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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헌


A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졸업 10’
카페 안녕로빈 사장님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페이스북 ‘망원동좋아요’ 그룹에 무작정 인터뷰 대상자를 찾는 글을 올렸는데, 이렇게 연락을 주셨어요. 고맙습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송진헌이고요. 디자이너 일은 8년 정도 했고, 무언가의 깨달음과 재미없음, 싫증, 이런 걸 느껴서 사업을 시작했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망원동에서 카페 안녕 로빈을 운영하고 있어요. 애견 위탁관리업이라는 업종인데 반려견을 맡겨두고 퇴근할 때 찾아가거나, 잠깐 맡기는 공간이죠. 애견동반카페라고 부르는데 반려견 데리고 와서 커피도 한잔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반려견 친구도 만들어주는, 소규모 모임도 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한 1년 반 정도 됐네요.

애견 위탁 관리업이라는 건 처음 접해 보는 데요. 아직 오전이라 강아지가 없어 아쉽네요. 그럼 먼저 디자인 과를 입학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게요. 미술은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중학교 때까지는 수영 선수였는데 체고 진학에 실패해서 좌절하고 있었어요. 어머니가 그걸 보고 친구분이 하시는 미술학원을 소개해 주셨어요. 그때는 입시를 석고상으로 했는데, 석고상을 그리는 선생님이 정말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거칠게 그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그리는 힘도 느껴지고요. 말하자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서 미술을 시작했어요. 저희 어머니가 회화과를 나오셔서 디자인 일을 하시는데, 그 영향도 받았고요.

아 그럼, 어머니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디자인 과로 진학하시게 되신 건가요? 디자인 과로 오신 이유가 궁금해요.
고 1 끝날 때쯤 미대 진학을 위해서 석고 소묘와 발상과 표현 사이에서 선택해야 했어요. 발상과 표현이 화려하고 시선을 많이 끌어서 발상과 표현을 선택했고 자연스레 디자인 과를 오게 됐죠. 또 학원 강사들의 학교생활 이야기를 들으면서 디자인과의 자유분방한 분위기에 끌렸어요. 디자이너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디자인과의 자유분방한 대학 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죠. 그리고 그때는 사람들이 MP3, PMP를 항상 들고 다녔는데, 매일 가지고 다니는 제품 중 하나가 직접 디자인한 거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어요.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사람들이 사용하는 생각을 하니까 소름이 돋을 정도로 좋았고, 그렇게 산업디자인과 진학을 꿈꿨죠.

대학 생활은 기대처럼 자유분방했나요?
1학년 때는 직접 벌어서 생활해야 했기 때문에, 학교를 마치고 밤에 일해야 했어요. 술집 아르바이트, 바텐더, 웨이터 등 술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됐죠. 그러다 보니 1학년 때는 정말 술만 먹다가 지나갔어요. 그렇게 1년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왔어요. 일찍 군대에 가고, 2, 3, 4학년을 다이렉트로 길게 공부하고 싶었거든요. 해야 하는 것들은 빨리해내고, 얼른 무언가를 이루어 내고 싶었죠. 군대를 다녀온 2학년부터는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어요. 다뤄야 할 컴퓨터 프로그램은 집에서 독학해 익히고 선배들에게도 많이 물어봐서 친구들이 쓰지 않는 프로그램도 무기로 가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일찍부터 교수님과 친해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연구실에도 자주 가고, 고민 상담, 진로 상담도 많이 했죠. 술도 자주 마셨어요. 디자이너는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했는데, 그때 제가 접할 수 있는 현직 디자이너, 혹은 디자이너를 잘 아는 사람은 교수님밖에 없었거든요.  

