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중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4학년 재학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에 재학 중으로, 올해 졸업전시를 앞두고 있어요.
디자인과의 입학부터 현재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2011년도에 재수를 해서 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에 입학해서 2012년에 시각디자인으로 전공을 정했어요. 과 내 타이포그래피 소모임인 한글꼴연구회에서 활동을 했으며 주로 편집물을 위주로 작업했고요. 브랜딩쪽에도 관심이 있어서 브랜딩 등 기업과 관련된 디자인을 다루는 수업도 들었죠. 영상과 일러스트레이션 수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분야에 조금씩 발을 담갔네요.
디자인 과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 고민이 많았어요. 이과는 당연히 안 갈 것이라고 생각했고, 문과를 가자니 대부분이 그러는 것처럼 경영이나 경제 관련 학과로 가서 대기업으로의 취업을 준비하고 싶지는 않았고요. 그러다가 학교 앞에서 나눠주는 미술학원 홍보물을 봤는데, 부모님은 아차 싶었겠지만 미술 관련 유치원을 나오고 고등학교 입학 때 까지 계속 미술에 조금씩 손을 담그고 있었고, 칭찬도 더러 듣고 또 저도 즐겼던 터라 미술 쪽으로의 진로도 고민하게 됐어요. 그래도 돈은 벌어야 하니 미술 쪽에서도 디자인을 전공해야겠다고 그때는 막연한 생각을 가졌죠. 제가 입체에 대한 이해가 달려서 산업디자인보다는 시각디자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디자인 과에서 배운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처음에 대학교를 입학하고는 적잖이 당황했어요. 바로 컴퓨터로 멋진 디자인을 할 줄 알았지만 가장 싫어하는 입체 수업도 들어야 하고. 그림도 그려야 했죠. 1학년 때는 정말 수업은 엉덩이로 듣고 술만 엄청나게 먹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성적은 나쁘지 않았는데, 그래서 더 허탈했어요. 노력과 성적이 비례하지 않으니 말이에요. 그때는 속된 말로 주로 입을 많이 털었죠. 입체 수업 때 아크릴판으로 정육면체 공간을 만들고 거기에 플래시를 비추고는 미래의 집이라고 한 적도 있어요. 빛을 비추면 공간이 되는 집이라고요. 그러다 군대를 다녀왔고, 어영부영 학교를 다니다 보니 벌써 졸업을 앞두고 있네요. 디자인 과에서 배운 건 디자인보다는 주변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나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방법을 배운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좋은 건 우리 과에 학생 수가 매우 많아서 사람을 많이 얻었다는 거에요. 왜 그런 말이 있잖아요. 사람이 재산이다. 사실 그걸 느낀 건 아닌데, 사람이 많아서 휴대폰 전화번호부가 자연히 두꺼워졌죠.
디자인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하겠다고 결심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디자인과 안에서도 그런 말을 많이 들어요. 디자인 관련 졸업생이 너무 많다. 그리고 디자인이라는 것은 사실 진입장벽이 매우 낮잖아요. 전문성은 분명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건 어느 정도 수준을 넘어서서야 볼 수 있는 전문성 같아요. 디자이너가 보기에 정말 형편없는 모습을 한 서비스 중에도 잘 팔리는 것이 많고 정말 멋진 모습의 서비스도 잘 팔리지 않고 망하는 걸 보면 디자인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하게 되죠. 졸업생이 많은 만큼 잘하는 사람도 많아요. 그래도 우리 학교가 공부 잘하고 뛰어난 학생들이 많다 보니 항상 그 학생들의 작업을 보고 느꼈죠. “세상에는 정말 대단하고 뛰어난 디자이너가 많다.” 구요. 그래서 자괴감을 느끼기보다는 그러니까 나는 다른 길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것도 어떻게 보면 우리 과에 와서 배운 점이에요. 안 맞거나 안 되면, 맞추든지 돌아가든지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던지.
디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이 질문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요. 그래도 제가 한 질문이니까 대답해볼게요. 디자인은 정말 어려워요. 세상 그 어떤 것도 뒤에 디자인이라는 말을 붙이면 디자인이 돼버려요. 그래서 그걸 뒤따라가기에는 숨이 벅차요. 물론 다른 쪽으로 보면 그만큼 질리지 않는 거라고 할 수 있죠. 제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사실 전부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거에요. 과거에 흔히 생각하던 포장디자인은 제 생각에 디자인의 매우 매우 일부분이고요.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디자인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사실 따지면 저는 디자인을 안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인 디자인이 아니고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을 하려는 거에요. 디자인을 배운 사람이 어떤 일을 하면 저는 무조건 다를 거로 생각하거든요.
‘안녕, 디자이너’를 진행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세상에는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저 자신도 그거에 대해서 안도하고 싶었어요. 저 자신은 디자인을 안 할 거다라는 말을 밥 먹듯이 달고 살았지만, 사실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나 같은 고민을 했던 사람들, 특히나 선배들은 만난 적도 없고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어서 마음 한편에는 불안함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학교에 다니면서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있다고 느꼈어요.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지만, 그 울타리 때문에 울타리가 처진 길을 가야 하고, 그 길에서 이탈하려고 하면 스트레스받고, 고민할 수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울타리를 허물고 싶은 건 아니지만, 옆에 다른 길도 만들어 놓고 울타리 옆에서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에게 소리치고 싶었어요. ‘친구야! 여기 다른 길도 있으니까 울타리 밖도 한번 봐봐!’ 라고 말이에요.
2018년 4월 13일 자취방에서 셀프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