제라고 하지만, 저는 디자인 자체는 클라이언트가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제 주변에서 작가 쪽 작업을 더 선호하고 멋있어하는 경향을 볼 수 있는데 조금 과하진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이게 괴로운 게 사실 저도 작가 쪽 작업을 하는 사람이 멋있어 보여요. 괴리가 있다고 해야 하나. 제가 멋있어하는 것은 작가 쪽 작업인데, 가려는 길은 클라이언트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네요.

디자인 외에 요즘 관심 있는 것이 있나요?
사회문제, 페미니즘, 환경문제 등에 관심이 있어요. 중학교 때 3~4명이 선생님 집에서 같이 독서 후 토론하고 글을 쓰는 과외 같은 수업을 했었는데 그때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어떠한 문제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서로 말하고 생각을 나누다 보니 지금은 의식하지 않아도 주변의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되었죠. 왜 무언가를 익히고 나면 익히기 전을 돌아가기는 힘들잖아요? 거기에 더해 점점 더 관심이 깊어지죠. 제가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지만, 목소리를 내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책을 내거나 작업을 하는 방향보다는 청원하는 등 좀 더 실질적으로 변화를 유도하는 쪽으로요.

디자이너가 아닌 일 중에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잡지사에 들어가 편집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꿈은 이제 바뀌었어요. 종이에 인쇄되어 나오는 잡지의 느낌이 좋았던 건데 요즘은 웹진 형태로 많이 나오잖아요. 웹진 디자인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 에디터를 해볼까 하고 있어요. 그런데 글 쓰는 게 힘들더라고요. 혼자 글을 써봤는데 하나의 글은 쓸 수 있지만 여러 개를 매번 쓰는 건 어려웠어요. 그리고 에디터는 항상 다른 아이템을 써야 해서 같은 방식으로 쓰지 않아야 하고 반복해서 새로운 글을 써야 할 텐데 그게 어려울 것 같아요. 계속 노력해봐야죠. 그 외에 디자인을 직접 하는 것보다는 상품 같은 것을 기획하고 판매와 관련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도 해보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상품이나 브랜드를 알리는 게 좋아요. 주변 친구들에게 항상 좋은 걸 소개해주고 있어요. 직접 상품과 브랜드를 만드는 것보다 이쪽이 더 재미있는 것 같기도 해요. 더 잘해볼 수 있을 것 같고요.

디자인 과에서 얻은 건 무엇인가요?
함께 생활하고 공부하는 친구들의 관심사가 저랑 잘 맞았어요. 취향도 잘 맞고요. 만약 다른 과에 갔으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됐을지 모르지만, 여기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경험이 축적되어서 지금 저의 틀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만약 미대가 아닌 다른 쪽으로 갔을 때를 생각하면 그때보다는 지금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보통 책을 산다고 하면 대형서점을 가잖아요. 그런데 우리 과 사람들은 작은 서점이나 큐레이팅 서점을 가요. 만약 제가 디자인 과를 안 왔다면 아마 이런 문화를 접하지 못했거나 늦게 알았겠죠? 그리고 사소한 것도 존재 이유를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옛날에는 그냥 지나쳤던 것들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궁금해하게 되는 자세를 갖게 됐죠.

이 프로젝트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디자인을 전공으로 삼은 건 겨우 5년인데, 삶 전체를 보면 아직 굉장히 일부분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보면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 이상할 것도 없는 것 같아요. 대학교에 오는 순간에 디자인에 관심이 있어서 디자인을 선택한 거고, 해보니 맞지 않았거나 더 좋은 선택지가 있어서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저 선택의 결과일 뿐인 아주 자연스러운 거죠. 다만 고민이 되고 걱정인 건 제가 20대의 많은 시간을 디자인이라는 커뮤니티 안에서 보내다가 다른 길을 선택해 다른 커뮤니티에 속했을 때의 모습이에요. 관심사도 달라질 테고, 업무 필드가 달라지면 할 수 있는 얘기도 변할 것 같고요. 그래서 많은 사람이 전공이 아닌 다른 분야로 가는 것에 대해 신중한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다른 일을 선택하게 되면 ‘대학에서 보낸 시간이 헛된 건 아닐까’, ‘더 일찍 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후회도 하고 다른 길에 대한 불안감도 있을 거 같아요. 이 프로젝트에서 만날 사람들은 이런 고민을 뒤로하고 다른 선택을 하신 거잖아요? 그 고민과 경험담, 선택한 이유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2018년 4월 19일 홍익대학교 fabrica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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