대학교 때 디자인 외에 관심이 있던 분야가 있나요?
철학과 심리학이요. 심리학 수업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디자이너는 고객의 필요에 맞게 행동하고 작업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심리학이 사람의 마음을 공부하고 습성을 연구, 개발하는 학문이라 디자인에 도움이 됐죠. 그 덕에 제품을 아이디어를 짤 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게 돼 여러 모임도 했죠. 디자인, 심리학, 미술 치료 등 스터디 그룹에 참여하기도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노력했어요. 다른 분야라고 하지만 결국은 디자인에 더 가까워지기 위한 활동이고 연관성이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디자인을 천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대학 생활을 정말 바쁘게 보내셨네요. 졸업 전시는 어떤 제품으로 했나요?
30대 초반의 싱글족을 대상으로 잡았어요. 젊은 싱글족을 위한 토스트기를 디자인했죠. 액정에 원하는 그림을 그리면 빵에 찍혀 나오는 토스트기였어요. 먹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만족하게 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었죠. 싱글라이프에서 있어 보이게 사는 게 좋을 거로 생각했거든요. 만족스러운 제품이 나왔고 반응도 좋았어요. 그렇게 졸업 전시를 마치고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대학원에 진학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떤 것을 더 공부했어요?
디자인을 시작할 때,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었고 소통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인터렉션 디자인 쪽으로 더 공부하기로 했죠. 지금은 인터렉션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지만, 당시는 많은 논문이 나와 있지 않았고, 쉽지 않은 분야였죠. 대학원 전공으로도 많이 없어서 아쉽지만, 제품 디자인 석사과정을 시작했어요. 인간과 제품과의 소통 관계에 관해서 연구를 주로 했어요. 대학원을 다니면서 제가 그동안 배워온 제품 디자인과 실무에서 다루는 제품 디자인이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교수님이 “실무에서는 그렇게 안 해”라고 하시는 걸 종종 들었거든요. 그게 어떤 의미인지 너무 궁금했어요. ‘대학원에서 공부를 더 할 게 아니고, 일하며 부딪혀봐야 하나’하는 고민이 자주 들었어요. 그래서 한 학기 마치고부터 취업을 준비했고, 1년을 마치고는 대학원을 그만뒀죠.

저도 어떤 의미로 말씀하신 건지 궁금하네요. 취업은 어떤 곳으로 준비했어요?
재밌는 걸 해야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러던 와중에 놀이공원에서 퍼레이드를 보는데 그거에 꽂힌 거에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퍼레이드는 그게 너무나 강렬하게 보이는 행사더라고요. 놀이공원에 관련된 디자인 회사를 조사해서 큰 업체부터 작은 업체까지 100여 개의 리스트를 쫙 뽑고 이력서를 쓰기 시작했어요. 우리나라 3개 놀이동산의 퍼레이드카를 전문으로 디자인하는 회사에 합격했죠. 퍼레이드카 제작부터 디자인, 납품까지 전체를 다 다루는 곳이었어요. 정말 기초부터 배웠어요. 철제 공장에서 소재를 분석하는 것부터, 철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용접은 어떻게 하는지 등의 업무부터요. 그러다 본업인 디자인 업무도 하게 되고, 아이스크림 매대, 솜사탕 판매용 카트를 시작으로 나중에는 퍼레이드카까지 맡아서 디자인하게 됐어요. 회사에서 일하며 교수님이 이야기하시던 실무를 조금 이해하게 됐어요. 소재도 만져보고 공장에서 조율하기도 하고, 공정을 새로 하고 그런 실무들을요. 그렇게 4년 정도 일했는데 세월호 사건으로 놀이공원 행사가 축소되면서 회사가 점점 어려워졌고, 다른 일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퍼레이드카 디자인회사라니, 쉽게 생각하지는 못한 분야네요. 그다음에는 어떤 곳에서 일하셨나요?
나중에 조그마한 사업을 한다고 생각하면, 디자인할 줄 알고 보는 눈도 있지만 그걸 잘 팔 수 있는 능력은 아직 없다고 생각했어요. 영업을 배워보고 싶었죠. 그래서 디자인을 하면서 영업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았어요. 여기저기 조언을 들었는데, 저렴한 제품을 팔기 위한 영업력을 생각해보니 문구 회사가 괜찮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문구 회사 리스트를 정리했죠. 또 하나씩 지원을 했고, 베스틴이라는 철제 필통을 주로 만드는 문구 회사에 취업하게 됐어요. 퍼레이드카를 만들 때도 철제를 다뤄 익숙했고, 대량으로 만드는 걸 보고 싶기도 했거든요. 시장조사를 나갔을 때 영업사원과 같이 진열도 하고 영업이사님에게 ‘영업을 배우고 싶다’고 어필하기도 했어요. 나중에는 점점 업무 영역이 넓어져서 제품 제작에도 관여하고 영업도 하게 됐어요. 업무가 다 연관성이 있다 보니, 효율성도 높아졌고 점점 제 입지가 굳어졌죠. 한 군데씩 영업 관리를 하기도 하고 감리를 직접 보기도 하고 마케팅팀, 기획팀, 제작팀 회의를 다 들어가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디자인 업무와는 멀어지고 있었죠. 물론 직접적인 디자인 일을 안 한 것이지, ‘판매하는 디자이너’라고 생각하며 일을 했어요.

그럼 회사에서도 점점 자리를 잡으셨겠어요. 대체할 수 없는 인력이 되셨겠는데요. 그 회사는 몇 년을 다니신 건가요?
2년 정도 디자인업무를 하고 3년을 영업 업무를 했으니까 5년 정도 일을 했어요. 영업은 제품을 어떻게든 팔아야 하는 임무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회사에 꽤 오래 있다 보니, 그만두는 사람의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제 영역이 계속해서 커졌어요. 사장님과 제가 직접 일하는 게 있을 정도로요. 지나보니 정확히 어떤 업무를 담당한다고 하기 모호한 위치가 되어버렸더라고요. 그리고 점점 잘 팔리는 제품 위주로 판매를 하는 제 모습을 보게 됐어요. 업무에 찌들었다고 할까요. 스트레스는 늘고, 일은 점점 늦게 끝나고, 힘드니까 술도 많이 마시고 담배도 자주 피우고 그러다 보니 몸이 점점 안 좋아졌어요. 한번은 회사 쇼룸에서 제품 정리를 하다 잠깐 눈을 감았는데 2시간 정도를 기억을 잃은 거에요. 병원에 가니 공황장애라고 하더라고요. 그만둘 때가 되었구나 싶었어요.

그렇게 ‘안녕로빈’이 탄생했나보네요. 안녕로빈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가 궁금해요.
그즈음 제가 결혼을 해서 반려견 ‘로빈’을 만났을 때라 애견과 관련된 사업을 할까 싶었어요. 회사에 다니면서 애견 행동교정 등 애견 관련 자격증을 공부했죠. 회사에 다니면서 카페를 만들었어요. 만드는 과정을 하나씩 다 쪼개서 외주를 줬는데 회사에서 여러 경험을 한 게 큰 도움이 됐죠. 캐릭터 만들고, 간판 업체 부르고, 타일, 도장, 미장, 목공, 창 등 일반적으로는 인테리어 업체에 맡기는 걸 저는 다 나눴어요. 힘이 들긴 했지만, 더 공을 들이고 싶었거든요. 그래도 하고 싶은 거를 하니까 아픈 게 많이 낫더라고요. 그리고 디자인을 전공해서 꾸미는 능력이 있었고, 회사에 다니며 원가를 산출하는 방법도 익혔고, 대학 때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커피도 많이 익혔기 때문에 카페를 하는 게 수월했어요. 몇 개월 후 회사를 그만두고 완전히 카페 업무를 맡아 안녕로빈을 열었어요.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10시에 카페를 오픈해요. 점심시간이 되면 반려견을 맡기러 맡겨두고 근처 다녀오시는 분도 있고, 데리고 와서 함께 놀다가 가시는 분도 있고요. 저녁에는 퇴근하고 오는 손님이 많죠. 로빈이는 아내가 퇴근 후에 데리고 나와서 8시쯤부터 카페에 와요. 망원동에는 혼자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 많아서 새벽 1시까지 영업을 해요. 그리고 일주일에 3~4번은 유치원에서 교육받으러 와서 아이들 행동 교정도 하고, 견주 교육도 하죠. 요즘은 토요일 오전에 한강에서 산책 교육도 하고 있어요. 지금 하는 일이 디자인 업종이 아니라고 할 수는 있지만, 처음에 하고 싶었던 일과 같은 맥락의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결국은 사람과 소통을 하고 즐겁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커피를 팔고, 좋은 공간을 만들어서 강아지와 사람이, 강아지와 강아지가 소통할 수 있는 곳을 만듦으로서요.

디자인 과를 졸업한 게 어떻게 도움을 주고 있나요?
다른 애견 카페는 강아지에만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많고, 사업성만 가지고 하는 예도 있는데 저는 공간에 더 초점을 맞춰서 사업을 시작했어요. 이런 생각도 디자이너 출신이었기에 가능한 것 같아요. 어떻게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 강아지를 데리고 오고 싶은 공간이 될지를 고민해서 적용하는 게 결국 사용자를 고려하는 거잖아요. 디자인 과를 전공하고 회사생활을 하다 보니 조금 더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들고, 예쁜 것, 좋은 것을 제공할 수 있을까, 재밌는 것을 만들 수 있을까 계속 고민했거든요. 사소한 거라면 작은 사인물까지도 신경 써서 만든다는 점도 디자인 과를 나온 영향이네요.

현재 가지고 있는 다른 취미나 관심사가 있나요?
이제 30대 중반을 넘어섰고, 어느 정도 생활의 안정도 찾았으니, 마흔이 되기 전에 개인 생활을 즐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다시 운동이 하고 싶더라고요. 예전에 잠깐 복싱을 한 적이 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한번 시작해볼까 해요. 그리고 다른 관심사는 역시나 반려견이죠. 이 카페에도 문구로 적어놨어요. 로빈의 건강상태와 컨디션이 가장 중요하다고요. 로빈은 저와 같이 집에서 사는 한 식구이기 때문에, 제 삶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 가지고 있는 꿈이 있나요?
지금 꿈은 소박해요. 만 평짜리 땅을 사서, 애견 관련 사업을 한 공간에서 하고 싶어요. 미용실, 카페, 운동장, 수영장, 호텔, 펜션이 한 공간에 있는 애견 파크를 만드는 거요.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 중에, 힐링을 하고 싶어서, 외로워서 키우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런 사람들이 와서 편안하게 힐링하고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송진헌 님처럼 디자인 과를 나와서 다른 일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디자인하며 트레이닝이 많이 됐을 거에요. 그리고 디자인에 지쳐있는 사람도 많을 거고요. 다른 일을 한다고 하면 트레이닝 받은 걸 토대로 트랜드 분석을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지역도 알아보고요. 이제는 열심히 하는 게 아니고 잘해야 해요. 그리고 이제 자료가 너무 많으므로 스스로 결정하고 알아서 공부, 연구하지 않으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올라갈 수 없어요. 준비를 많이 해야 해요. 신중하게 하는 게 중요해요. 물론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그보다 더 중요하죠. 그래도 디자인 과를 나와서 사업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더 잘해요. 왜냐면 밤새는 데에 능하고, 색감이나 보는 눈이 일단 다르잖아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민감하게 표현하고 생각하는 게 가능할 거에요. 정리하자면 하고 싶은 걸 하되, 준비를 많이 해 놓고 시작하길 바라요.

2018년 6월 18일 망원 카페 안녕로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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